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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Dec 26. 2021

패키지도 여행이다_향기로운 동네, 사프란볼루

낯선 설렘: 터키

비행기 안에서 밤은 넘기고,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을 땐 하늘이 훤했다. 


귓가에 들려오는 낯선 언어. 

주위를 둘러보면 짙은 눈동자의 낯선 얼굴들. 

그리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닮은 듯 다른 낯선 기후와 냄새.


그 낯섦이 주는 묘한 설렘에 내 입가엔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빠르고 신속하게 공항을 빠져나오고, 

대기하고 있는 커다란 대형버스에 올라탔다.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한큐에 움직이는 동선이었고,  

모든 것이 너무도 편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아, 패키지가 좋긴 좋구나. 


버스는 크고, 

우리(패키지 일행)의 수는 적으니, 

짝이 있는 사람들도 넓게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았다.


이번 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옮겨 타지 않으니, 

귀중품이 아니라면 놓고 다녀도 된다고 했다. 


버스는 복잡한 이스탄불 시내를 벗어났다. 

이스탄불은 일정 마지막에 다시 들리게 되니, 

일단은 패스다. 


시내를 벗어나자, 

창밖으로 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그 땅덩어리 어찌나 넓던지, 눈이 시릴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신나게 달리던 버스는, 

사프란볼루라는 지역에 우리를 내려놨다. 


사프란볼루는 터키 전통 가옥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고, 

그 전통 가옥에서 묵을 수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서울에 있다가, 

완전 다른 언어와 다른 모습의 이국에서도, 

시간까지 뛰어넘어 과거로 돌아갔으니,

그때 느껴지는 묘한 기류는,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거니는 골목이 정겹고, 

낡은 가옥과 낡은 차들이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마저 들게 했다. 


숙소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낸 비용에 비하면, 너무 후진데....'라면서 투덜거리는 일행도 있었다. 

그 말을 들으니까, 또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일단 난 아늑하고 어딘지 모르게 예스러운 느낌에 만족했다.


방을 배정받아서 짐을 풀고 잠시 창밖으로 풍경을 바라보았다. 

참 예쁘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갑자기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오는 소리 같은데, 노래도 아니고 주문도 아니고.... 

처음에는 전쟁이라도 난 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기도소리. 

그 평화의 소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는 전쟁을 연상케 하는 두려운 소리였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종교란 분명 선량함이 기본일 텐데.

그 종교를 믿는 자에게는 평온한 기도가,

그 종교를 믿지 않는 나에게는 불편하기도 하니까. 


(물론, 터키 여행의 끝무렵에는

그 기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릴 만큼 익숙해졌지만.)   


기도소리와 함께.

해가 저물어간다. 


앞으로의 본격적인 터키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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