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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작가 May 18. 2020

광고주 유형 2탄

신규 광고주 미팅 에피소드


 새로운 인연을 맺는 건 늘 낯설고 신선하다. 마케팅 대행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신규 광고주와 계약 전, 유선 상담이나 대면미팅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신규 광고주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는 걸 파악했다.



1) 단물만 쪽쪽형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득만 취하고 결과적으로 대행을 진행하지 않는 유형이 있다. 상담 및 미팅에서 우호적으로 본인이 처한 문제 상황과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활발히 공유한다.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도 겸사겸사 질문하면서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지만, 실상 정보만 획득한 채 스르르- 유령처럼 사라져 버린다. 언젠가 방문했던 광고주는 수첩에 질문을 빼곡히 적어왔고, 답변을 들으며 열심히 필기하더라. 이럴 때면 컨설팅인지, 교육인지, 대행 미팅인지 아리송해진다.  



2) 코난 빙의형

~해야 좋다는데, 그렇습니까?


 이것저것 물어보며 본인의 지식을 어필하지만, 막상 심도 있게 대화하면 수박 겉핥기 식의 지식을 보유한 유형이다. 까다로운 유형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화하기 수월한 대상이기도 하다. 아예 지식이 전무한 광고주보다 어느 정도 마케팅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데이터 분석을 위해 사전 작업을 진행해야 하고, 어떤 광고매체와 유형을 다각적으로 시도해야 좋은지, 왜 처음부터 매출이 오르지 않는지 등을 충분히 설득하기 좋다. 



3) 한풀이 하소연형

새로운 곳을 찾고 있거든요.


 이미 기존에 다른 대행사와 진행 중이지만, 어떠한 불만족스러운 이유로 새로운 곳을 찾아 헤매는 유형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가령 '광고비 지출 대비 성과가 좋지 않다/상품에 대한 이해 없이 집행한다/카피 하나하나 전달할 정도로 수동적으로 일한다' 등이 있겠다. 광고주는 말하면서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 속풀이를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헉' 할 정도로 당황스러운 곳이 있고, 세상에는 정말 별의별 대행사가 있구나 새삼 실감할 수 있다. (타 대행사 이야기 듣는 건 아주 흥미진진하다) 



4) 환상 가득형

매출이 얼마나 오를까요?


 마케팅 대행을 진행하기만 하면 무조건 매출이 2배, 3배 오른다는 환상을 가지는 유형이다. 이들 대다수의 공통점은 상품이나 홈페이지 구성 등이 열악했다는 점이다.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광고비 소진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광고주에게 처음부터 대박을 칠 수 있는 마케팅은 어디에도 없다고 솔직하게 전해야 한다. 성과를 부풀려서 계약을 진행하면, 결국 난감해지는 건 대행사이기 때문이다.



5) 사전 차단형

...다음에 연락 주세요!


 광고주 스스로 마케팅 대행 문의를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신 연락을 기피하는 유형이다. 아마,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대행사에 손길을 뻗었고 까먹었다가 회피한 경우 아닐까? 막상 전화가 연결되어도 의심 가득한 목소리가 나를 맞이한다. 친절한 경우, 다음에 연락 달라고 돌려 말하거나 전화 말고 메일로 정리해서 전달해달라고 급히 끊는다. 하도 광고비로 장난치는 대행사가 많다 보니, 부정적인 인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분위기가 풀리기도 해서 괜찮다. 



@갱작가의 말 : 처음으로 신규 광고주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을 때, 가상 시나리오를 여러 번 되뇌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전화기에 손이 가질 않아 손발에 땀이 흘렀던 경험이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지금은 그때보단 많이 담담해진 편이다. 그래도 목소리보다 채팅이 편한 나에게, 낯선 이와 전화로 대화하는 건 여전히 어색하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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