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집이 싫었던 이유는, 집안 분위기 때문이었다.
사업이 망한 아버지는 끝내 재기를 하지 못하고,
실패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주변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 무렵부터 집이 싫었다.
아버지가 돌린 남 탓은
회사 사람에서 시작해서 엄마에게로, 형에게로, 나에게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미친 듯이 욕을 하거나, 손지검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엄마도 맞았고, 형도 맞았지만, 난 맞지 않았다.
그것도, 난 싫었다.
집안 가득 짓누르는 무거운 공기를 아버지는 매 순간 뿜어댔다.
그리고 엄마는 그런 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릴까, 늘 나의 눈치를 살폈다.
그 눈치도, 난 싫었다.
그렇다고 그런 엄마를 이해해서,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지도 못했다.
나 역시도, 아버지와 다른.
다른 종류의 원망을, 모두에게 내뱉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20살이 되자마자 독립을 일찍 했다.
그러다 엄마가 아프다며, 그 아픔이 나에 대한 걱정이라고,
아버지가 찾아왔기에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며칠은 화복 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다시 반복됐고,
난 다시 숨 막혀했다.
회사를 다니던 난,
야근을 밥먹듯이 했고,
주말이면 내 방 안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그러다 휴가를 떠나게 되면, 최대한 길게 갔다.
가능한 집에서 멀리 떠나려 했고, 그렇게 외국을 돌아다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여행사에 취업을 했을 텐데....
그때는 어려서.
내가 왜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지 몰랐다.
그저 나들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다.
아무튼 결국.
어두운 기운만 내뿜는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난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가출이라고 허기엔 난 이미
군대도 다녀오고 직장에서 팀장이라는 직책도 있는 다 큰 성인이었다.
남들이 부모님을 모시는 나이가 되어서,
난 아버지를 버렸고, 엄마를 외면했다.
그렇게 다시 독립을 하고,
난 여행보다는 집을 좋아하는 걸 알았다.
가끔은 약속이 생겨도,
바로 취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만큼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이 좋았다.
떠나고 싶은 마음과
머물고 싶은 마음이 늘 공존했다.
이런 이중성은 점점 커졌다.
그래도, 여행을 하던 버릇이 있어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집에서 뒹굴거리는 행복이 더 좋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뒹굴거리면,
인생을 허비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다행히 글쓰기는 재미있었다.
남들이 밤새며 게임에 빠져있을 때,
난 밤새며 글을 썼다. 글 쓰는 게 즐거웠다.
그리고, 인생을 낭비하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처음엔,
내 여행을 정리했다.
정리한 여행기가 아까워서 출판사에 보냈고,
운이 좋게도 출간을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그렇게 십여 년이 흐른 것 같다.
지금도 여행보다는 집이 좋고,
코로나 시대가 정리가 되더라도 여행을 갈지 안 갈지 모르겠지만.
난,
오늘도.
나의 여행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