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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an 17. 2022

패키지도 여행이다_여행자의 예의, 고객의 권리

낯선 설렘: 터키

패키지 여행의 편리함은,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주는 대로 먹고, 가는 식당으로 가면 된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정겨운 마을로 들어갔다. 

이곳에 왜 식당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지대에 있어서 식당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예뻤다. 

게다가 나름 고급식당에 속한다고 했다. 


패키지가 아니라면, 

알 수도 없고, 

가지도 않을 식당과 메뉴. 


새로운 경험이다. 


터키 식사가 나오고, 

살짝 입맛에 맞지 않은 어르신(일행)은, 

한국에서 싸온 도시락 김을 꺼내 드렸다. 

김치도 싸오셨다고 하는데, 김치는 냄새가 날까 봐 이런 공공장소에서는 열지 않으셨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

그 '김' 냄새가 역하다며, 식당 안 터키 손님들이 주인에게 항의를 했다. 


김에 냄새가 있었나?

아, 냄새가 있긴 하지.

그 희미한 냄새가 역했던가?

김이 냄새가 나면 얼마나 난나고....


그런데, 

어르신은 항변도 못하고,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서둘러 가져온 김을 봉지에 싸 넣고, 

남은 식사를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우리 편(?)이라 생각했던 가이드는, 

다른 나라에서 지켜야 할 예의에 대한 연설을 늘어놓았다. 


우리에게는 좋은 것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그것은 맞고 틀림이 아니고, 

그것은 지켜야 할 현지인에 대한 존중이자 

여행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라는. 


맞는 말이었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방문해서, 

그 나라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은 선에서, 

얌전히 관람(?)을 하는 게 맞지....


그래, 맞지....


하지만, 

그 맞는 말이, 왜 그렇게 듣기 싫던지. 

그 맞는 말에, 왜 패키지 여행사는 쏙 빠지고, 

우리는 여행자 이전에 정당한 페이를 지불한 고객이라는 말은 쏙 빠지는지. 


이래저래 따지고 싶었지만, 

이러한 따짐조차도 단체 생활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닐 듯싶어서.

그리고 그 어르신이 내 부모도 아니라서. 

결국, 입을 다물었다. 


그런 내 모습이 또 실망스러워서, 

입맛을 잃은 식사를 대충 끝내고, 

일찌감치 식당을 나와 주위를 둘러봤다. 


안 좋은 내색.

단체 생활에서 내지 않는 게 좋다. 

적어도 김을 꺼내 먹은 어르신은 상당히 기분 나쁜 경험일 테지만, 

그 외 다른 일행들은 이 순간도 즐겁게 즐겨야 할, 

1분 1초가 아까운 자신만의 여행일 테니까. 


그 여행을 같이하고 있는 일행이,

안 좋은 기분을 팍팍 티를 낸다면, 

결국 모든 분위기가 안 좋아질 테니까. 


그냥, 지금의 기분은 빨리 떨치는 게 좋겠다 싶었다. 


식당 밖은 한가로운 마을의 풍경이었다. 

한적하니, 정겨웠다. 

이렇게 조용한 마을에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단체 생활이 아니고, 

곧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는 가이드의 안내만 없었다면,


골목골목을 거닐면서, 

마을을 한 바퀴 그게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마을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는데, 

웬 건물에서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어린아이들.

 

아, 저 건물이 학교였나 보네. 


내가 생각하는 학교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서 학교라는 생각도 못했던 곳에서, 

아이들이 즐거운 듯 총총거리는 발걸음으로 하교를 하시 시작했다. 


닮은 듯 다른 모습. 

학교지만 학교 같지 않은 건물. 

아이들이라면 어느 나라도 똑같을 즐거운 하굣길. 


한참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는, 

어르신에게 부탁해서 가지고 계신 도시락 김을 좀 얻어와야겠다. 

맥주 안주에는 도시락 김이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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