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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우 Jan 21. 2021

도대체 어느 놈 머리에서 나온 계획인지

2021년 1월 열이레날의 단어들

도서관 이벤트를 다녀왔다. 작년엔 거짓말은 아니지만 얄밉게 핑계를 대고서는 업무에서 빠졌는데 이번엔 핑계가 마땅치 않아 맡기로 했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한테 한국의 설날 문화를 알려주는 것이었는데, 과연 내가 말하는 것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미취학 아동은 직접 만나보니 갓난아기들이었다. 다 같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연습하려고 했는데 애초에 인사말을 따라 하는 것은커녕, 인사말을 따라 하라고 써놓은 가타가나를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직접 일어나서 세배도 하고 투호놀이도 했다. 정말 어린 아기는 제 발로 일어서는 것도 버거운지 아빠가 뒤에 받쳐줬는데, 화살을 던지는 것도 못해 그저 고사리손으로 화살을 꼭 쥐고만 있었다. 아기가 너무 귀여워서 가방에 챙겨서 데려가고 싶었다. 초등학생은 앞서 미취학 아동에 비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했다. 똑같이 한국어 인사를 연습하고 세배를 직접 해본 뒤 투호놀이를 했다. 그리고 인간의 경쟁심은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 그 사이 어느 지점에서 생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자매가 연달아 투호놀이를 했는데, 던질 때마다 한두 개씩은 넣던 여동생에 비해 하나도 넣지 못한 언니는 계속해서 줄을 서서 화살을 던졌다.


점심은 YG, HM과 만나 한국요리를 먹었다. 사장님이 아는 분이라 인사만 하려고 했는데 아예 제4의 멤버로서 대화에 참여했다. 덕분에 요리는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YG는 연금 환급과 관련해서 새로운 정보를 알려줬는데, 설명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손을 둥그렇게 말아쥐었다. 도대체 어느 놈 머리에서 나온 계획인지 멱살 잡고 이유를 묻고 싶었다. YG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같이 보고 헤어졌다.



言い訳(いいわけ):핑계
赤ちゃん(あかちゃん):갓난아기
たびに:-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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