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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Feb 18. 2024

순탄치 않은 근무와 평탄치 않은 달리기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난감한 상황이 찾아왔다. 우선은 인수인계에서 살짝 왔다. 70대 어르신이라 당연히 감안하는 거지만 듣지 못했던 사항이나 왜곡된 정보로 혼란이 오면 똑같이 당황하게 되었다.


 그다음은 환자다. 환자 강 씨는 이 병원에서 입원한 지 11년이나 되었다. 그래서 환자 강 씨는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다. 때마침 내가 새롭게 들어왔고 그 ‘타깃’이 되었다. 이 환자 강 씨는 뇌에 문제가 있어서 얘기할 때마다 내용이 많이 바뀐다. 환자 강 씨가 나에게 다가와 본인은 ‘보좌관’이라면서 병원 이야기부터 해서 본인 이야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스무스하게 이어갔다. 사람 자체가 유쾌하고 재미있는 분이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항상 기승전결의 구조로 끝을 냈기 때문에 항상 흥미진진하게 들렸다. 게다가 다양한 인물을 연기와 말투로 살려 더 맛깔났다. 처음엔 재밌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흥이 떨어졌다. 반복되는 얘기와 쉬지 않고 떠드는 내용이 큰 이유 중 하나다.


 마지막 환자 김 씨에 대하여 얘기하자면  앞에 두 개의 에피소드는  새발의 피다. 이 환자 김 씨는 성격이 아주 날카롭고 드세며 독고다이, 독불장군 스타일이다. 즉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해야 하는 아주 못 말리는 짱구 같은 사람이다.


 옥상문이 잠기고 시간이 좀 지나면 8~9시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정문 앞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댄다. 환자를 밖에 함부로 내보내면 안 된다는 지시 사항을 듣고 그 자리에서 못 가게 막았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내게 욕을 했다.


 “양아치 같은 새끼, 시발 새끼, 저거 완전히 개새끼네.”


 ”저 새끼는 아버지도 없나? 아버지뻘 되는 사람한테…! “


 나는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대답했다


 ‘예. 저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뻘 되는 사람한테 어떻게야 됩니까? 무조건 예 하고 보내주는 게 윗사람에 대한 예우입니까?’


 미리 전화로 보고 했던 간호조무사가 내려와서 환자 김 씨를 데려갔다. 오랜만에 욕을 들어서인지, 화가 나서  그런지 손이 파르르 떨렸다. 퇴근할 때 사무실에 들어가 부장에게 보고 하고는 바로 문을 나섰다.



 경비 일을 시작하면서 러닝을 시작한 지 2일 차였다. 그동안 찐 살도 빼고, 건강도 지키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다. 완전 초보 러너라 ‘런데이’ 어플을 다운로드하였다. 이 어플을 켜면 여러 가지 코스가 있는데 그중 ‘매일 30분 코스’를 실행시켰다. 음악과 함께 밝고 선명한 목소리가 들렸다. 러너에게 응원도 하고 정신과 건강에 대한 정보도 들려준다. 북돋아 주면서 지루하지 않게 말이다.


 5분씩 6번을 뛰는데 5.7km에 8분대로 기록이 나왔다. 나는 완전 초보이기에 기록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그저 완주한 점에 기뻤다. 성취감도 어마어마했다. 제일 좋은 것은 뛰고 있는 내 몸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현재에 몰입하는 것이다. 오래 잘 뛰려면 집중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달리기 에세이를 읽고 어찌나 멋있고 따라 해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걸 이제야 뛴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이기에 뛸 수 있는 거니까. 달리기를 하면 내 생각과 마음을 덮으려는 어둠에 집중하지 않게 된다. 몸이 힘들수록 더 그렇다. 내게는 달려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어둠에 잠식되어 멈춰있지 않고 빛을 향해 가기 위해 달린다. 앞으로도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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