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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an 04. 2022

패키지도 여행이다_터키, 아느트카비르

낯선 설렘: 터키

솔직히.

자고 일어났더니 어딘가에 도착해있었다. 

물론, 그곳에 가는 내내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설명을 했지만, 

창밖 풍경에 눈을 뺏긴 체, 거의 모든 내용을 흘려 들어서, 도착한 곳이 어딘지도 몰랐다. 


내리라니까, 내려서. 

몇 시까지 모이라니까, 그 시간까지 둘러보는.

꼭 가고 싶은 이유가 없지만, 그래도 터키에 오면 남들은 다 가는 곳이라니까. 


패키지의 장점이자 단점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도 편하게 장소에 도착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장소가 아니거나, 내가 원하는 장소는 가지 않거나. 


그런데 후자는 크게 속상하지는 않다. 

패키지라는 게 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도착한 곳은 앙카라. 

터키의 수도다. 

이스탄불이 터키의 수도가 아니라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다. ㅡ..ㅡ


앙카라에서 찾아간 곳은, 아느트카비르. 

터치의 초대 대통령과 두 번째 대통령의 묘가 있는 곳이다.

그들이 얼마나 터키를 위해서 열심히 했는지, 압도적인 규모에서 알 수 있었다. 


사실.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여행하는 나라의 역사를 배우는 것처럼 의미 있는 여행은 없겠지만, 

뭐랄까.... 가슴에 확 와닿지는 않았다. 


쿠바의 체 게바라는, 

관심도 있고, 전기도 읽어서 그의 발자취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터키의 대통령을....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엄중하고 의미 있는 아느트카비르지만, 

나에게는 패키지에 포함된 관광지였다. 


게다가, 버스에서 내리기 전, 가이드가 

이곳이 터키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신신당부를 하면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면서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사진을 찍었을지도 모른다. 


아느트카비르의 거대한 기둥 옆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잠시 더위를 식힌다던지, 

근엄한 근위병 교대식을 보면서 나의 군 생활을 떠올린다던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최대한 터키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갖추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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