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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n 23. 2021

만두가게 아가씨

낯선 설렘: 중국

#전통시장 #중국시장 #시장 #위생


그 나라의 로컬 시장은 내가 꼭 가는 단골 장소다.

시장이 주는 정겨움과 활기도 좋고, 

무엇보다 다양한 볼거리가 내 구미를 당긴다. 

다양한 볼거리라고 해봤자, 이색적인 길거리 먹거리, 생활용품 등이 전부지만, 

그게 그렇게 재미있다면, 이해가 될까?




몇 시간이나 걸었던 걸까? 점점 발바닥이 아파온다. 

잊고 있던 배고픔도 슬슬 밀려오기 시작할 즈음, 어디선가 담백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 냄새를 쫓아가니, 만두를 찌고 있는 아가씨가 눈에 들어온다. 

허름해 보이는 가게 안에는 각기 크기는 물론, 모양까지 다른 테이블 세 개가 놓여 있었는데, 

아마도 먹고 가는 사람도 종종 있는 모양이었다. 


별 다섯 개짜리 대형 레스토랑이 아닌 이상, 영어 사용이 불가능하기에 주문을 하는 것부터가 고행이지만,

대나무통 속에서 맛있게 쪄가고 있는 만두 냄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가게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자 만두가게 아가씨가 방긋 웃으며 나를 따라 들어온다. 


“만. 두.”

만두는 중국에서도 만두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이 기억나 

당당하게 ‘만두’라는 두 글자를 말했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땐, 필요한 단어들만 나열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뭐가 문제인지 만두가게 아가씨는 여전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날 바라볼 뿐이다.

 

“만두….”

다시 한번 말해 보았지만,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분위기다. 

만두가게 아가씨는 난처한 표정으로 주방에서 열심히 만두를 빚고 있는 만두가게 아저씨와 

도대체 이 낯선 이방인이 뭐라고 하는지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난 가게 밖으로 나와 찌고 있는 만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만두, 만두!’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제야 만두가게 아가씨는 알겠다는 표정을 하고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무언가를 또 물어본다. 

대충 눈치로 봐서는 ‘얼마나 줄까?’라고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손가락 하나를 펴 보여줬다. 


“일.... 인분.”

만두가게 아가씨는 이번에도 웃을 뿐,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다. 

달랑 한 개 달라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저 손가락 하나는 무얼 의미하는 걸까.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어색한 기분에 억지웃음을 만들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던 걸까?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결국 보다 못한 만두가게 아저씨가 

만두를 빚다 말고 밖으로 나가 만두 한 판을 접시에 담아온다.

그리고는 짧은 영어로 ‘오케이?’라고 묻는다.


“음… 오케이, 오케이.”

그날 만두가게 아가씨와 아저씨는 

내가 만두를 다 먹을 동안 멀찌감치 앉아서 한참을 나를 신기한 듯 관찰했다. 


아마도 이런 골목까지 들어와 만두를 어렵게 시켜서 먹는 외국인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보면, 체한단 말이에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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