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현 May 17. 2022

다이어트, 뭘 먹어요, 그럼?

한약의 효과가 얼마나 강력할지 모르겠지만, 

의사는 약 먹는 시간을 알려주면서, 몇 가지 당부를 했다. 


밥, 면을 끊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탄수화물은 가급적 먹지 말아라, 아예 안 먹으면 더 좋고. 

그리고 술. 


누구에게는 '네. 그렇게 하죠.'라면서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당부 일지 모르지만, 

난 솔직히, 멘붕이 왔다. 




난 요리를 못한다. 

그렇다고 매끼 배달음식이나 식당에서 먹을 만큼 재력이 좋지도 않다. 

그런 내가 한 끼 다운 한 끼(?)를 먹기 위해서는, 


1.

가장 만만한 게 라면이다. 

라면이 칼로리가 높아서 살찌기 쉬운 음식이라는 이야기는,

인터넷을 통해 하도 들어서, 

평소 먹으면서도 국물까지 다 먹으면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 탄수화물


2.

그다음으로 만만한 건, 냉동밥이다. 

주로 볶음밥류인데, 한 끼 분량씩 소포장되어 있는 식품으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어도 되고, 프라이팬에 볶아먹어도 된다.

난 반숙 계란 프라이를 올려먹는 걸 좋아하기에, 프라이팬에 볶아먹는 걸 선호한다. 

- 탄수화물


3.

그리고는, 사골국물에 즉석밥이다. 

파를 좋아해서, 사골국물에 파를 잔뜩 넣고, 즉석밥 하나 말아서 후루룩 먹는다. 

- 탄수화물


거의 매끼를 저 3가지를 돌려먹는다. 

(라면 종류가 많으니 가짓수로는 더 많겠지만, 일단 카테고리는 저 3가지다.)


주식이 탄수화물이라, 

일단 앞으로 저 주식 3가지는 가급적 먹지 않아야 한다는 말인데.... 그럼 뭘 먹으라는 거지?


주식 외, 또 주식처럼 먹는 게 있긴 하다. 바로, 술. 

(이게 가장 문제겠지? T^T)


4. 

치킨에 맥주도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치킨을 배달시켜서 한 번에 다 먹지는 못하고, 

대게는 이틀에 나눠 먹는다. 

그리고 그때마다 맥주 1,000cc 정도를 곁들인다. 

배 터지게 먹는다기 보다는, 그냥 허기가 사라질 정도인데....

아무튼, 이 역시 먹으면서 죄책감이 들긴 한다. 


5. 

고기(삼겹살, 목살, 잡부위, 족발....)에 소주도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요즘은 냉동식품으로 소량 포장해서 팔기에, 사다 놓고 생각날 때마다 해동해서 먹는다. 


그리고, 술과 함께 먹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한 번, 별식으로 만들어 먹는 게 떡볶이다. 


6. 

떡볶이에 탄산음료.  

단걸 별로 안 좋아해서, 설탕은 아예 넣지 않는다. 

달콤 매콤한 맛이 아니라, 얼큰한 떡볶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쌀떡을 주로 넣고, 계란, 만두, 소시지, 어묵과 함께, 
파를 잔뜩 넣어 만든다. 

일요일엔 짜파게티 먹는 날이라고 하지만, 

내 경우에는 일요일엔 떡볶이를 해 먹는다. 


7.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하기 싫다. 

설거지가 나와서 싫다. 

하는 날에는 빵에 우유를 마신다. 

빵 하나에 우유 1L 정도 마시는데, 

장이 안 좋아(?)서 바로 화장실로 달려간다. 

왠지 장 청소를 하는 것 같아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의식적으로 먹는 메뉴이긴 하다. 


이 7가지가 거의 내가 섭취하는 음식의 전부다. 

손님이 오는 경우를 빼놓는다면,

약속이 있어서 외식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난 이 7가지를 돌려가면서,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는 특별한 반찬도 없다. 그냥 김치 하나가 다다. 

요즘 꽈리멸치볶음을 배워서 만들어보긴 했는데, 아무튼 반찬은 김치가 전부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는 뭐, 별다른 게 없다. 

외식을 하지도 않고, 군것질도 거의 안 한다. 

아이스크림, 초콜릿.... 이처럼 단건 거의 먹지 않고 (아주 가아아아끔 당길 때가 있긴 하다)

아메리카노 커피를 매일 한잔씩 마시는 정도다.  


무엇보다, 

먹는 것에 큰 욕심이 없다. 

아무리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진짜로 맛깔스럽게 먹는 프로그램을 봐도, 

그냥 맛있나 보다. 맛있게 먹나 보다 하지, 

와! 저거 꼭 먹어야 돼. 먹고 싶다!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배고프니까 먹는다. 


아마도.

이 문장이 나의 식습관을 대변하는 문장이라고 하겠다. 

 



아무튼, 

의사의 당부에 따라, 탄수화물과 술을 빼면.


뭘 먹어야 하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 두부와 김치

- (삶은) 계란

- 방울토마토

- 고기

- 생선


뿐이었다.

(어라.... 적고 보니.... 종류가 꽤 되는 것 같네....)


다이어트를 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샐러드도 있고, 스무디도 있고....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는데. 

솔직히.... 뭘 어떻게 먹으라는 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 내가 답답했는지, 

스타벅스 같은데 가면, 다이어트식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이 있으니, 사 먹으라고 한다. 


평소. 

스타벅스 커피면 차라리 든든한 해장국을 먹겠다. 

샐러드나 샌드위치라면 차라리 시원한 맥주를 먹겠다....

같은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어서....

선뜻, 지갑을 열지는 모르겠다. 


 



일단!

만만한 걸로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생두부와 김치. 삶은 계란, 방울토마토.


일단, 이것만 먹으면서, 

해보고(버텨보고) 

물려서 도저히 못 먹겠다 싶으면,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해 보겠다 싶다. 


그나저나.... 

다이어트가 이런 거겠지.


먹고 싶은 것 참고,

하기 싫은 운동 하고.


따지고 보면, 

살이 찐다는 건 참 간단한 원리 같다.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을 먹으면, 살이 찐다. 

다시 말해,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만큼 먹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진다. 


이 간단한 걸,

왜 난 못해서.... 


그러니까. 

맛에 엄청 민감해서, 

맛을 느끼고 싶어서 안달하는 것도 아닌데, 

배고픔 정도만 해결하는 차원에서 그냥 먹는 정도인데,


왜 난 소식을 못하는 걸까?




1 day. 81.9kg

어제 고기에 소주 먹고 잤는데.... 어랏? 살이 빠져있다.

쉿!



매거진의 이전글 다이어트, 곰돌이 푸우가 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