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짜 Oct 27. 2024

16화



 16     

 

 마트에서 사온 재료들을 들고 희진이집에 들어갔다. 희진이네 식구들은 반지하에 살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짓고 희진이 할아버지와 동생들 상태를 봤는데 나만 빼고 다들 야위었다. 나는 튀어나온 뱃살이 부끄러워 힘을 주고 최대한 집어 넣었다.     

 

 “다들 많이 배고프지?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를 끓여 줄테니 기대해도 좋을 걸? 할아버지는 얼른 방에 들어가셔서 쉬고 계세요. 제가 아이들을 보고 있겠습니다.”     

 “제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일을 나가서 아이들을 굶길 일은 없었을텐데...고맙습니다. 또 죄송합니다 선생님.”     

 

 정확히 얘기 하자면 배식 도우미 알바생이지만 얘기가 길어질 거 같아 아무 말 하지 않고 할아버지를 부축해드렸다. 주방이 좀 더러워 일단 깨끗이 정리를 하고 본격적으로 요리에 들어갔다. 돼지고기가 익어가는 냄새, 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아이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김치찌개는 맛있는 김치와 질 좋은 돼지고기가 있으면 그걸로 끝이다. 마지막으로 대파를 썰어 놓았던 걸 찌개 위에 뿌려주고는 밥상에 탁 올렸다.     

 “희진아, 동생들이랑 먼저 얼른 먹고 있어. 할아버지는 나한테 맡기고.”     

 

 희진이와 동생들은 밥을 두 숟갈, 세 숟갈 씩 입에 넣고 나서야 찌개를 먹었다. 그렇게 해야빨리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까. 아이들이 맛있게 먹으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좋지 못했다. 내가 오기까지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아이들은 또 쫄쫄 굶고 있었겠지.     

 

 뜨끈한 음식으로 배를 가득 채워서였을까 희진이 동생들은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해 잠들었고 할아버지는 연신 고맙고 미안하다며 인사를 하다가 잠이 드셨다. 할아버지와 동생들이 자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은 희진이는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희진아. 할아버지가 허리를 나을 때까지만 내가 와서 저녁을 차려줘도 괜찮을까?”     

 “네! 좋아요! 히히힛. 근데 왜요?”     

 “으음···요리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거든. 게다가 희진이 집에서 하면 맛봐줄 사람들도 있고 말이야. 어때? 괜찮지.”     

 

 학교와 병원에서 잔반이 나오는 날은 그걸 전달해주고 병원으로 출근을 했다. 잔반이 없는 날에는 내가 장을 봐와서 저녁을 차려 주고 출근했다.

이전 16화 15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