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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Sep 08. 2021

차박 레이, 여행의 빌런과 마주치다

다락엔 감성

1. 여행 스타일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은 다르다. 

(같을 수가 없지. 맞춰갈 뿐.)

  

그렇기 때문에,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모아놓으면, 

서로를 배려하다가 결국 틀어지거나, 

싸움이라는 막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다지 좋은 기억으로 남지 못하는 여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행을 자주, 많이, 종종 다니는 사람들의 경우,  

이들은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더라도,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그 여행의 시간을 (나름대로) 즐겁고 알차게 보낸다. 


난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로, 

그들은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알고 있다는 것은, 

어떤 여행 이라도, 어느 정도 사전에 각오와 준비를 미리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기대감을 낮추고, 

같이 여행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이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그 와중에서도 여행이 주는 의미를 발견하고, 즐거움을 키워가며 좋은 기억을 남긴다.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미리 다양한 경우를 예측할 수 있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감당할 수 없거나, 즐겁지 않겠다 생각되면, 

그냥 그 여행을 가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행 스타일이란 건 무엇일까?

여행 스타일은 너무도 소소해서, 이런 게 여행 스타일이야 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여행'하면, 가장 먼저 '화장실' 걱정부터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그런 여행 스타일을 알고 있다면)

노지로 떠나는 여행을 가게 된다면,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아니면 도착할 최종 목적지 근처에 가장 가까운 화장실 있는 곳을 미리 검색해 두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다른 스타일의 여행에 함께하자고 할 것이다. 


평소 요리하는 걸 좋아하더라도, 여행은 '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자신의 그런 여행 스타일을 알고 있다면)

의연 중에 요리를 맡기려는 친구들이 있다면, 

미리 양해를 구해서 요리를 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아니면, 친구들을 위해서 쉼을 포기하고 요리를 하기로 마음 먹거나 -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다) 

아니면,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고, 먹는 판을 벌이는 여행이 아닌, 

그 지역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밤에는 모닥불 정도 피워두고 커피나 맥주 정도 마시자고 제안을 할 것이다. 


함께하는 여행의 빌런은. 

'응? 난 다 맞춰. 유별나지 않아.'라고 하는,

자신의 여행 스타일조차 모르는 사람이다. 



2. 내 여행 스타일은 뭘까?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또는 침대에 누워서,

과연 내 여행 스타일은 무엇을까? 

알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여행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 여행 스타일'이라는 것은, 직접 겪어보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머릿 속으로는 산을 몇번이나 오를 수 있지만, 

한번이라도 직접 등산을 해보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저질 체력이었는지, 

당이 떨어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무릎이 나간다는 게 어떤 아픔인지, 

상상으로는 결코 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초심 여행자라면,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알아보겠다는 생각을 조금 해보면 좋겠다. 

내가 이런 건 좋아하지만, 저런 건 싫어하는 구나. 

직접 경험해가며 알아가면 좋겠다. 


친구끼리 여행가면 꼭 싸운다는 말이 있다. 

친구라고 자기가 싸울 줄 알았을까?

여행을 해봐야, 자기도 모르는 자기가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되고, 

그 싫어하는 걸 참는 데, 그걸 몰라주는 게 왠지 서운하고, 

뭐, 이런 것들도 내 여행 스타일을 알고 있다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 여행 스타일'을 말해볼까 한다. 

내 여행 스타일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지만, 

단 한 가지, 못 버티는 게 있는데, 그 한 가지가 무척이나 큰 부분이다.  

바로, 한 장소에 오래 머무는 것을 쉽게 지겨워한다는 거다.


언젠가 바다를 보고 싶어서, 

3시간 넘게 차를 몰고 동해바다를 간 적이 있다. 

3시간이나 넘게 갔으니, 1박이라도 하고 와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 여행을 함께하면 당황할 것이다. 

난, 그날 바다에 도착을 해서는, 

10분 정도? 바다를 지켜보다가, 이내 지겨워져서 '다 봤다'면서 돌아왔다. 

(오히려, 바다까지 가고 오는 드라이브를 즐기는 편이다.

그러니, 차박이 내 여행 스타일과 맞는다 하겠다.)  


이런 내 여행 스타일은, 한 곳에 정착해서 판을 벌이는 캠핑과는 맞지 않는다. (물론, 하라면 하겠지만)

텐트란, 긴 이동 중에 해가 떨어져서 잠시 머물러야 할 때 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침 일찍 도착해서 베이스캠프를 만들 듯 텐트를 치고, 

다음날(혹은 그 이상)까지 같은 곳에 머물면서 먹고 마시는 여행은 내 스타일은 아니다.

 

이런 여행은 난, 좀이 쑤신다. 

그나마 친구들과 함께하는 거라면, 

'친구들과의 어울림'이 좋아서 하루 정도는 버티겠지만, 

같은 장소에서 2틀 이상은 확실하게 무리다. 


그러니,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오죽하겠나.


한 장소에 오래 머물러 있지도 못하지만,  

다른 곳은 어떨까?

저 산 너머는 어떤 모습일까? 

