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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빗헌터 Aug 23. 2020

웰컴 투 포카라!

트레킹 출발 도시 포카라에서의 첫날

카트만두에서 일찍 잠을 청한 우리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다시 카트만두 공항으로 향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트레킹 출발 도시인 포카라로 갈 예정이다. 공항까지는 별도 택시를 부를 필요 없이 여행사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편하게 이동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gothehimalaya'라는 트레킹 여행사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상품을 예약했다. 패키지 상품은 여행 기간 내 머무르는 모든 숙소(트레킹 중 머무는 롯지 포함), 숙소와 공항을 오고 가는 택시와 네팔 국내선(카트만두-포카라) 비행기, 트레킹 동안 롯지에서 먹는 음식 비용이 모두 포함된 상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연 이 업체가 이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롯지에서 음식을 원 없이 시켜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눈치가 보일 때도 있었지만... 트레킹 동안에는 두 명이서 3~4인분을 먹었던 것 같다)


인생 처음으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다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네팔 국내선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에 또 한 번 설레었다. 비행기의 우측에 앉아서 가면 히말라야 산맥의 높은 봉우리들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역시나 여행사에서는 센스 있게 우측 좌석으로 예약을 해주었다. 비행기는 내가 살면서 타본 비행기 중 가장 작은 사이즈였다. '이게 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우등버스 같았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는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비행이었지만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에 비행기가 추락해서 죽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륙 후에 승무원분서 생수도 주고, 사탕도 주더라. 있을 건 다 있다.

고프로로 촬영한 비행기 탑승영상
한 줄에 3명씩, 10줄로 총 30명이 탈 수 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기대했던 대로 우측 창문을 통해 히말라야 산맥의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어떤 봉우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멍하니 하늘과 산맥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이내 포카라 공항에 도착했다.

프로펠러 화이팅


Welcome to Pokhara


짧지만 굵은 비행 후 우리는 포카라 공항에 도착했다. 카트만두 공항보다도 더 아담한 사이즈의 공항. 짧고 간결한 환영문구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역시나 준비된 차를 타고 포카라의 Kuti Resort라는 숙소로 이동했다. 여행사를 통해 트레킹 여행 상품을 예약한다면, 트레킹 전후에 스트레스 없이, 불확실과 불필요한 기다림 없이 바로 이동할  있는 장점이 있다  힘든 트레킹을 온전한 컨디션으로 잘 즐기려면 불필요한 곳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 필요는 없 않을까?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이었지만 체크인을 할 수 있었고, 친절한 호텔 직원분께서 환영과 축복의 의미로 '티카'를 우리 이마에 찍어주셨다. 우리는 연신 '던녀밧'을 외치며 기분 좋게 숙소로 들어갔다. '던녀밧'은 네팔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동행 한별이는 인천에서 카트만두로 오던 비행기 안에서 네팔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나는 '나마스떼'와 '던녀밧' 정도만 알고 왔는데, 이 친구는 기본적인 자기소개와 숫자까지 익혀 여행 내내 요긴하게 써먹었다. 현지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배우는 것이 그 나라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문화에 더 잘 녹아들 수 있는 방법임은 확실하다. 나도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솔직히 네팔어는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시간을 내지는 않았었다. 매사에 참 성실한 한별이를 보면서 이번에도 한 수 배웠다. 가이드, 포터, 운전기사 등 많은 현지 사람들이 한별이의 네팔어를 듣고 신기해하고 기뻐했다.

티카가 어울리는 두 남자 ^-^
Kuti Resort 숙소 내부 및 테라스

숙소는 정말 마음에 들었고 아침의 평화로운 포카라 시내 분위기를 테라스에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포카라는 굳이 트레킹이 아니어도 방문하여 여유를 즐길만한 아름다운 도시이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체크인을 하자마자 다시 나와서 근처에 먹을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어제저녁으로 카트만두에서 먹었던 현지식이 우리의 입맛에 맞았기 때문에, 오늘 아침도 네팔 현지식을 먹어보자고 다짐했다. 역시나 성공...


본격적인 트레킹은 내일부터였기에, 나와 한별이는 포카라 맛집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에너지를 보충했다. (에너지 보충이라 쓰고 돼지 파티라 읽는다) 식사 중간중간에는 낮잠과 짐 정리, 포카라 산책, 현지에서 조달할 예정이었던 트레킹 물품(우의, 두꺼운 등산용 패딩, 침낭 등)을 사거나 빌리면서 하루를 보냈다.

아침
점심
저녁

포카라를 간다면 아래 Jiva Cafe & Spa도 꼭 가보길 추천한다. 카페가 정원처럼 아주 이쁘게 잘 꾸며져 있고 음료도 맛있다. 필요하면 내부 별도 마련된 공간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는 트레킹이 끝나고 이 곳을 다시 방문해서 트레커를 위한 마사지를 받았다.

점심을 먹고 들렀던 Jiva 카페

이렇게 포카라에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면서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있을 트레킹을 준비했다. 오후에는 가이드인 '디펜드라'를 만나 전체적인 트레킹 일정과 유의사항을 들었고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점검했다. 디펜드라는 이 트레킹이 우리 인생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트레킹이 끝난 지금 생각해보면 의심의 여지없이 맞는 말이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여행이었고 가이드 디펜드라 덕분에 더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여행할 수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이 쓴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자연의 숭고함에 대해 다루는 장이 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책인데, 트레킹을 하면서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자연의 숭고함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짐을 정리하며 한별이와 나는 면세점에서 샀던 술 한 병을 캐리어 구석에 잘 보관해두고, 우리의 안전한 트레킹을 기원했다. 건강히 돌아와서 시원하게 마시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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