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8일 조전 7시 26분.
메시지 알림음이 와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9시 반까지 체육관으로 오고
11시까지 안 올 시 유예처리됩니다
졸업식이 시작되면 전화통화 어렵고 제가 나가기도 어렵습니다
오늘 중학교 졸업식을 하는 딸의 담임 선생님에게 온 문자 메시지 그대로다. 밑줄까지 갖춘 사무적인 두 문장에는 다 담을 수 없는 많은 의미와 시간, 온갖 감정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선생님만큼이나 나 역시 잘 안다. 하루만 안 가면 유예라니.
어제 낮에 걸려온 전화에서 선생님은 무척 흥분해 있었다.
어머니 오늘 고등학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 통제센터에 있어야 하는데, 애가 조퇴를 한다네요. 우리 학교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이 김 미 나 때문에 불만이 많아요. 다른 애들 다 내는 스마트폰도 안 내고. 제가 이런 식으로 하면 원서 안 써준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합니다. 어떡하죠? 바꿔줄게요.
애가 사람구실 못해 냉대받는 모습이 그려져 속이 쓰렸고, 뭣보다 화가 났다. 일을 하다 부랴부랴 집으로 와보니 딸이 없어 전화를 걸었더니 당연히 받지 않았다.
선생님 미나 결국 조퇴했나요?
찾고 있습니다.
제가 급한 일이 있어 다른 데 갔는데 애가 없더라고요. 상담실에 가보고 없으면 연락드릴게 요.
네.
..........
없습니다.
다시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번 세 번 네 번.
외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걸 아는 딸에게 할아버지 이야기를 했더니 전화가 걸려왔다.
왜?
왜, 너는 그러니?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속사포처럼 튀어나올 말들을 삼키고 집으로 오라 했더니, 십 오분쯤 지났을까. 애가 들어온다.
엄마랑 밥 먹으러 가자.
운전대를 잡고 오 분쯤 흘렀을까. 애한테 물어본다.
학교에 있으라는데 왜 말 안 들었어?
..........
아까 엄마랑 통화할 때 어디서 혼난 거니?
복도에서. 애들이랑 선생님 다 있는데서.
미나가 학교 규칙을 안 지키니까 선생님이 화가 나잖아.
스마트폰도 냈고 원서 쓰지 말라는 말도 안 했어.
.........
선생님이 처음부터 화를 낸 것도 아니잖아.
내가 우리 애의 담임이라도 화가 났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우리 딸이라도 열이 났을 것이다.
하루 더 결석하면 유예라는 말은 전체 출석일의 삼분의 일일을 결석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삼분의 이 일은 지각과 조퇴를 숨 쉬듯 한 나의 딸.
엄마 정말 졸업식에 가지 마?
어.
삼 년이란 시간.정상 등교하는 평범한 학생들의 낯 모르는 부모가 부러워 소매로 연신 눈자위를 찍어대고 딸과의 전쟁 후 폐허가 된 마음을 안간힘으로 다스리며 겨우 버티던 날들이 부지기수다. 내가 이 시간을 대체 어찌 지나왔는지. 어제 딸 친구 엄마와 통화를 했다.
지영(가명)이 졸업식에 가니?
지영이가 오라고 했어요.
그랬구나.........
딸과 절친한 친구가 있다. 역시 학교생활이 엉망인 아니다. 그 아이는 엄마에게 졸업식에 꼭 오라고 했단다. 그마저 부럽다. 밝기라도 하지.
비평준화지역이라 집 근처의 그저 평범한 고등학교에도 진학을 못해 고등학교는 또 어떻게 다니나 걱정이 앞선다. 그간 고생한 담임 선생님에게, 응급실 쫓아다니고 애가 엉망으로 만든 집을 치워주던 외할머니에게, 조카라고 꽃다발과 올리브영 상품권을 챙겨준 동생에게, 그리고 나보다 너른 마음으로 애를 달래주던 남편과 딸을 잘 따르는 반려견 몽실이 덕에 미나가 졸업을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다. 이제 우리 미나가 스스로 자기 삶을 놓지 않길 엄마로서 간절히 바란다. 그래도 짜장면은 먹고 싶다니, 이 시간이 딸 생에 지울 수 없는 나쁜 얼룩으로 남지는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