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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n 23. 2021

그래도 잘 살았죠?

낯선 설렘: 중국

#회상 #청도 #생각 #미래 #퇴사


퇴사를 할 때마다 드는 감정은,

자유로움 보다는 불안함이다. 

이제부터 뭘 하지에 대한 불안감이 아니라, 

다달이 통장에 꽂히던 돈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음에 대한 불안감이다. 


회사에서 알아서 떼 가던 의료보험비부터, 

먹지 않고 숨만 쉬어도 내야 하는 가스비, 전기료, 관리비, 통신비까지.

살아있는 한 돈은 계속해서 소비하고 필요한데, 

그 공급이 끊긴 것이다. 


그럼에도, 

퇴사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제부터는, 

진짜 내 삶을 살 수 있겠구나 싶은 기대.


그 삶에 돈이란 게 없더라도, 

그래도 행복할 거라는 기대. 


그래. 앞으로 몇 년을 더 일할 거며, 

앞으로 몇 년을 더 살지도 모르는데.

이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


싶다. 

맞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아지면, 

지난날들을 돌아보게 된다네.


물론,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말할 순 없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좌절하기도 했고,

허황된 꿈만을 좇아 소중한 젊은 날을 허비하기도 했다네.


적당한 직장에 들어가 다달이 나오는 월급만 기다리며 살기도 했고,

그냥 남들과 다르지 않게 살려고 무의미한 노력을 했던 적도 있다네.


무엇이 옳은 삶인지, 

내가 살았던 삶이 옳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기쁘네.


나란 사람, 

그래도 참 잘 살았구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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