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현 Jan 18. 2022

패키지도 여행이다_소금 호수

낯선 설렘: 터키

휴가는 회사 일의 '쉼'이다.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다시 회사 일로 돌아가기 위함 재충전에 회의를 느꼈다. 


'9 to 6'의 시간을 할애한다. (물론 그 이상이지만)

하루에 9시간. 출퇴근 시간까지 대충 11~12시간. 

내 하루의 24시간 중 절반을 회사가 가져간다. 12시간 중 9시간만 계산을 하면서. 

게다가 하루 24시간 중 가장 효율이 높은 아침과 낮에 절반 이상의 시간을 가져간다. 


마치, 광어회를 시키면, 

윤기 나는 살은 회사가 가져가고, 

나머지 서덜(서더리)을 가지고 내가 써야 한다. 

내 시간임에도 내가 원하는 시간대를 내 마음대로 쓰질 못한다. 


그렇게 남은 하루의 서덜은 효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밤과 새벽.

그마저도 절반 이상을 잠으로 날린다.


알차게 시간을 쓴다면, 

해가 없는 6시간 정도를 얻게 되는데, 

이 역시 현재의 나보다는 미래의 나를 위해 쓴다.

당장 내일 출근하는 길에 교통사고로 죽을지도 모르는데. 


난, 욜로(Yolo)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나를 위해 보다 많은 시간, 많은 비용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과소비, 돈의 과소비는 아니다. 

그건, 미래의 나를 위한 일은 또 아니니까. 


사회는 60~65세부터 일을 쉬라고 한다.

회사는 그보다 빠른 50세 정도부터 눈치를 준다. 

그 눈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관리직이 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위와 아래에서 눈칫밥을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데드라인은.  

그러니까, 60~65세, 50세.... 

이런 데드라인마저도 왜 스스로 정할 수 없는 걸까?


미래의 내가 얼마나 돈이 필요할지 모르니까. 

일단은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는 말. 

맞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얼마나 벌어야 할지.... 

정말 60세까지 일을 해야지만 벌 수 있는지?


답은 없다. 


매일 10만 원짜리 저녁을 먹어야 행복하다는 사람은. 

1년에 식비만 3천6백5십만 원이다. 

하지만 매일 1만 원짜리 저녁이면 충분하다는 사람은, 

1년에 3백5십6만 원만 있으면 식사는 해결이다. 


후자인 사람이, 

때론 저녁 약속도 있고, 

때론 술 한잔도 해야 한다고 해도, 

5백만 원 이상의 식비를 벌 필요가 있을까?

5백만 원만 벌고, 일을 멈추면. 

그렇게 해서 회사에 뺏기지 않고 내가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난. 

필요한 만큼만 벌고.

내 시간을 갖고 싶다. 


그렇게 갖은 시간은.


잠도 자고.

만화책도 보고. 

게임도 하고.

멍 때리기도 하고.


실컷 해보고,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여행도 다니고, 

싶다. 


식비 외에도,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살 돈을 벌고,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살 돈을 벌고, 

여행을 다니기 위해 경비를 벌어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나의 소비를 하는데.


하루에 절반을 회사에 빼앗길 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고민하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 해답을 찾기 전까지는.

회사를.

다녀야겠지.


터키의 소금호수(튜즈골류)를 거니는 동안, 

많은 생각에 잠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패키지도 여행이다_여행자의 예의, 고객의 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