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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마시는 소주 한 잔

낯선 설렘: 필리핀

by 감성현

#동남아 #아세안 #필리핀 #마닐라 #마까빠깔 #회 #소주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알 것이다.


외국에서 마시는 소주는,

만 원을 줘도 마신다는 걸.




소주는 향수를 달래는 약 같은 것이었다.

소주가 마시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는 ‘보고픔’을 마시고 싶은 것이다.


소주에는 회지.


“엘리사, 우리 회 먹으러 갈래?”

“회? 마닐라에서? 어디서 파는데요?”

“글쎄, 마까빠깔엔 있지 않을까?”

‘마까빠깔 씨사이드 마켓’은 부산의 자갈치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물론 규모 면에서는 자갈치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그냥 오픈된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회 센터라고 할까?


도착하자마자 호객꾼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특이하게도 호객꾼 중엔 트랜스젠더가 많았다.

그중 한 명은 내 카메라 앞에서 한껏 예쁜 척 포즈까지 취했다.


이쯤 되면 방법이 없다.

결국 우리는 그 예쁘장한 호객꾼을 쫓아갔다.


엘리사는 능숙한 솜씨로 각종 해산물을 고르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엘리사가 직접 고른 해산물은, 맛있는 요리가 되어 보기 좋게 테이블 위에 놓였다.


행복한 미소가 얼굴 가득 퍼지고 한 입 한 입 먹는 동안 난 내가 해산물을 이렇게 좋아했었나 싶었다.

해산물로만 배 터지게 먹은 적도 없었지만,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 졌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비록 소주는 없었고,

그렇게 먹고 싶었던 회도 아니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함께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소주 마시고 싶어.

지금 소주가 어디 있어요! 다음에 먹어요.

몰라 몰라. 소주 사줘, 소주!

막내지요?

어, 맞아. 왜? 철없어 보여?

응. 나 남자가 그러는 거 싫어해요.

사귈 것도 아니면서 싫어하든 말든.

죽는다!




그거 마시면, 나랑 사귀는 거다.

죽는다!





여보세요~ 나야~

죽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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