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이라 믿은 잔혹한 진실 #03상처

After The Ending Credit

by 감성현

After The Ending Credit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영화가 계속된다면 그들의 삶은 행복할까?

당신이 사랑이라 믿은 잔혹한 진실


글·사진 감성현







# 상처_01


죽음과도 같은 날들이 흐릅니다.

쉽게 잠들지도 못하지만, 깨어 있는 동안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빠져 지내야 합니다.

숨조차 쉽게 내쉬어지지 않습니다.

억지로 숨 한번 삼키고 멍하니 허공만 바라봅니다.

여전히 그녀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며칠 만에 울린 전화는 녀석입니다.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야. 방금 일어나서 그래.”

“아닌데. 아픈 목소린데. 여자친군 뭐래? 걱정 안 해줘?”

“……”

“싸웠어?”

“아니.”

“……”

“……”

“싸웠네. 싸웠어.”

녀석이 천연덕스럽게 말합니다.


‘그래, 싸웠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라며 한바탕 쏘아붙이려다 기운이 없어 그냥 맙니다.

“언제 싸웠는데?”

“너 데려다 준 날.”

“누굴? 뭐 해줬다고?”

“너. 술 취해서 울고불고 한 날 있잖아. 포장마차에서.”

“내가? 그랬어? 그래서 네가 날 데려다 줬다고? 너 왔었어?”

“기억 못 하네. 못해.”

“아침에 눈 떠보니까 내 방 침대이긴 했는데, 귀소본능이 뛰어난 줄로만 알았지.”

“나 도대체 왜 그 고생을 했니?”

“아니야, 진짜로 그날 너 안 만난 거 같아.”

어이가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싸움이라도 붙을 것만 같습니다.


“나 전화 들어온다. 나중에 통화하자.”

적당히 둘러대고 서둘러 녀석과의 전화를 끊습니다.

잠시, 사람냄새가 풍기던 이 공간에 또 다시 죽음과 같은 적막이 내립니다.

무거운 우울함이 깊은 곳에서 밀려옵니다.


아무래도 오늘도 마셔야겠습니다.






# 상처_02


한 잔. 콧등이 시립니다.

한 잔. 눈가가 젖습니다.

한 잔. 목이 잠깁니다.


잔을 채웁니다.

잔을 비웁니다.

그러자 그녀로 채워지는 술잔 안에 얼굴을 내밉니다.


한 잔. 탁자 위에 내 이름을 씁니다.

한 잔. 그 이름 옆에 사랑한다고 씁니다.

한 잔. 그리고 그녀 이름을 쓰다가 굳어버립니다.


뭐가 그리 속상하고 슬픈지, 가슴이 울려고 합니다.

울게 하고 싶지 않아서 천천히 내 이름을 지웁니다.

쓰다만 그녀 이름을 지웁니다.

하지만 차마, 사랑한다는 말은 지우지 못하고 또 굳어버립니다.


한 잔. 내 사랑이 변하지 않았기에,

한 잔. 그녀의 사랑이 변하는 줄 몰랐습니다.

한 잔. 그녀가 밉습니다.


그녀가 죽도록 밉습니다.






# 상처_03


AM 02:52

비가…… 참 아프게 온다.


……


PM 09:42

괜찮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힘드네.


……


PM 03:44

이젠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겠어.

배고프다.


……


PM 10:45

술을 그만 마셔야 할까 봐.

뭔가 알고 있는데,

막상 떠올리려 하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


AM 03:21

이상하지?

졸리지 않아.


……


AM 04:44

사랑한다 말할 수 있던 내가

너무 그립다.

그렇게 수많은 날들이, 대답 없는 문자와 함께 의미 없이 흐른 뒤,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처럼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아주 짧고 담담한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 만날까?








스토리디렉터 감성현의 신작 | <19 씩씩하게 아픈 열아홉>

육체적 고통을 통한 정신적 성장을 다룬 이야기.


"어른도 아니도 아닌, 열아홉.

달리기를 좋아하던 난, 열아홉 살이 되던 해.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었다."


기억할게.

내 첫 기억.

내 기억 끝까지.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6371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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