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섰지만 반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아이들은 시끄럽게 떠들기 바빴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어보니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리틀 전지현이랑 서열 1등이랑 사귄대!”
“둘이서 저기 저 뒤뜰에서 뽀뽀했대.”
확실치 않은 소문임에도 불구하고 내 억장은 산산조각이 난 채로 무너졌다. 제일 정확하고 확실한 건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
나는 리틀 전지현이 돌아와서 아니라고 극구 해명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수업 종을 치기 1분 전쯤 그녀가 교실에 들어왔다. 남자아이들 중에 나서기 좋아하는 녀석이 금세 참지를 못하고 큰 소리로 물었다.
“야! 너 서열 1등이랑 사귀냐? 뒤뜰에서 뽀뽀도 하고?”
“응. 왜 나는 서열 1등이랑 사귀면 안 되니? 서로 좋아하면 사귈 수도 있지! 안 그래?”
리틀 전지현은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듯 태연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 입 밖으로 내뱉지만 않았지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남자애들은 깊은 한숨을 속으로 푸-욱 쉬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와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주마등처럼 떠올렸다. 그때의 그 일들이 나한테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거였구나 하며 마음으로 눈물을 삼켰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사랑에 관해서는 순탄지 않았고 늘 비극으로 끝이 났다. 언제쯤 해피엔딩으로 끝나려나?)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리더가 ‘목욕탕 패밀리’를 모아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우리는 모두 얼굴에 그늘이 져있었다.
리더는 아직 실망하기 이르다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말했다.
“야! 저거 진짜로 좋아서 사귀는 거 아니다. 서열 1위 배후에는 양아치들이랑 중학교 일진 누나들이 있다. 리틀 전지현은 어쩔 수 없이 사귄다 이 말이지. 알겠나?”
우리들은 그 말이 아직 확실한지도 모르면서 이내 걱정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리틀 전지현을 저 악의 무리에서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는 주먹을 꽉 쥐고는 꾸-욱 참았다. 그 뒤로 무언가 일어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https://youtu.be/8WGCoBaaarg?si=EqXfLU5a8-zV1j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