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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05. 2021

여행자와 여행자와의 만남

낯선 설렘: 일본

그날.

그 시간.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이 있다. 


그곳에 살지 않는,

여행자다. 


여행자와 여행자의 만남이 특별하게 와닿는 이유기도 하다. 

그래서 여행자들과의 만남은 그만큼 소중하다. 

그날, 그 시간,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사는 동안 서로의 존재도 모른고 죽게 될 테니까. 


오늘, 

'츠키지'를 마지막으로 계획했던 도쿄의 모든 곳을 돌았다. 

30곳도 넘는 곳을 오직 지하철과 강인한(?) 두 다리로 돌아다녔고, 

얼굴은 도쿄의 강렬한 태양 아래 새까맣게 다 타버렸다.


아무튼, 

일찍 일정을 마무리하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하라주쿠로 향했다. 

젊음의 거리기 때문에 젊은 기운을 받고 싶었다.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서. 


바닥에 자리를 펼치고 공짜로 자신이 찍은 사진을 가져가라고 하는 여행자를 만났다. 

일본을 5개월 동안 배낭여행한 그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마주했던 풍경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여행자는 여행자를 만나면, 

그것도 왠지 감성이 비슷한 여행자를 만나면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다. 


그 자리에 한참이나 앉아서 사진들을 보고, 대화를 나눴다.  

자신의 여행기를 책으로 써서 다음 달에 나온다고 했다. 

우와! 더욱 반갑다. 반가움에 나도 내년 초에 책이 나온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


책이 나오면 선물로 보내주겠다고 하니, 

자신도 자신의 책이 나오는 대로 답례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급속도로 공감대를 찾은 우리는 사진도 찍고, 메일도 주고받았다. 

반갑다. 정말 반갑다. 그리고, 그의 책이 기다려진다.


만나서 반가워.


그 외에도, 

이제는 도쿄의 곳곳이 우리 동네 같은 익숙함이 밀려온다. 


고마운 사람들도 많다.

낯선 여행자에게 왜 다들 그렇게 잘해주는지.

가끔은 무서울 정도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매번 감사하다. 

나에게 이유 없이 잘해주는 사람들, 할 수 있는 건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뿐.


숙소로 돌아갈 때, 늘 맥주 한 캔을 사 가던 편의점의 아저씨도 그렇고, 

어쩐지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눈에 익은 것 같다. 

 

낯선 곳에서 

잠시 여행을 하다가 돌아가는 이방인을, 

그들도 기억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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