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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n 20. 2021

여행 친구

낯선 설렘: 중국

#여행친구 #반려인형 #인형 #어글리돌


영원한 건 없다. 

그렇게 애지중지 아끼던 반려 인형이었는데, 

몇 번의 이사 끝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인형. 

어쩌면, 무의식 중에 내가 쓰레기 봉지에 던졌는지도 모르겠다. 

 



떠나는 내가 못내 아쉬웠는지, 

파트너는 평소 내가 눈독을 들였던 인형을 ‘행운이 있을 거야’라며 선뜻 선물로 주었다. 

인형에게 파트너의 이름을 그대로 붙이려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죽어~’라고 말하는 파트너의 살기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이름 없이 내 배낭에 매달려 있던 인형은 

이번 여행 중, 심심함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내가 살갑게 말을 걸기 시작하면서 이름을 갖게 되었다.


“너도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널 만났던 날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명이 푸딩이었으니까 푸딩으로 하자.”

“배고프다. 넌 인형이라 배고프진 않겠구나.” 

“넌 내 배낭에 매달려 가면서 뭐가 힘들다고 그렇게 징징거려.”

“아까 적어둔 메모가 어디 갔지? 가방에? 아까 두 번이나 찾아봤단 말이야.”

“다른 인형들은 지퍼도 있고 주머니도 있는데 넌 그런 것도 없니?”

“너 많이 더러워졌다. 좀 씻자. 뭐야? 설마 물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겠지?”

“너 씻고 나니까 덩치가 좀 줄어든 것 같은데?”

“뭐? 저 토끼가 마음에 든다고? 이봐 그렇게 헤프게 굴면 안 된다고.”


길을 걷는 중에도 끊이지 않는 푸딩과의 대화는 결국, 습관이 되어버렸다. 

혼자 중얼거리며 길을 걷는 내 모습을 처음엔 의아한 눈빛으로 돌아보던 사람들도, 

음악을 듣느라 귀에 꽃아 둔 이어폰을 핸즈프리로 생각했는지 별일 아닌 듯 지나쳐 갔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돌아다녔으니, 

이때부터 유튜브 방송을 준비했다면, 나름 구독자수 있는 중견 유튜버가 돼있지 않았을까 싶다.)


 누군가를 만나면, 

나의 여행친구인 푸딩을 즐겁게 소개해주곤 하는데, 

백이면 백, 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날 변태 총각 보듯 했다. 


비록 인형에 불과하지만 내가 처음 말을 걸기 시작하면서부터, 

푸딩은 단순한 인형이 아닌 둘도 없는 멋진 여행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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