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뀨우 Nov 06. 2020

침묵이 이어지더라도 불편하지 않은 이 관계가 나는 좋다

2020년 10월 스무여드레날의 단어들

K는 자전거가 펑크난 이후로 새 자전거를 사기까지 걸어서 집에 가고 있다. 그동안은 M이 K와 함께 집에 걸어가곤 했다. M은 직원 셋이 한 팀을 이뤄 걸음수를 겨루는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는데 겸사겸사 K랑 같이 걸어서 집에 돌아가곤 했던 것이다. 오늘은 M이 사무실에 남아서 내가 같이 걸었다. 마침 일주일에 하루, 톈산이 저녁 장사를 하는 날이어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둘은 메뉴를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제나처럼 마파두부와 쏸라탕면을 주문했다. 톈산에서 처음 마파두부를 먹었을 때는 눈 앞에 황홀경이 펼쳐지는 것만 같았지만 지금에 와서 더 이상 그런 감동은 없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인 걸까 만족하지 못하는 동물인 걸까.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무뚝뚝한 사장님이지만 가을을 맞이해서 벽에는 색종이로 접은 감이 붙어 있고, 언제부터 시작한 지 모를 저녁 한정 메뉴도 색도화지 위에 삐뚤빼뚤 손 글씨로 적혀있다. 배를 든든히 하고 식당을 나와 다시 걸었다. 매일 보는데도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때로는 침묵이 이어지더라도 불편하지 않은 이 관계가 나는 좋다. 집에 다다를 때쯤엔 제법 날이 어두워졌다.


동생이 새 집에 들일 침대를 보러 갔다. 무슨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뭔 놈의 침대가 이렇게 비싼지. 그래도 하루의 삼분의 일을 침대에서 보낸다고 생각하면 당장은 큰돈이더라도 투자하는 게 좋을 거 같긴 하다. 혹시 침대회사에서는 이런 내 생각까지 한 수 앞서 보고 원래 가격과 할인 가격까지 책정한 걸까.


여덟 시부터 여행 계획을 짰다. 큰 틀은 CR이 거진 다 짰고 숙소랑 렌터카만 정하면 됐다. MH는 자기 돈으로 여행을 가는 것처럼 열심히 숙소를 찾아줬다. 같은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면서 필요한 정보만 쏙쏙 잘 찾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 싶으면서 부럽다. 아무래도 수영 실력에 차이가 있나 보다. 열 시를 조금 넘겨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헤어졌다. 역시 노는 게 제일 좋다.

내가 주문하는 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마파두부


スラタンメン:쏸라탕면
手書き(てがき):손 글씨
ベット:침대
매거진의 이전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조회였는데 망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