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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승희 Jan 11. 2019

퇴사 후 1년 8개월 회고를 시작하며

월간퇴사 후 2년, 아직 잘 살고 있습니다 (1)

퇴사 후 1년 8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오지 여행이나 세계 일주는 하지 못했다. 창업이나 이직은 너무 먼 일이었다. 베스트셀러도 못 쓰기는 마찬가지. 이런 내가 퇴사 후 회고를 하는 게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일단은 내 소중한 삶을 의미있게 남기고 싶었다. 잊고 싶지 않은 원칙과 잊으면 안 되는 교훈을 정리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퇴사 후 이런 삶도 의미 있다고 세상을 설득하고 싶었다.


'월간퇴사'라는 콘텐츠를 만들며 나만의 퇴사론을 썼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요즘 젊은것에게 퇴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하고 싶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퇴사 후 원칙을 만들었다. 겨털살롱이란 행사를 열었다. 나와 비슷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지방선거에 무소속 구의원으로 출마했다. 선거뽕에 중독돼서 날아다녔다. 낙선 후 바닥까지 고꾸라졌다. 동네 길냥이를 돌보다가 엄마 잃은 새끼의 입양을 주선했다. 몸을 이완하는 방법을 배웠다. 몸도 맘도 유연하게 움직이며 사람들과 교감하는 정신적 충만함을 맛봤다. 이 온전함을 나처럼 걱정 많고, 여유 없는 사람들에게 알리자는 사명감도 생겼다.


퇴사 후 지난 시간 동안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한다는 느낌을 맛봤다. 사회가 안전하다고 내민 길은 사실 전혀 안전하지 않다. 안전한 길 대신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서 한 발자국씩 일단 걸었다. '일단 나답게 사는 근육'을 기르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암울할 때도 많다. 재정적 불안함도 여전하다. 어느 날 중병에 걸리면 내 인생이 파탄 나리라는 걱정도 공존한다. 그럼에도 내가 내 삶을 만든다는 감각은... 일단 나답게 걷는 이 길을 계속 가게 만드는 나침반이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나 같은 요즘 젊은것들이 이런 감각을 더 느끼길 바란다. 내가 누린 걱정은 최소한으로, 내가 맛본 자유는 최대한으로.


Photo by ZACHARY STAINES on Unsplash

 



< 월간퇴사 후 2년 글 순서>


(1) 퇴사 후 1년 8개월 회고를 시작하며


(2) 32년 몸치의 고통을 견디는 춤 


(3) 몸을 이완하고 교감하는 춤, 우리를 위로할까


(4) 어쩌면 취준생에게 더 필요한 퇴사론


(5) 퇴사한 '요젊것'에게 필요한 것


(6) 털에 대한 억압과 해방의 역사: 겨털살롱


(7) 공익용 희생제물의 마약, 선거뽕 (구프가 남긴 것, 상)


(8) 시간을 돌린다면 운영팀을 만드리 (구프가 남긴 것, 중)


(9) 부끄러운 구의원 후보는 그만해야겠다 


(10) 식당 전단지와 선거 명함의 공통점 (구프가 남긴 것, 하/미공개)


(12) 외계인의 길냥이 돌봄기


(13) 사랑은 세상을 넓히고 바꾼다, 종을 초월해서


(14) 길냥이와 요즘 젊은것들


(15) 미치도록 위험한 인터뷰 작업


(16) 당신의 지갑을 여는 악당 고양이, 젤리파워 ([자업자득 스타트업] 인터뷰 #1)
#2 "혁신파크의 ‘텀블러 나비효과’를 디자인 중입니다"

#3 "가정 탈출 청소년의 쉼터 선택권을 늘려주다"

#4 "길거리 흡연의 대안이 되려는 ‘스모킹 노마드’"

#5 "블록체인 활용 한국NPO 사례? 없다면 만들죠"


(17) "유치원은 시작, '당사자 운동'이 미래 바꿀 것" (서울시NPO지원센터 입주 단체 인터뷰 #1)

#2. "당신 조직에는 퇴사 고민을 나누는 시스템이 있나요?" 

#3. "'공무원 마인드'에서 벗어나는 역할, 공간이 하더라고요"

#4. 회사 밖에서 보면 반가운데, 왜 회사에서는...

#5."대화 늘리는데 직원들은 줄퇴사, 왜 이럴까요?"


(18) 퇴사, 조직 문화, 감정, 평등 (맘에 남은 인터뷰이 말 발췌)


(19) 어린왕자의 비행조종사처럼 고마움을 그린다


(20) '일단 실행하는 근육'을 기른 1년 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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