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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an 17. 2022

나의 여행의 (       )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집이 싫었던 이유는, 집안 분위기 때문이었다. 

사업이 망한 아버지는 끝내 재기를 하지 못하고,

실패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주변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 무렵부터 집이 싫었다. 


아버지가 돌린 남 탓은 

회사 사람에서 시작해서 엄마에게로, 형에게로, 나에게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미친 듯이 욕을 하거나, 손지검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엄마도 맞았고, 형도 맞았지만, 난 맞지 않았다. 

그것도, 난 싫었다. 


집안 가득 짓누르는 무거운 공기를 아버지는 매 순간 뿜어댔다. 

그리고 엄마는 그런 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릴까, 늘 나의 눈치를 살폈다. 

그 눈치도, 난 싫었다. 


그렇다고 그런 엄마를 이해해서,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지도 못했다. 

나 역시도, 아버지와 다른. 

다른 종류의 원망을, 모두에게 내뱉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20살이 되자마자 독립을 일찍 했다.

그러다 엄마가 아프다며, 그 아픔이 나에 대한 걱정이라고,

아버지가 찾아왔기에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며칠은 화복 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다시 반복됐고, 

난 다시 숨 막혀했다. 


회사를 다니던 난,

야근을 밥먹듯이 했고, 

주말이면 내 방 안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그러다 휴가를 떠나게 되면, 최대한 길게 갔다. 

가능한 집에서 멀리 떠나려 했고, 그렇게 외국을 돌아다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여행사에 취업을 했을 텐데....


그때는 어려서.

내가 왜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지 몰랐다. 

그저 나들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다. 


아무튼 결국.

어두운 기운만 내뿜는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난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가출이라고 허기엔 난 이미 

군대도 다녀오고 직장에서 팀장이라는 직책도 있는 다 큰 성인이었다. 


남들이 부모님을 모시는 나이가 되어서,

난 아버지를 버렸고, 엄마를 외면했다. 


그렇게 다시 독립을 하고, 

난 여행보다는 집을 좋아하는 걸 알았다. 


가끔은 약속이 생겨도, 

바로 취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만큼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이 좋았다. 


떠나고 싶은 마음과

머물고 싶은 마음이 늘 공존했다. 


이런 이중성은 점점 커졌다. 


그래도, 여행을 하던 버릇이 있어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집에서 뒹굴거리는 행복이 더 좋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뒹굴거리면, 

인생을 허비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다행히 글쓰기는 재미있었다. 

남들이 밤새며 게임에 빠져있을 때, 

난 밤새며 글을 썼다. 글 쓰는 게 즐거웠다. 

그리고, 인생을 낭비하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처음엔, 

내 여행을 정리했다. 

정리한 여행기가 아까워서 출판사에 보냈고, 

운이 좋게도 출간을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그렇게 십여 년이 흐른 것 같다. 


지금도 여행보다는 집이 좋고,

코로나 시대가 정리가 되더라도 여행을 갈지 안 갈지 모르겠지만. 


난, 

오늘도.


나의 여행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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