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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Aug 13. 2021

당신, 좀 아파해라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청춘은 꼭 달려야 해?

女_과거: 서울, 월드컵 경기장



단지, 

청춘이란 이유만으로, 

누가 정해 놓은 규칙도 아니면서, 

잠시 멍하니 있으면 왜 그런 어리둥절한 눈초리로 쳐다보는지. 


청춘이라도 하루 24시간, 늘어지게 잘 수도 있잖아. 

청춘이라도 하루 24시간, 멍하니 있어도 괜찮잖아.


끝없이 반성하고 도전해야 하는 게 청춘이라면. 

나, 청춘 안 할래. 


꼭, 

온몸 가득 녹초가 될 때까지 쏟아내고, 

숨을 헐떡거리며 땀을 흘려야만 청춘이 아니잖아.

 

여유를 부리는 것은 나중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말로,

아무리 날 몰아세워도 난 달라지지 않을래.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할래. 

하는 듯 마는 듯 천천히 부드럽게 할래. 


그래도 난 충분해.


지금 이 여유로움은, 

오직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순간이니까.





그게 뭐가 중요해?

女_과거: 서울, 월드컵 경기장



일본에서 온 나에게, 

한일 전 경기가 있을 때마다, 난처해. 

매번 어딜 응원하느냐고 묻거든. 


누가 이겨도 상관없는 걸.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면 되잖아.


어느 팀이던, 

어느 나라던, 

상관없는 거잖아.






봄날에 산책

男_현재: 동경, 나카메구로



따사로운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는 봄날에 일부러 천천히, 

혹은 빠르게 서로의 보폭을 맞추지 않았는데, 

서로에게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는 사이를 두고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나란히 걸었다.

 

난, 

라틴댄스를 배워서 쿠바에 가고 싶어 했다. 

정말로 거리에서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쿠바의 자유를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당신은, 

싫다고 했다. 


당신은, 

겨울이 되면 뜨개질을 한다고 했다. 

목도리도 뜨고, 장갑도 떠서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난, 

싫다고 했다


난, 

서울에서 사는 동안 차를 사지 않겠다고 했다.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받기도 싫었고, 

매번 약속시간에 늦게 되는 러시아워도 싫어서, 

자그마한 스쿠터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리고 당신은, 

싫다고 했다. 


당신은, 

아기자기한 카페에 앉아 몇 시간이고 책을 읽는다고 했다. 

저물어가는 노을을 볼 수 있다면 몇 번이라도 창가로 가기 위해 자리를 바꿔달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난, 

싫다고 했다. 


우린 왜 이렇게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걸까. 

대답 대신 당신은 내 손을 잡았다. 

부드러운 감촉이 거친 내 손바닥에 느껴졌다. 


산책하는 거 좋지? 

당신의 물음에 대답 대신 난, 

내 손을 잡고 있는 당신의 손에 깍지를 꼈다. 


따사로운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는 봄날에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우린 충분했다. 




당신, 좀 아파해라

男_현재: 동경, 나카메구로



당신, 좀 아파졌으면 좋겠어. 

억울하고 분해서가 아니야. 

그래야 당신을 측은하게 여겨 

조금은 미워하진 않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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