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현 Jun 24. 2021

나쁜 남자

낯선 설렘: 중국

#여행 #걷기 #거닐다 #에세이 #잡생각 #생각 #상상


여행을 하면, 참 많이 걷게 된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어도 걷는다. 

걸으면서 보이는 풍경이 좋아서, 

걸으면서 맡게 되는 냄새가 좋아서,

걸으면서 하게 되는 생각이 좋아서, 거닐게 된다. 


난, 거닐며 많은 생각을 한다. 

자신에 대한 생각도 있지만, 주로 하는 생각은 상상이다. 

이러한 상상은 짧은 이야기가 되고, 에세이가 되고, 때론 장편 소설이 되기도 한다. 


멜로디가 떠오를 때마다 녹음한다는 어느 작곡가처럼, 

나도 재미있는 상상이 구체화될 때마다 수첩에 빠르게 적어놓는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메모장이나 카톡의 나에게 보내기 기능을 활용한다.)


종종, 

짧은 에세이는, 

여행기 중간중간에 넣는 이유도 그래서다. 


그때, 그곳을 거닐면서 떠오른 생각.

그 생각까지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알 수 있는 게 사랑이라죠.


그래서 행여, 

내 마음 들킬 것 같아 당신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죠.


하지만 말했어야 했었죠.

용기 없는 나의 침묵이 당신의 발걸음을 놓치기 전에


당신의 눈을 붙잡고 사랑한다 고백해야 했었죠.

이젠 늦었나 봐요. 


처음엔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고.

차라리 모든 게 오해라서 다행이라는 그 말.


그 말에, 

나의 감정은 영원히 묻어야 하는 비밀이 돼버렸죠.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알 수 있는 게 사랑이라는데, 

당신은 장님인가 봐요.


하지만 나, 알고 있어요.

애써 오해이길 바라는 당신의 마음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여자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는데도 남자는 기다린다고 했어.

마음 편히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남자는 그럴 순 없었어.

언젠간 돌아올 거라는 끝없는 기다림이 차라리 나았으니까.

여자는 결국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마음대로 하라면서 떠나버렸어. 


“그다음엔?”

남자는 여자가 떠나자 집으로 돌아가 저녁식사를 만들어 먹었어.

그리곤 친구들에게 부탁해 새로운 여자들을 만나기 시작했어.


“뭐야 그게!”

남자의 기다리겠다는 말은 떠나지 말라는 말이었던 거야.

여자가 떠나버린 이상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던 거지.

가끔 언젠간 돌아올 거라는 몹쓸 기다림이 사람을 바보로 만들지.

기다리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끝까지 기다린 남자를 본 순간 여자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안길 거라는.


하지만 한 번 떠난 여자는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아. 

그 남자는 그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랬어야 했다. 난 쓸 때 없이 수년간 내 시간을 버렸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아이를 기다리며, 쓸 때 없이.) 




매거진의 이전글 칭따오 맥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