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하는 독후감 공모전이 9월 13일까지였다. 공모전이 있다는 걸 7월부터 알았지만 급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8월 중순부터 준비를 했다. 그러나 여태껏 써오던 독후감은 너무나 어린아이가 쓸 법한 구조와 내용임을 깨닫고 9월 초부터 갈아엎고 다시 글을 썼다.
독후감도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남들이 보는 글이기 때문에 나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혹시나 내 글을 읽을 독자들이 내용을 궁금하게끔 써야 한다. 거기에 친절하고 디테일한 설명은 기본으로!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나 나에게는 참 얻은 게 많은 시간이었다. 일단 글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방법론을 다시 조사하고 배웠다. 그동안 얼마나 무턱대고 써왔는지, 감정 쏟아붓기에 지나지 않은 형편없는 글임을 깨닫기도 하고 말이다.
제대로 된 글, 쉽게 읽히는 글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얼추 알게 되니 내 글이 무엇이 문제인지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모전 준비만으로 깨달음과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이다.
독후감으로 쓴 글은 <노인과 바다>이다. 책을 읽기만 한 것에서 끝내지 않고 글까지 쓰니 좀 더 깊이감이 느껴졌다. 좀 더 책 내용과 주인공에 대해 좀 더 곱씹고 사색하니 위로와 용기를 더 받았다. 무언가 시도를 하는데 진행이 전혀 되지 않고, 진행되더라도 금방 벽에 부딪혀 버리면 좌절과 자기 원망으로 보냈던 시간들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괜찮다. 지금 깨닫고 알았으니까! 내가 갈 방향만 제대로 정했으면 중간중간에 일어나는 일에 개의치 않고 그저 내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쉬운 게 아니다. (주인공이 노인인 이유도 그렇게 되기까지 오래 걸려서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내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브런치 소설 공모전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전부터 머릿속으로만 구상해 온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그걸 끄집어내고 정교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 기한이 약 한 달 정도 남았기에 또 바빠질 것 같다. 그러니 싫지 않다.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고기잡이, 어부이기 때문에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 그뿐이다. 못 잡더라도 그 다음날 또 바다로 나간다. 내 꿈은 작가다. 그것도 이야기를 쓰는 작가. 정식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가 되기 위해, 작가로서 앞으로 살아가가 위해 그저 쓰고 쓸 뿐이다. 과정이나 결과가 어떻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