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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우 Jun 30. 2021

마음 말고 현물을 받으라고 했다.

2021년 6월 스무이레날의 단어들

노트북 앞에 앉아 끙끙 대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월요일에 받은 선물을 깜빡하고 수령하지 않아 취소됐다는 CR의 전언이었다. 선물 받은 날은 정신이 없어 나중에 수령해야지 하고 날짜까지 확인하고 미뤄두었던 것을 그대로 영영 잊고 만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도 바뀌었고 해서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고 했지만, 그러면 오히려 본인이 복잡해진다며 마음 말고 현물을 받으라고 했다. 나는 이 말 씀씀이도 고마웠는데, 선물을 해야 될 사람이 선물을 받게 됐으니 민망하고 미안하다. 이번엔 미루지 않고 곧바로 배송창에 집주소를 입력한 뒤 스크린샷을 찍어 보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상품이 출발했다는 연락이 왔다. 내일이면 나는 또 언제 현관 앞에 두고 간지 모를 선물을 집에 들이며 고맙다는 연락을 할 것이다.


저녁을 먹는데 마침 NHK에서 대하드라마를 할 시간이어서 넷플릭스 대신 TV를 틀었다. 눈으로는 딴짓을 하면서 귀로만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온 신경을 TV에 집중해도 대사가 영 들어오지 않는다. 사극이어서 그런가. 자막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한국 TV에서 지원을 하는지, 애초에 TV에 자막 기능이 어딨는지를 모르겠다. 주인공 형제가 투닥거리며 싸웠는데 왜 다툰 것인지, 신센구미가 한바탕 칼부림을 하고 누군가를 잡아왔는데 대체 어느 놈인지 알 수가 없다. 다행히 대하드라마가 끝난 뒤 이어진 뉴스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くよくよする : 끙끙대다

バタバタする : 정신이 없다

ほっとする : 마음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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