이 도로를 따라 가면 어떤 곳이 나올까?

이런 호기심이 강해서, 곧바로 다른 장소르 계속 이동해 간다. 


그래서, 

난 차박, 정확하게 말하자면 차크닉. 

아니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차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괜찮은 장소에 차를 세워서 한 시간 정도 머물다가 다시 이동하는, 

차.... (뭐 괜찮은 합성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차.... 차.... 차투어? 가 내 여행 스타일과 맞다. 


우리나라에 차박 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나 역시 '차박'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이동성!

그리고 차를 세움과 동시에 그 차가 바로 텐트가 되는 편리성!


차에 짐을 싣고 어디로든 떠나면 되는 게 마음에 든다. 

그렇게 이동을 하다가 졸리면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놓고 자기도 하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이동하는,  

차와 함께하는 여행 스타일이 나에겐 딱이었다. 


그러니까. 

'차박'과는 다른 스타일의 '차박'인 셈이다.   


이러한 차박의 이동성과 편리성 때문에, 

한 때는 차(캠핑카 아닌, 가벼운 차)를 타고 세계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운전석만 남기고, 조수석과 뒷좌석을 떼어내고 (차박 붐이 불기 훨씬 전에 상상하던), 

그곳에 1인용 간이침대를 놓고, 

운전하다가 피곤하면 잠시 잠을 청하면서,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오면, (그곳이 유명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는) 

잠시 차를 세워두고 눈과 가슴에 멋진 풍경을 담는,  

끝없이 이동하는 그런 긴긴 여행을 떠나는 상상이었다. 


언젠가. 

그런 여행을 할 것이다.


라는 글귀를 적고는 싶지만,


솔직히 지금은, 

차로 세계일주를 하는 게 쉽지도 않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달아서,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싶다, 그냥 배낭여행으로 세계일주를 할 것 같다.) 

아쉽지만, 주말마다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는 차박 여행으로 대리 만족을 하고 있다. 



3. 요리보다는 도시락


또 다른 내 여행 스타일은, 

바로 요리를 해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라면은 모를까, 

나 혼자하는 여행에서 요리는 있을 수 없다.


 자취하는 탓에, 집에서도 하는 요리를 여행에서 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무리 요리 기구들을 갖춘다고 해도 밖에서 요리하는 건 불편하다. 

그 불편함이 바로 여행! 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난 귀찮다. 


그냥, 

아이스박스에 맥주 정도 챙기고, 

(1박을 하는 경우에만 마심. 이동을 자주 해서 맥주는 안 마시고 도루 가지고 오면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밥이나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도시락을 챙겨간다. 

아니면, 그 지역 맛집(인지 모르고 그냥 눈에 띄는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포장해 간다.

의외로 시내가 아닌 이상 식당이나 편의점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돌아다니다 보면, 맛집보다는 집에서 싸간 도시락을 먹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커피 한잔의 여유는 만끽하고 싶어서, 최근에 버너를 구입하긴 했다. 

(처음에는 시거짹에 꽂아 물을 끓이는 전기텀블러를 이용했었지만, 차 베터리를 망가뜨린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사용하지 않는다.)

Anyway, 불이 있으니, 고기를 구울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물을 끓이는 용도로만 쓴다. 

가끔.... 오징어를 굽는 정도. 


여행에서의 이런 식습관은 

꽤 많은 여행지의 선택권을 갖게 한다.  

바로 스텔스 차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말 차 하나 세울 정도의 공간이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돌아다니가 눈에 들어오는 장소가 있으면, 

차를 세우고, 한 시간 정도 그 장소를 즐기다 다시 이동한다.  


이것은 곧, 

앞으로 업로드하게 될, 

다락과 함께 하는 여행기의 대부분이, 

유명한 차박지가 아닌 이유기도 하다. 


'여기가 어디야?'

물어도 소용 없다. 

나도 그곳이 어딘지 설명할 길이 없다. 

그냥, 돌아다니다보니.... 눈에 들어와 잠시 머물었을 뿐이다. 



4. 차박이 어려운 장소


차로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차박은 어디에서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의외로 차박이 어려운 곳이 많다. 


바다가 아닌 이상, 

그러니까 도로가 연결되어 있다면

차로 못 갈 곳이 없겠다 싶겠지만,  


그래, 맞다. 

그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의외로 아주아주 많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산속 계곡이나, 산 정상 같은 곳이다. 


이곳에, 

텐트를 치고 머무는 사람이 분명 있지만, 

차박은 안되는 곳이다. 

(차가 들어갈 수 없으니)

 

이런 곳에 짐을 풀고 머물길 원한다면,

차박이 아니라, 트래킹을 해야 한다.  


물론, 

차박하는 사람이 트레킹 하면 안 되는 이유는 없으니, 

날씨에 따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드라이브만 해도 되고, 

내키면 하루 자고 와도 되고, 

아니면 차를 세워두고, 가볍게 짐을 싸서 트레킹을 해도 된다.  


여행은.


일단, 

집의 문지방을 넘는 것.

그것만 해결한다면, 


여행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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