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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Sep 02. 2021

후달리는 도쿄의 교통비

낯선 설렘: 일본

보통의 여행자라면, 

여행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늘 염두하고 생각하고 걱정하는 게,

바로 경비(돈)이다. 


넉넉하게 예산을 짜고, 

짧은 휴가 후,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빡빡한 예산에, 장기 여행 중이라면, 아니, 그 여행의 끝이 언제가 될지도 모른다면, 

아마도 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다. 


일본을 여행하며 체감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후달리는 교통비였다. 


나리타 공항에서 케이세이 편을 타고 목적지인 후나바시까지 오는데 780엔이 들었다. 

대략 환율을 따져봐도 거의 1만 원이나 되는 금액이다. 


일본의 폭탄과 같은 택시 요금은 익히 들어서 

일본에 있는 동안 택시만 안 타면 되겠지 했는데, 

대중교통인 지하철마저 이러니, 

앞으로 일본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다. 


자전거라도 빌려야 하나?

자전거를 타고 일본을 여행한다.... 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는데?


아무튼, 

나중에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인천공항에서 서울까지 들어오는 공항버스를 이용하면, 

비슷한 금액이긴 한데, 


당시에는, 

지하철 요금이 1만 원이나 한다고!!

하면서 웬만한 거리는 그냥 걸어 다니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한 곳에 머물기보다는, 

여러 곳을 계속해서 이동하는 배낭여행을 하게 되면,  

가장 많이 지출되는 항목이 바로 교통비다. 


숙소도 잠만 잘 생각에 저렴한 곳으로 구하고, 

그마저도 야간기차, 야간 버스를 이용하면서 세이브하고, 

식비조차도 대충 간단하게 허기만 채워도, 

교통비만은 쉽게 줄이기가 어렵다. 

그 쉽게 줄이기 어려운 항목이, 비싸다면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대충 정산을 해보니, 

<서울동경>을 준비하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일본에 머무는 동안, 

내가 쓴 경비의 대부분은 교통비였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지만, 

일본 전철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시스템이 하나 있는데, 

바로 다른 호선의 전철도 같은 철로를 지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나라는 1호선에서 3호선으로, 

이렇게 다른 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같은 (이름)역이라도, 타는 위치가 다르다. 

즉, 하나의 철로를 하나의 호선이 독점해서 사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일본 전철의 경우엔, 

하나의 철로를 다른 호선이 같이 이용하기 때문에, 

갈아타기 위해서, 내린 곳에서 그대로 갈아타기도 한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역이 이와 같은 시스템이 아니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자칫 헷갈려서 잘못 타기라도 한다면, 

이 역시, 무시무시한 교통비의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도쿄의 전철은 여행자들에겐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도쿄의 전철은 시내 중심부를 제외하곤 기본적으로 지상철이라서

따로 관광용 버스를 타지 않더라도, 도쿄의 사람 냄새나는 풍경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꼭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볼 생각이 아니라면, 

도쿄의 전철을 타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 경우엔 이렇게 둘러보다 정거운 동네를 발견하면, 

전철에서 내려서 한 없이 걷는다. 

  

비록, 도쿄타워 같이 남들도 다 아는 유명한 무언가는 볼 수 없더라도,

정겹고, 일상적인 도쿄를 만날 수 있어 좋다.


도쿄엔 케이세이, 제이알, 도에이센, 도쿄 메트로(지하철)까지 총 네 개의 전철이 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도쿄의 전철은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노선끼리는 갈아탈 수 있지만, 

다른 회사의 노선은 개찰구도 구분되어 있는 등, 무료로 갈아탈 수가 없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도자이센을 타고 오테마치역에서 마루노우치센으로 갈아타야 했다.   

둘 다 도쿄 메트로에서 운영하고 있는 노선이지만,

갈아타는데 표를 내고 개찰구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미 표값은 목적지인 이케부쿠로까지 지불했는데, 

개찰구로 나가면 표가 없어지는 줄 알고 직원을 찾아 따졌더니,

무덤덤한 표정으로 오렌지색 개찰구 앞으로 데려다준다. 


표를 넣으니, 도로 나오더라. 


거참.... 불편하다고 해야 할지, 똑똑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서울의 지하철이 훨씬 편리하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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