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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08. 2021

소설 쓰고 있네

낯선 설렘: 중국

#중국 #상해 #상하이 #감성현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 

창의력이 높은 아이였다. 

국민학생 때는 원고지 1000장 넘게 소설을 써서 반 아이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난 창작과 거짓말을 충분히 구분할 줄 알았지만, 

반 아이들은 "이게 정말이야?"라면서 놀라곤 했다. 

소설이라고 알려주는데도, 소설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았다. 


아무튼, 노래를 들어도, 

그 노래를 BGM으로 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먼저 그렸다. 

그래서 한때는 노래를 들으면서 그 노래가 주는 단편 소설을 쓰는 게 취미였다. 

 

이렇게 훈련 아닌 훈련으로, 

이제는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도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재미있는 놀이다. 

 




여자는 한참을 쇼윈도 앞을 서성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자는 여자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줍니다.


여자의 시선을 따라 바라본 쇼윈도엔 너무도 예쁜 옷이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갑니다.

쇼윈도에 진열된 옷을 점원에게 찾아 보여 달라고 합니다.

점원은 다정한 미소로 찾아온 옷을 남자에게 건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입어보라고 하지만, 

여자는 먼저 가격표를 힐끗 쳐다봅니다.

만만치 않은 가격입니다.

여자는 남자가 그만한 돈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자는 꼼꼼히 옷을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밖에서 볼 땐 예뻤는데 안에서 보니 별로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서둘러 남자의 손을 끌고 밖으로 나갑니다.


“왜, 잘 어울리던데.... 비싸서 그런 거지? 난 괜찮아. 자기만 좋으면 돼.”

“난 처음부터 그 옆에 있는 남자 옷을 보고 있었어. 바보.”

쇼윈도 앞에서 둘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한참을 서 있습니다.


몇 해가 바뀌고 남자는 쇼윈도 앞을 서성입니다. 

얇기만 했던 지갑은 이제 얼마든지 두둑합니다. 

저런 옷은 마음만 먹으면 몇 벌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남자는 혼자 쇼윈도 앞을 서성이고 있을 뿐입니다.








널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어.

잠시 앉아서 쉬려고 앉은자리 맞은편에 네가 있었을 뿐이야.


너의 눈빛은 매우 진지해 보였어.

무언가를 바쁘게 적어나가던 손놀림이 왠지 믿음이 갔어.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가끔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피던 너는

몇 번이나 시계를 보면서도 하던 일은 결코 멈추려 하지 않았어.

그래, 넌 무척이나 야심 차게 보였어.


삼십 분 정도 지났을까?

내가 세 가치의 담배를 천천히 피웠으니, 아마 정확할 거야.

커다란 서류가방을 든 말끔한 정장 차림의 두 남자가 너에게 다가와 앉았어.

서로 악수를 나누고 간단한 담소를 나누곤 곧바로 진지한 표정이 되었어.


커피를 다 마신 난 자리에서 일어났고,

한 시간 정도 다른 곳에 머물던 내가 다시 너에게 왔을 땐, 

때마침 얘기가 끝났는지 너는 두 남자와 굳게 악수를 나누고 있었지.

아마도 뭔가 중요한 계약을 성사시킨 모습이었어. 


나와 전혀 상관없는 너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네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어.


이미 너의 열정을 보았으니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너와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오늘 내가 본 열정이 그때까지 식지 않는다면 말이야. 








늦은 밤 길을 잃었다.

길을 찾으려 할수록 더 깊은 미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헤맸던 걸까?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길 저편에서 두 명의 남자들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먼 거리라서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왠지 험악한 인상이었다.

둘은 무슨 이야기인지 소곤거리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날 바라봤다.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돌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갈까?

아니면 차도로 뛰어들어 지나가는 차를 세워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가고 있었지만, 

내 몸은 얼어붙은 채, 그들 쪽으로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조금씩 그들과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내 입술은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드디어, 그들의 표정까지 읽을 수 있을 만큼 거리가 좁혀졌다.

여러 모로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그들은 오히려 차도 쪽으로 내려가 내 주위를 멀리 돌아서 지나갔다. 

돌아보며 그들과 다시 한번 눈이 마주쳤는데, 

갑자기 그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도망치듯 뛰어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들이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은근히 기분이 나쁘다. 


내 얼굴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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