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설렘: 터키
2시간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 맨 끝에 수많은 여행사들의 로고가 붙어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이곳에서 인쇄된 일정표와 가방에 붙이는 네임택, 그리고 여권커버 등을 받았다.
모두 다 여행사 로고가 찍혀있었고,
내가 낸 거대한 여행 비용에 포함된 것치고는 조잡했다.
네임택만 이름을 적어서 가방에 걸어두고,
나머지는 바로 버리려다가 여행사 직원이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배낭에 넣었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서 대기했다.
패키지여행의 대부분은 대기라고 하더니,
자유여행만 하던 나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화장실 가도 되나?
그 사이에 이동한다고 하면?
나 때문에 다른 여행자들이 피해 보는 건가?
그냥 참아야 하나?
별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무료한 대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커다란 돌돌이(슈트케이스)를 끌고 오는 두 명의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편한 운동복 바지.
실내와 실외를 왔다 갔다 하는 동안 급격하게 바뀌는 기온차에 대비한 면 스카프.
그러면서도 재력을 슬쩍 과시하는 여행용 명품 크로스백과 과하지 않는 로고가 보이는 선글라스.
딱 봐도,
여행 꽤나 많이 한 프로였다.
무엇보다 둘 다 미인이었다.
스타일도 딱 내 스타일.... 아니, 무슨 생각을.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던 두 여자는,
나란히 내가 신청했던 여행사의 테이블로 향했다.
그리고 나처럼 설명을 들으며 몇 번 고개를 끄덕거리고,
그들이 나눠주는 여행사 로고가 찍혀있는 패키지 선물을 받아 들고는,
시크하게 한번 보고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고,
비어있는 내 옆 벤치로 다가와 앉았다.
그러는 동안, 무기력했던 심장이 슬그머니 뛰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공항의 시계를 보는 척,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찾는 척,
슬쩍슬쩍 시선을 돌리며 두 여자를 봤다.
A는 이미 선글라스를 깊게 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자는 듯했고,
B는 "터키 가이드북"을 이리저리 넘기면서 대기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패키지여행은.
그날, 함께 여행하게 될 사람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어찌 되었든 여행 내내 붙어 다닐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엄마와 둘이 처음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모녀.
엄마, 아빠와 어린 두 딸이 함께 휴가를 온 가족.
우리 그룹의 미적 기준치를 급격하게 올려버린 A와 B.
남자 사촌끼리 온 C와 D.
그리고 나처럼 혼자 여행을 온 여행자가 나 포함해서 4명 더.
우리를 한국에서부터 터키까지 인솔하는 가이드는,
패키지에 이처럼 혼자 여행을 오는 여행자가 많은 경우는 무척이나 드물다고 했다.
대부분 1명, 많아야 2명 정도.
대부분 가족이거나, 커플인데, 이번 그룹은 참 신기하다고 할 정도였다.
이동한다고 한다.
비행기 타러 간다고 한다.
B가 잠시 눈을 붙였던 A를 시크하게 툭 쳐서 깨운다.
잠시 멍을 때리며 잠을 털어내던 A가 먼저 일어난 B를 따라 일어난다.
그리고 그 뒤로,
나도 일어난다.
누가.... 패키지는 여행이 아니라고 했나?
누가.... 패키지는 재미없다고 했나?
무기력했던 내 심장이.
두근두근.
이렇게 뛰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