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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n 20. 2021

흥정이 재미있다고?

낯선 설렘: 중국

#골동품 #시장 #바가지 #흥정


흥정하는 맛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흥정이 너무너무 싫다. 

그냥 정가가 붙어있으면, 내가 생각하기에 비싸다 싶으면 안사고, 괜찮다 싶으면 사면 그만인 게 좋다. 

물론, 사람마다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가라는 게 때론 장사하는 분에게나 손님에게나 모두 손해일 수 있고, 

그래서 세일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흥정에 익숙해지지 않고, 흥정이 너무너무 싫다.  




나는 골동품 시장 같은 벼룩시장을 좋아한다. 

물건이 많아 볼거리가 많은 쇼핑센터를 돌아다니는 것도 나름 재미있지만, 

한 손엔 커피를 들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틈틈이 적당한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자유로운 벼룩시장이 가장 좋다.

(군대에서 배운 담배는 하루에 한 갑 정도 피웠지만, 지금은 금연에 성공해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V)


대개는 재미있는 눈요기로 끝나는 다소 싱거운 쇼핑이 될 수도 있지만, 

혹 괜찮은 물건을 발견하면 황무지에서 금덩이를 발견한 듯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일정을 주말까지 늘리면서 베이징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도, 

다름 아닌 주말마다 열리는 베이징 최대의 반가원 골동품 시장에 꼭 가보고 싶어서였다.


드디어 주말이 되자, 

일찌감치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반가원 골동품 시장으로 향했다. 

베이징 최대의 시장답게 반가원 골동품 시장은 규모가 상당히 컸다. 

물건은 커다란 석상부터 오래된 옛날 동전까지 없는 게 없어 보였다. 

벼룩시장을 좋아하는 나로선 물 만난 물고기 격이었다. 

이것저것 사고 싶은 건 많았지만, 앞으로 남은 여행 중 계속 들고 다닐 수는 없기에 꾹 참았다. 


하지만 낡은 카메라와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들고 다녔을 법한 진한 갈색 슈트 케이스만큼은 

몇 번이나 뒤돌아보게 할 정도로 그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아쉬움을 사진 한 장으로 달래고 밀리는 사람들 속으로 미끄러지듯 걸음을 옮겼다.

 

그렇다고 물건을 하나도 안 산 건 아니었다. 

왠지 클래식하면서도 심플한 시계가 마음에 들어 흥정을 시작했는데, 

가게 주인이 계산기를 툭툭 두들기며 마지막으로 내게 보여준 가격이 150위안이었다. 

하루치 호텔값과 맞먹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이미 지름신이 내 안에 들어온 탓에 어느새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건네주고 말았다. 

하지만, 꼼꼼히 살피지 않고 돈부터 먼저 준 것이 화근이었다. 

시계 뒷면에 커다란 흠집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황급히 사지 않겠다고 버티기 시작했지만, 

이미 중국인의 주머니에 들어간 돈을 다시 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게 주인도 이미 팔았으니 절대로 돈을 돌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 


시계를 들고 어딜 갔다 온 것도 아니고, 

물건을 받고 돈을 준 바로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걸, 

나도, 주인도 분명히 두 눈 똑바로 뜨고 봤음에도, 어림도 없었다.


사정도 해보고 으름장도 놓았지만, 

돈을 모두 받을 수는 없었고, 50위안으로 합의를 보고 100위안만 돌려받았다.

그러니까. 150위안 주고 산 시계를, 그 자리에서 100위안에 판셈이다. 

이 얼마나 얼간이 같은 짓인가. ㅡ..ㅡ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그 시계는 50위안인 셈이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저렴한 5위안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르는 게 값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당한 느낌이 들어 가슴 한구석에 씁쓸한 기분이 맴돌았다.


난 흥정이 개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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