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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현 Sep 11. 2023

2030 청년을 위한 로컬생존 10계명

로컬은 낭만적이지도, 여유롭지도, 친절하지도 않다

시골의 구옥을 매매하고 지방소도시 커뮤니티로 들어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앞으로 몇 화에 걸쳐 연재하게 될 이야기는 낭만적인 시골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 미디어가 종종 다뤄왔던, 그리고 SNS 이미지로 소비했던 시골의 풍경은 도시민의 환상이었다는 걸 먼저 인정하자. 하지만 그런 풍경에 끼어있던 거품을 걷어내고 다시 바라보는 시골, 기존의 문법과는 다를 수 있다는 각오를 장착하고 시작하는 시골살이는 오히려 더 근사할 수 있다. 지방소도시로 이주를 계획하는 2030 청년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기 바라며 정리했던 로컬생존 10계명. 따갑고 매운맛을 먼저 맛본다면 그다음에는 뭐가 되었든 조금 쉬워지지 않을까?   




1. 

로컬은 낭만적이지도, 여유롭지도, 친절하지도 않다. 도시보다 훨씬 치열하고 비정한 생존의 장이다. 각오를 단단히 하도록 하자. 


2. 

'아들 같고 딸 같아서'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믿고 거른다. 


3. 

노인과 어른은 동의어가 아니다. 그에 반해 로컬과 고인물은 99.9% 일치하는 동의어에 가깝다. 


4. 

로컬의 빈 공간은 종종 청년들에게 공짜로 제공된다. 단, 당신이 발을 딛는 순간 서울의 임대료 못지않은 발전기금에 더하여, 노동력과 젊음의 에너지를 무제한 기부해야 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왔다면, 당신의 용도가 다했을 땐 이 생태계의 룰대로 폐기 처분될 것이다. 


5. 

아, 그렇다고 로컬의 청년이 모두 투명한 것은 아니다. 똑똑하고 영리하게 기존의 악습을 버전-업 하는 경우가 꽤 있다. 


6. 

로컬의 정착은 스스로 일궈야 한다. 즉, 직접 공부하고 맞서야 한다는 말이다. 공공기관도, 경찰도, 그 누구도 당신의 편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접어두자 (혹여나 상당한 돈, 혹은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들을 당신의 편으로 만들 수는 있다).


7. 

로컬의 부동산에서 무언가를 매매할 생각이라면, 법정수수료의 4배 이상 갈취당할 것을 각오해라 (참, 그런 일은 부동산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8. 

로컬에 연고가 없다면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역 카르텔의 종으로 생존할 확률이 크다. 


9. 

조급하게 서둘러 인간관계를 맺기보다 사람들을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 로컬에서는 유리하다.


10. 

당신이 왜 로컬에 이주하는지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그것이 유일한 힘이다. 


전투를 각오하며 준비를 마친 어느 날


ps. 그렇기 때문에 로컬에는 상식적이고 지혜로운 당신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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