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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Sep 24. 2021

맥주 맛있게 마시는 법

낯선 설렘: 일본

맥주를 좋아한다. 

다이어트를 맥주로 할 만큼 맥주를 좋아한다. 


잠깐, 맥주 다이어트에 대해서 덧붙이자면.

허기가 느껴질 때마다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안주 없이 오직 맥주만 마신다. 

다시 말하자면, 수분만 섭취한다고 보면 되는데, 

내가 맥주 다이어트를 했던 건 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해서가 아니라, 

그 당시 모든 게 다 귀찮아서, 

배가 고플 때 냉장고를 열면, 

가장 눈에 띄고 편하게 잠시나마 허기를 없앨 수 있는 맥주를 마셨을 뿐이다. 

일주일 정도 그 생활을 했는데, 무려 -7~8kg가 빠졌었다. 

위도 쪼그라 들어서 그 후에 식사량도 많이 줄어서 한동안 그 몸무게를 유지하기도 했다. 


물론, 절대로 권하지는 않는다. 

건강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까지도 피 패해지는 게 사실이니까. 


그래, 

고백하건대,

그 당시, 실연 비슷한 상황이라 그랬던 거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하고 싶어서 했던 게, 아니다.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법은.


안주로 갈증 상태를 만들면 된다. 

즉, 갈증이 안주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여행에 관한 에세이를 많이 쓰다 보니, 

굉장히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는 하는데,

난 지독한 집돌이이며, 운동이라는 것을 무지 싫어한다. 

(라이딩은 좋아해서, 드라이브하는 것은 좋아한다.)


평소 걷는 것도 싫어하는 편인데, 

반면, 한 번 걷기 시작하면 주야장천 걷는다.

문지방을 넘기 힘들지, 

한번 넘으면 집에 다시 돌아오길 싫어한다고 해야 하나?


천천히 걸으면서, 

풍경을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한다. 


여행은 걷는 것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여행을 하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가방이 누르는 어깨도 아프다.

날씨가 덥지 않더라도 금방 갈증에 시달리게 된다.


이럴 때, 난 일부러 꾹 참고 최대한 수분을 섭취하지 않는다.

갈증이 극에 다다랐을 때까지 계속 참는다. 

입안이 바싹 말라서, 잘못하면 입술이 서로 달라붙어 살점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그래도 난 참는다.

이렇게 참다 참다가 눈에 띄는 편의점에 들려 시원한 맥주를 산다.

그리고 단숨에 들이마시는데, 

아무리 평범한 맥주라도 너무나 달고 맛있다.


조금은 가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맥주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이런 식으로 맥주를 마시는 게 너무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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