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모여있던 우리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말로만 ‘밟자, 밟아!’를 외치다가 진짜로 그 상황이 왔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밟자고? 조금 이른 거 같은데. 조금만 더 상황을···.”
“아이 씨! 닥치라. 너네 계속 말로만 밟자고 하고 미루는 거 내가 모를 줄 아나? 이 새끼들이 지금 장난치나! 나는 진짜로 밟는다 했다. 지금 아니면 못 밟는다. 알겠나? 대답해라 이 새끼들아.”
갑작스럽게 다가온 현실을 미루어보려고 했던 녀석은 한숨을 푹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속으로 올 것이 왔구나 하면서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찬 얼굴을 하며 서로를 쳐다봤다.
리더는 우리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아... 좋다. 빠지고 싶은 사람은 빠져라. 대신에 우리랑 같이 못 논다. 혼자 쳐 지내고 혼자 놀고 아무도 말 상대 안 해준다.”
리더는 협박이 들어간 선택권을 주었다. 서로 눈치만 보던 녀석들 중에 구석진 곳에 있던 한 녀석이 불쑥 튀어나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나! 빠질래. 안 하고 싶다. 무... 무섭다. 진짜 무섭다. 그리고 성공한다고 해도 그 뒤에는? 우리가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잖아? 보복하면? 뒤에 노는 애들이 한꺼번에 우리한테 덤비면 어떡할 건데.”
“나.. 나도!”
“그럼 나.. 도!”
아이들은 순식간에 너도나도 할 거 없이 이 작전에서 빠지려고 했다. (물론 나도!)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빠진 아이들을 보고 멘탈이 살짝 나간 리더는 다급해져서 말했다.
“하아... 이 개새끼들! 진짜 입만 살았었네. 꼬치 떼라 이 새끼들아. 이것들 완전히 가시나들이네. 가시나들. 인마! 내가 그거까지 생각 안 했을 것 같나? 우리 형이 중학교에서 일진형들이랑 친하다. 형이랑 다 말 맞춰놨다. 괴롭히면 형한테 말하면 그날로 끝이다. 알겠나?”
그래도 우리는 무서웠다. 리더는 우리를 어르고 달래기도 하고 협박도 해가며 교실로 보내지 않았다.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참다못한 리더가 말했다.
“야이 개새끼들아! 니들 존나 의리 없는 새끼들이다. 그동안 같이 목욕탕도 가고 서로 집도 놀러 가면서 다 친해진 거 아니었나? 우리 친구 아니가? 친구가 혼자 가면 맞아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버리고 간다고...? 존나 괘씸하다 니들. 열받아서 이대로는 니들 못 보내겠다. 내랑 맞짱 함 뜨자. 맞짱 떠서 이기는 새끼는 보내줄게. 근데 각오해라. 내 진짜 안 봐준다. 존나 팰거다.”
우리는 진짜 ‘진퇴양난’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https://youtu.be/WohwV1dedTc?si=RBETWTAaP8YRtk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