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퇴사 후 2년, 아직 잘 살고 있습니다 (1)
퇴사 후 1년 8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오지 여행이나 세계 일주는 하지 못했다. 창업이나 이직은 너무 먼 일이었다. 베스트셀러도 못 쓰기는 마찬가지. 이런 내가 퇴사 후 회고를 하는 게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일단은 내 소중한 삶을 의미있게 남기고 싶었다. 잊고 싶지 않은 원칙과 잊으면 안 되는 교훈을 정리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퇴사 후 이런 삶도 의미 있다고 세상을 설득하고 싶었다.
'월간퇴사'라는 콘텐츠를 만들며 나만의 퇴사론을 썼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요즘 젊은것에게 퇴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하고 싶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퇴사 후 원칙을 만들었다. 겨털살롱이란 행사를 열었다. 나와 비슷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지방선거에 무소속 구의원으로 출마했다. 선거뽕에 중독돼서 날아다녔다. 낙선 후 바닥까지 고꾸라졌다. 동네 길냥이를 돌보다가 엄마 잃은 새끼의 입양을 주선했다. 몸을 이완하는 방법을 배웠다. 몸도 맘도 유연하게 움직이며 사람들과 교감하는 정신적 충만함을 맛봤다. 이 온전함을 나처럼 걱정 많고, 여유 없는 사람들에게 알리자는 사명감도 생겼다.
퇴사 후 지난 시간 동안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한다는 느낌을 맛봤다. 사회가 안전하다고 내민 길은 사실 전혀 안전하지 않다. 안전한 길 대신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서 한 발자국씩 일단 걸었다. '일단 나답게 사는 근육'을 기르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암울할 때도 많다. 재정적 불안함도 여전하다. 어느 날 중병에 걸리면 내 인생이 파탄 나리라는 걱정도 공존한다. 그럼에도 내가 내 삶을 만든다는 감각은... 일단 나답게 걷는 이 길을 계속 가게 만드는 나침반이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나 같은 요즘 젊은것들이 이런 감각을 더 느끼길 바란다. 내가 누린 걱정은 최소한으로, 내가 맛본 자유는 최대한으로.
Photo by ZACHARY STAINES on Unsplash
< 월간퇴사 후 2년 글 순서>
(1) 퇴사 후 1년 8개월 회고를 시작하며
(7) 공익용 희생제물의 마약, 선거뽕 (구프가 남긴 것, 상)
(8) 시간을 돌린다면 운영팀을 만드리 (구프가 남긴 것, 중)
(10) 식당 전단지와 선거 명함의 공통점 (구프가 남긴 것, 하/미공개)
(12) 외계인의 길냥이 돌봄기
(14) 길냥이와 요즘 젊은것들
(15) 미치도록 위험한 인터뷰 작업
(16) 당신의 지갑을 여는 악당 고양이, 젤리파워 ([자업자득 스타트업] 인터뷰 #1)
#2 "혁신파크의 ‘텀블러 나비효과’를 디자인 중입니다"
#4 "길거리 흡연의 대안이 되려는 ‘스모킹 노마드’"
#5 "블록체인 활용 한국NPO 사례? 없다면 만들죠"
(17) "유치원은 시작, '당사자 운동'이 미래 바꿀 것" (서울시NPO지원센터 입주 단체 인터뷰 #1)
#2. "당신 조직에는 퇴사 고민을 나누는 시스템이 있나요?"
#3. "'공무원 마인드'에서 벗어나는 역할, 공간이 하더라고요"
#4. 회사 밖에서 보면 반가운데, 왜 회사에서는...
#5."대화 늘리는데 직원들은 줄퇴사, 왜 이럴까요?"
(18) 퇴사, 조직 문화, 감정, 평등 (맘에 남은 인터뷰이 말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