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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Feb 11. 2024

야간 경비 첫 출근


 요양병원 야간 경비로 첫 출근을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집을 나섰다. 내일까지 연휴라 사람이 없었다. 주간에 잠깐 당직을 서는 원무과 직원만 있을 뿐.


 책상은 정문 방향에 위치해 있다. 정문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을 확인하고 들여보내준다. 아무도 오지 않을 때 인수인계받았던 기록을 들쳐본다. 별 것 아니지만 역시 처음이라 긴장된다.


 식당에서 마친 조리원들이 내려오는데 나를 알아보는 분도 있고 못 알아보는 분도 계셨다. 내심 재미있어서 가만히 있었다.


 환자분이 내려와 아들을 보러 가야 한다며 문을 열고 나서려 하자 제지했다. 그러니 환자가 나에게 하는 말.


 ”아들이 저기 왔다니까. 와이리 벌벌 떠노!“


 마침 문을 열고 환자분의 아들이 들어왔다. 속으로 안심하며 자리에 앉았다. 환자분들 중에 정신이 옳지 못한 분도 계시기에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조리원으로 일했을 때부터 들었다.


 환자와 아들은 고장 난 전기면도기 뚜껑을 이리저리 맞추다가 고치지 못해 결국 두 사람은 다시 각자 갈 곳으로 떠났다.


 살짝 긴장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가 시간이 되어 순찰 및 점검을 돈다. 다른 것들은 대체로 쉬웠는데 산소통 교체가 조금 버벅거렸다. 이것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금방 될 것으로 보인다.


 다 돌고 나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혼자라서 좋고, 혼자라서 긴장된다.  두 가지 공존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 정적인 순간을 가진다.  오늘 이후로 계속되는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지. 언제까진지 모를 이 순간을 느끼고 기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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