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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와의 경이로운 첫만남

반꼴찌,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하다

by 홍그리

나는 대한민국 30대 초반 직장인이다. 현재 들으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 늦깎이 공채로 입사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내 지난 날들을 회기하고, 앞으로의 내 새로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내 목표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스스로의 자아성찰과 함께, 지난 내 인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삶을 계획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한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늘, 반에서 꼴찌 학생이었다. 공부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즐겨 주변에 지인이 참 많았다. 늘 당시 유행하는 옷, 신발 트렌드를 쫓기 바빴고, 타인에게 나자신을 알리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수능은 본가 근처 지방대학교에 후보로 들어갔다. 점수가 워낙 낮다보니, 당시 문과에서 나름 인기있던 과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20살 1월, 충격으로 한달 간 밖에 나가지도 않고 책만 읽는 시절을 보냈다. 당시 우연히 스페인 여행기를 읽었는데 스페인어가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고민도 크게 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스페인어전공을 택했다. 당시를 회상해보면 어디에 홀린 것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나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제일 커트라인이 낮은 언어 전공이었기에, 거기에 맞춰 스스로 합리화한 결정이기도 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구가 하나 있다. ‘잘 된것은 결코 잘된 것이 아니며, 못된 것도 결코 못 된것이 아니다’.

이 선택이 내 인생을 180도 바꾸어 놓을줄은 그 때 아무도 몰랐다.

당시 대학교 1학년 때 삼촌 사업이 아주 잘됐었다. 어느 날, 삼촌은 사촌동생이 유럽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내가 형이니 가이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주면 유럽여행 티켓과, 경비를 모두 지원해준다고 하셨다. 나는 당연히 고민할 틈도 없이 찬성이라고 했고,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스페인을 루트에 추가해서 일주일만에 루트를 완성했다. 그렇게 2014년 여름, 생애 첫 해외여행을 유럽으로 떠났다. 내 인생 큰 행운이었다.

스페인에서의 나날들은 그저 행복했다. 책에서 봤던 스페인 전통음식 빠에야, 츄러스도 너무 맛있었고 현지인의 스페인어 발음 너무 신기했다.

잘난 거 하나 없는 학점2.5, 지방대학교 문과생 1학년. 나는 그 때 또다른 결심을 했다. 하나라도 잘해보자. 이 언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보자고.

21살 3월, 늦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게 평범한 시기에 입대했다. 첫 휴가(3.4초라고 하는) 3박4일 첫날에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당장 어제만해도 아들 첫휴가라서 너무 좋아하셨던 전화 너머의 아버지 목소리가 생생했다. 21살 나이에 인생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늘 나에게는 엄격하셨지만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매 순간 부지런하셨고, 우리가족만 바라보고 사셨던 분이다. 내 인생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슬픔은 모든 것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엎친데 덮친 격, 아주 못된 선임들을 만나 아버지돌아가신게 벼슬이냐며 맨날 맞았다. 그렇게 오랜시간을 견디고 또 견뎠다.

전역 하루 전날 새벽근무 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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