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짜 Oct 27. 2024

23화



 23     

 

 할머니는 마가린 냄새가 진동을 한다며 큰 방에 들어가셨다.(마가린 양을 가늠할 수가 없어서 일단 많이 넣었다.) 엄마가 남겨준 레시피대로 토스트를 하고 있는데 역시나 쉽지 않다. 맛은 있지만 그때 그 맛을 구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포기는 없다! 빵은 아직 많이 남았다!     

 

 일반 식빵이 아닌 밤식빵에 계란물을 묻히고 구워서 식혀준다. 남은 계란물에 채 썬 당근과 양배추 그리고 다진 양파를 넣어 휘저은 뒤 후라이팬에 익힌다. 다 익은 내용물을 빵과 빵 사이에 넣고 빵 위에 설탕과 케챱을 뿌려주면 엄마표 토스트 완성이다. 이제 한 입 먹어보면······.     

 

 “오...오....오!! 난다 난다 나! 그때 그 맛이 난다. 할매! 할매 이리 좀 와보소. 예?!”     

 

 이 참에 이걸로 확 장사를 할까? 어릴 때 생각이 났다. 엄마에게 나도 엄마처럼 장사를 하겠다고 하니까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반대했다. 왜 안되냐고 하니까 일단은 손님보다 내가 더 많이 먹을 것이고 두 번째는 손이 느리기 때문에 기다리다가 손님들이 가슴에 열불이 터져 먹기도 전에 다 나갈 거라고 했다.     

 

 “칫. 알았어요.”     

 “뭐가 알았어요냐? 혼자 살더니 혼잣말을 하네.”     

 “혼자 사니까 혼잣말을 하지 그러면 두잣말을 하겠습니까?”     

 “이놈이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배워와가지고...할미 놀리냐!”     

 “아, 아닙니다. 할매 어때요? 맛이 좀 납니까?”     

 

 할머니는 입맛이 워낙 토종 한국인이라 토스트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으셨지만 의외로 치즈는 좋아하셨다.(치즈도 아무 치즈가 아니라 피자치즈나 모짜렐라 치즈만 좋아하셨다) 냉장고에 치즈가 있는 건 어떻게 아셨는지 다시 구워달라고 하셨다. 굽는 건 상관없는데 이 많은 토스트는 어떻게 하지? 아 맞다!     

 

 남아있는 빵을 모두 구웠다. 할머니는 다 못먹을거면서 왜 그렇게 많이 굽냐고 뭐라하셨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히 다 못먹죠. 내 친구들에게 나눠줄겁니다.”     

 

 분류해 놓은 토스트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건 희진이네 꺼, 이건 불알친구 꺼, 이건 고깃집 친구 꺼, 이건 병원 친구들 꺼, 개수 다 맞네 오케이. 나는 서둘러 비닐에 토스트를 넣어 포장을 했다. 친구들에게 맛 보여 줄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그때였다.      

 

 뭔가가 섬광처럼 내 머릿 속을 지나갔다. 그래 이거다! 이걸로 제목을 하면 되겠다. 제목은 『나의 오랜 친구, 나의 늙은 친구, 나의 어린 친구 』     


이전 23화 22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