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설렘: 중국
#서쪽 #서쪽하늘 #일출 #일몰
여행을 오기 전,
연극을 하는 친구가 술에 잔뜩 취해 집 앞으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의 아버지가
‘서쪽에서 해가 뜨기 전까진 결혼을 허락할 수 없다’며
반대가 심하다고 했다.
차라리 멱살을 잡고 꺼지라고 했다면 오기로라도 버텨보려고 했는데,
‘아비 잘못 만나 지금껏 고생한 딸년, 더 힘들게 할 순 없다’며 우셨단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술에 취한 친구는 감정이 북받치는지, 날 붙잡고 펑펑 울어댔다.
여행을 마치고 그 친구를 만나 사진 한 장을 건네주었다.
2008년 1월 1일에 기적같이 서쪽에서 해가 떴고,
이게 그 증거라고 말해줬다.
그러니까.
여자의 아버지를 만나 당당히 결혼 승낙을 받으라고 했다.
아무 말 없이 건네준 사진을 보던 친구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고맙지만 이젠 필요 없다고 했다.
얼마 전 아무 말 없이 돌아선 친구의 모습에 실망한 여자는
앞으로는 그를 믿을 수 없다며 먼저 헤어지자 말했단다.
그도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여자의 모습이 실망스러워 헤어졌다고 했다.
절대로 이별하지 않을 것 같던 그들이 미련도 없이 헤어졌다고 했다.
2008년 1월 1일, 서쪽에서 해가 뜬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