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되돌아올 수 없는 편도행 티켓을 끊다

by 하짜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많이 나아졌다고 확신했다.


몰랐던 나에 대해 알게 되고, 깨닫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라고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지금 내 주위에 관계를 맺고 지내는 사람은 적지만 그 안에서도 나를 돌아보게 하는 상황들이 생겼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가족과 먹고사는 경제 수준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내 안에 있는 ‘민감·예민 레이더’가 촉을 세우고 발동한다. 어렸을 적에는 단어만 들어도 비관적인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했다.


지금은······. 솔직히 지금은 그저 이런 생각밖에 안 든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남들이 나를 불쌍하게 보는 시선을 받기 싫고, 동정받기 싫은데.’


남들은 내 깊은 과거가 들춰지면 내가 정말 미워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불쌍하다는 듯, 안 됐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기, 급하게 위조된 따뜻한 척 대해주기가 그것이다. 거기서 더 깊이 들어가는 사람은 나에게 이런 말들을 하곤 했다.


“그럴 때일수록 더 열심히 살아야지.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금 니 상황을 보니까 니는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위에 저런 말들을 들으면 이렇게 얘기해 주고 싶다.


“왜 더 열심히 살아야 하지? 부모님이 옆에 안 계시는 거랑 열심히 사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나는······ 나는 사는 거 자체가 어쩔 때는 버겁고 힘들다고... 정말 힘들어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어르고 달래 가며 살아야 하는 심정을 니들이 알기는 아냐? 뭣도 모르면서 함부로 지껄이지 마. 니들 논리에 따르면 나는 힘든 것도 두 배, 세 배로 힘들다. 나도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니까 나한테 관심도 없으면서 오지랖 떨지 마.” (원래는 뒤에 욕이 붙지만 여기서는 쓰지 않겠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저랬다.


그래서 더더욱 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직까지 저기에 얽매여서 흔들리고 신경 쓰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거다. 남들의 시선에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리고 내 과거가 슬프고 힘든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와중에 즐겁고 행복하고 웃겼던 추억들도 송골송골 맺혀 있다. 지금보다 더 촉촉한 삶이었던 것 같다. 그게 슬프건 행복하건.


남들에게 과거를 얘기하는 건 싫으면서도 혼자서 과거를 회상하는 순간은 즐겁다. 남들이 궁금하고, 묻고 싶은 건 내가 외면하고 싶은 과거이고, 내가 즐거워하는 과거는 모두가 웃고 있는 순간들이니까.


기록하면 나아질까 싶어서


브런치를 쓰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기록의 놀라운 효능이었다. 긍정적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면 더 기억하기 쉬운 건 당연지사고. 부정적이고 외면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면 내 머릿속에서 그 기억들이 점차 지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워진다’기 보다는 속 안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면서 속이 좀 비워진 것이겠지만.


그렇기에 용기를 내서 내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얘기를 해보려 한다. 비울 건 비우고 챙길 건 챙겨서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보려고. 기록하면 지금보다 나아질까 싶어서.


가족, 가난, 질병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나를 이루는 단어들이 있다. 바로 가족, 가난, 질병이다. 이 단어들은 내 인생 전체를 아우르거나 큰 변곡점을 이루게 하고 아픔과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한 번 떠나면 되돌아올 수 없는 편도행 티켓을 끊고 나는 지금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https://youtu.be/ZGqk178UIMY?si=0llGqH_iL3X2Vf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