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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현 Feb 20. 2019

01 <퇴사러, 365일 생존신고> 시작하며

시작이 반이다.

 어느새 퇴사 생활 1년 차가 되어간다. '어느새'라는 말이 툭 튀어나온 것을 보니, 퇴사 생활이 무척 즐거웠던 것이 틀림없다. 즐거운 시간은 늘 쏜살같이 흘러가니까. 마음에 어떤 거슬림도 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즐거웠다'는 기억이 느낌으로만 남아있어 무척 아쉬웠다. 느낌이란 것은 금세 날아가버리고 만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즐거웠는지, 그리고 왜 즐거웠는지 미래의 나에게도 계속 보여주고 싶어서 글을 쓰기로 했다. 그걸 기억하는 한, 나는 앞으로 1년, 2년, 그리고 10년을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촘촘히 쌓는 작업


 <퇴사러, 365일 생존신고>는 퇴사 후 1년에 대한 기록이다.(어쩌다 보니, 회사생활 이야기도 조금 나온다) 퇴사 이후, 광화문 오피스의 사람이었던 내 울타리가 허물어지면서 상상도 못 한 다양한 사람들과 일거리가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이어진 삶에서도 내 삶의 반경보다 훨씬 바깥에 있는 소중한 인연들과 닿았고, 30년 간 만들어 온 '친구'바구니는 1년 간 단숨에 두 배가 되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오랜만에 느껴본, 하루하루 자라나고 성장하는 그 감각이 좋아서 그저 되는대로 흘러가 보기로 했다. 파도같이 몰아치는 시간 위에 무작정 나를 던져놓았더니, 출렁거리던 만큼 보고 듣고 느끼는 폭이 커졌다. 


 이제 다시 육지로 내려와 그 시간을 정리하려고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눈 앞이 캄캄해졌다. 이러다 영영 영원히 시작을 못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다 쏟아내 버리기로 했다. 그 쏟아낸 기록 위에서 나를 다시 촘촘하게 쌓을 수 있다고 믿으며.   


 <퇴사러, 365일 생존신고> 에는 조직을 떠나 스스로 일을 만들어내고 매듭지은 모든 순간을 기록했다. 내 동료를 직접 찾고, 돈과 재능과 자원을 끌어오고,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고 반성하기를 반복했다. 맨 몸으로 기어코 내가 설 자리의 터를 닦고, 흙을 다지고, 그곳에 나를 데려다 놓은 고군분투의 기억이다. 그 과정에서 이리저리 뒤섞인 내 생각과 감정과 느낌을 차근차근 길어 올리는 작업이다. 이 글이 끝나면, 나로 서기를 할 수 있는 환경, 함께 하고 싶은 조직,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 분명해져서 뿌리가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를 위한 글쓰기


이제 시작인 글 작업에 앞서 내 목표를 다시 선언하고 다져보자.


1. 퇴사를 결심한 마음과 퇴사 생활 1년 후 마음이 어떻게 다른지 포착한다.

2. 내 일에 스스로 이름을 붙이고, 1년이란 시간을 촘촘히 세운다.

3. 묻지마취업이라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선택할 회사 & 포지션의 기준을 바로 세운다.

4. 자주 받았던 질문들에 답을 한다. 왜 퇴사했어? 퇴사하니까 좋아? 왜 다시 입사하려고 해?

5. 퇴사에 관심 많은 김가현에서, 입사에 관심 많은 김가현이 되었지만, 언젠가 다시 퇴사를 꿈꿀 나에게
    경각심을 준다. (올챙이 시절 잊지 말아라! (부릅))

6. 이번 작업을 통해 생산적인 인간으로 사는 '습관'을 설계한다 (다시는 벼락치기를 하지 않으리)

7. 지금도 가슴속에 사표를 품고 있을 직장인들에게 생생한 퇴사 후기를 들려준다.

8. 무엇보다, 다시는 잊고 싶지 않은 교훈과 원칙을 끌어낸다.



**생존신고를 함께 해 준 것들
- Weconnect 워크북
 : 정리의 시작점을 도무지 찾지 못해 끙끙거리다가 발견한 보물 같은 자료.
   고민을 접고 일단 이 워크북을 무작정 따라 해 보기로 했다.

- 자이요가 3 day 패스
  : 이벤트에 당첨되었고, 마침 글 쓰다가 머리가 뜨거워지면 몸을 움직이러 요가원에 갔다.
   그리고 매 번 생각했다. '어서 빨리 월급 받는 사람이 되어 요가원에 등록해야겠어'

- 곽승희, Brunch
   : 회고 기록의 모범사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글 쓰는 뜨거운 마음을 심어주었다.  

- 서민규, 생산적인 생각습관 
   : 나에게 글 쓰는 뜨거운 마음을 심어주었다222. 반성 없이 소비하기만 하는 사람일까 생각해보았다.
     소비한 만큼 나도 내 것을 생산해내는 사람이 돼보자고 했다. 

- 강원국, 강원국의 글쓰기
  : 글 쓰는 일이 갑자기 무섭고 어려울 때, 이 책을 펼쳐서 아무 페이지나 읽었다. 
    어떻게 써야 창피당하지 않을지, 어떻게 써야 괜찮다는 소리를 들을지, 궁리 하나는 1등이라는
    작가 소개가 마음에 와 닿았다. 

- 종이잡지클럽, playlist @the_magazine_club
  : 도무지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 깡패의 BGM 리스트



tip. 자, 이제 당신도 당신만의 기록을 함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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