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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an 06. 2022

패키지도 여행이다_패키지에 혼자 참가하면 어때?

낯선 설렘: 터키

패키지에 혼자 참가해서 돌아다니는 것과, 

처음부터 혼자 배낭여행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둘 다 '나 혼자 여행'하는 건 같지만,  

패키지는 사실, 혼자 참여했더라도, 혼자 여행한다고 하기에는 살짝.... 어폐가 있다. 


뭐랄까.

혼자 아닌 혼자 같은 혼자랄까?

이상하게 어중간해진다.  


자아.

사람들이 패키지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행기 예약, 숙소 예약, 식당 예약, 교통 예약, 관광지 예약.... 

모든 걸 가이드(업체)가 알아서 해결해주는 편리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나 혼자만을 위한 가이드라면 당연히 좋겠지. 

그런데, 나 혼자만을 위한 가이드가 아니다. 


갑자기 내 옆에 낯선 누군가가 같이 여행을 하게 된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다. 열명 정도가 된다.

서로 고향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른데, 

그냥 묶여서 같이 다니라고 한다. 


일행이 꽤 괜찮다면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겠지만. 

음.... 그런 일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감독이 되어서, 

내 입맛에 맞는, 열 명의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아니라면, 

무작위로 모인 일행이 과연 얼마나 마음에 들까.

반대로. 그들은 또 내가 얼마나 마음에 들까.  


싫으나 좋으나 계속 같이 다녀야 하는 일행이 생기는데, 그 일행이 별로라면? 

너무도 죽이 잘 맞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추억도 여행도 엉망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혼자 참여한 패키지는 살짝, 

혼자 참여한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혼자 떠난 그 많은 배낭 여행길에서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을.

여럿이 함께 복짝복짝대며 돌아다니는 패키지에서 느끼게 된다.  


패키지는 대부분 2명 이상의 연인, 친구, 가족이 함께 참여한다. 

(물론, 나처럼 혼자 참여하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끼리끼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챙김', '배려', '웃음', '대화' 등은,

차라리 안 보면 모를까, 계속 마주하게 되니까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특히, 

식당에서 혼자 앉아서 밥을 먹거나,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혼자 돌아다니거나 할 때,

좀, 많이, 쓸쓸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그들 사이에 낄 수도 없다. 

억지로 끼어들면 당연히 민폐고, 

어찌어찌 끼어든다고 해도, 

처음 보는 남을 어찌 '가족, 친구, 연인'처럼 대해줄 수 있겠는가.


솔직히 이렇게 중간중간 밀려드는 외로움과 소외감이 생각보다 크다. 

뭐랄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데도, 

패키지 속에서의 혼자는.... 은근히....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나 외 혼자 온 사람이 있다면.

둘이 서로 챙겨주고 하면 되지 않겠냐 싶겠지만. 


결국, 남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고. 

혼자 왔다는 이유만으로. 

남이고, 처음 보는 사람을 어떻게 챙겨주고, 챙김을 받겠는가.


패키지가 소개팅 자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미가 갖거나, 관심사가 같은 것도 아닐 텐데. 


선남선녀가 각자 혼자 와서, 

패키지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은근슬쩍 썸을 타듯 여행을 하게 되는 건.


드라마, 영화, 예능에서나 일어나는.

그러니까 현실에서는 거의. 

아니,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직업정신을 발휘하여 가이드가 나랑 놀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 똑같이 비용을 지불했고, 

그렇기 때문에 가이드는 일행 모두를 똑같이 챙겨줘야 하는데, 

'혼자 왔다는 이유만으로' 스케줄 내내 나랑만 놀아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랬다면, 분명 다른 사람들이 크게 클레임을 걸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유명한 모델 정도의 피지컬이라면.

가이드도 사심을 섞어, 어떻게든 나랑 놀아주겠지만.

아쉽게도 난.... 피지컬이 좋지도 않고, 잘생기지도 않았다. ㅡ..ㅡ


그래도 몇 번은

어쨌든 함께 패키지에 참여한 일행이니까.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하고, 

저녁이면 술이라도 같이 하자고 하지만, 

거의 일회성에 그치고 만다. 

그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친절할 뿐이다.  

어쨌든 일정 내내 같이 다녀야 하는 일행이니까.


그런데!

정말 운 좋게도!

정말 다행히! 


내가 참여했던 이번 패키지의 일행들이 다 괜찮았다.


다들 어쩜 그렇게 매너들도 좋고, 

서로에 대한 배려심도 깊고, 


무엇보다 나랑 내내 같이 어울렸던 자매 둘은,  

나이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여행'이라는 공통 주제가 있어서, 금방 친해졌다.

우리는 적당히 놀 줄 알았고, 적당히 배려할 줄 알았고, 적당히 챙겨줄 줄 알았다. 


물론, 

밤에 함께 술을 마시면 엄청나게 친해졌다가,

다음날 조식을 먹으러 식당에서 마주치면 살짝 서먹해졌다가,

낮에 스케줄대로 이동할 땐 거리감을 두었다가, 

다시 밤이 돼서 술을 마시면, 전날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져서 다시 친해졌다.


밤이 쌓여갈수록,

점점 더 친해져서, 


결국, 

이 여행의 마지막. 

서울(인천)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잠도 자지 않고 내내 떠들면서 왔다. 


가이드도 친해진 우리를 위해 

자리도 나란히 붙여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그러니까. 

마무리를 하자면. 


패키지를 참여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것은. 

스케줄이 어떤가, 비용이 얼마인가.... 보다는. 


함께 가게 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이다.


물론, 

앞서 이야기했듯이, 

내가 일행을 캐스팅할 수도,

일행이 날 고를 수도 없다. 


이 모든 게. 

운이다. 


여행에 있어 상당수가 운빨이 중요하듯이.

패키지도. 함께 할 일행에 대한 운빨이 중요하다. 


그래서, 패키지는 나처럼 혼자 참여하는 경우가 드문지도 모르겠다. 

최소 한 명 정도는, 내가 캐스팅한 사람이 같이 있어야 마음이 편할 테니까. 


바로. 

친구나, 연인이나, 가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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