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이 새끼들아! 진짜 말 안 할 거가? 사우나 안 나갈 거가!”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만약 말을 하면 다음 날 교실에서 이리저리 소문이 나돌아 다닐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분이 채 지나지 않자 드디어 누군가 입을 열었다!
“···지혀니.”
“뭐, 뭐라고?”
“아씨! 리틀 전지현이 좋아한다 왜!”
얼굴이 길어서 별명이 ‘오이’인 녀석이 사우나의 열기에 못 이겨 성질을 바락바락 내며 고백했다. (오이 녀석의 그 표정은 처음 보는 것이어서 뇌리에 크게 박혔던 게 지금도 남아있다)
우리는 땀과 열기에도 불구하고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다들 마음의 안도와 오이의 못 이겨하는 고백이 너무나 공존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아! 오이... 리틀 전지현 좋아하는구나. 오케이 니는 통과! 자 이제 너네들만 남았다. 어떡할래?”
오이는 리더와 함께 사우나실을 나가 냉탕으로 급하게 뛰어들었다. 차가운 물에 얼굴을 푹 담그고 나온 오이는 씨-익 한 번 웃고는 이내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몸이 편해지자 곧바로 내일 일이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그 상황을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말하면 엿 된다!’
그렇게 우리는 또 쓸데없는 줄다리기를 펼쳤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영향이 없는데도 그저 ‘놀림감’이 될까 봐 두려워 그렇게 꾹 참는 것이다. 정말 길게 느껴졌었는데 정작 시간은 거의 그대로였다. 1분은 지났을까? 누군가 또 입을 열었다.
“나는 ○○○ 좋아한다!”
이름에 봉이 들어가서 별명이 ‘뽕식이’인 녀석이 입을 열었다. 뽕식이가 입을 열자 마치 도미노가 차례로 쓰러지듯 너도나도 앞다투어 고백했다.
과반수가 ‘리틀 전지현’을 좋아했고 의외로 다른 애를 좋아하는 얘가 있어서 리더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진짜가? 일부러 거짓말 치는 거 아니가? 거짓말이면···.”
“좋아하는 얘도 겨우 말했는데 무슨 거짓말! 믿기 싫으면 믿지 마라!”
어차피 이렇게 다 고백한 거 무서울 게 없었던 녀석들은 되려 큰 소리로 리더의 말에 반격했다.
살짝 놀란 듯 한 표정의 리더는 아니면 아니지 뭘 그렇게 화를 내냐며 사우나에 더 있고 싶냐고 으름장을 놓고는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럼 좋아하는 얘를 말했으니까 이제 좋아하는 이유를 돌아가면서 얘기한다. 자 실시!”
우리 모두는 이미 사우나에서 나왔기 때문에 모두가 힘을 합해 바가지에 찬물을 담아 리더에게 뿌려대기 시작했다.
아무리 뛰어나도 다굴이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걸 그때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잘못했다는 리더의 반응에 신이 나 똑같은 질문을 했다.
“우리만 얘기할 순 없다! 니도 얘기해라. 그리고 좋아하는 이유도!”
“아, 알겠다! 그럼 이렇게 하자. 좋아하는 사람 말할 테니까 좋아하는 이유는 다음 주 목욕탕에서 마저 이야기하자!”
리더도 부끄러워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리틀 전지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내가 누구누구보다는 낫다면서 장난을 쳤다.
우리는 그 장난이 재밌어서 내가 너보다 낫다는 둥 웃으며 목욕탕을 나왔다. 그 이후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주말이면 목욕탕에 항상 같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학교에서 충격적인 모습을 보고 말았다.
https://youtu.be/G7eLG4Tnc9c?si=bu1WzBRU2aRUiC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