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멕시코
무더운 여름날, 3일만에 급작스럽게 멕시코 출장이 잡혔다. 그렇게 나는 2주간 멕시코에 다녀왔다. 2015년 7월에 마지막으로 갔으니 정확히 7년만이다. 나에게 멕시코는 물리적 거리가 주는 좌표만으로도 설레는 곳이다.
7년만에 만난 내 멕시코 오랜 친구들이 저녁식사에 초대해주었다. 정과 순수함으로 가득한 나라였음을 뒤늦게 생각해냈다.
2015년, 2년동안 멕시코에서 스페인어를 배워왔다. 스페인어를 배우기 전과 후, 훨씬 더 풍요로워진 현재의 내 삶과 스페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공유하고, 이 글을 통해 많은 이들이 배움에 도전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전 세계를 하루 안에 갈 수 있는 현재 영어의 중요성은 말해 무엇하랴. 1990년대 처음 등장했던 토익은 현재 취업 필수스펙으로 자리잡았다. 지금은 오픽, 토익스피킹, 등 영어 말하기 시험도 추가되었다.
영어는 글로벌 비즈니스, 사업에서 기본이고, 영어 이외 제 2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제 2외국어 구사능력은 대화의 폭을 더 넓게 하며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언어라는 것이 하루아침이 아니라 오랜 시간 시간투자를 해야하는 만큼 해당 국가에 대한 관심을 어필하는 데에도 언어만한게 없다.
언어 학습은 자연스레 그 나라 문화, 관습, 관게, 비지니스 모든 지식들이 함께 오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제 2외국어가 최고라는 게 아니다. 모든 언어의 기본은 영어다. 영어가 총이라면 제 2외국어는 총알이다. 총이 없으면 총을 쏠 수 없듯, 영어가 안되어 있는 상황에서 제 2외국어는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어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좋을까?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인구 비중에 따른 언어 사용도 통계를 보자.
1천만명 이상의 모국어 사용자 언어 순위
위에 있는 표는 1천만명 이상의 모국어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 목록이다. 1위는 '관화'라고 쓰여있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인구는 공식적으로 잡힌 통계청의 인구에만 14억 2천만명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실제 인구는 16억 이상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과태료 부과에 따라 한 가구당 1명 이상은 주민등록이나 가족관계에 등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1. 사용 인구를 보라
2위는 영어도 아닌 스페인어다. 예상했던 결과가 아니라 모두 놀랄 것이다. 영어는 세계 공용으로 넓게 쓰이는 언어이고, 스페인어는 화자도 많을 뿐 아니라 쓰이고 있는 국가도 26개가 넘는다. 중남미는 브라질을 제외하고 모두 스페인어를 쓴다. 아프리카에도 사용하는 국가도 있다. (적도기니 등).
멕시코 어학당 수업 당시, 같은 초급반에 중국인 친구가 있었다. 홍콩에 오래 살았어서 영어도 원어민처럼 하는 친구였는데 내가 '너는 왜 스페인어를 배워?' 라고 했을 때 대답이 놀라웠다.
내가 스페인어를 배우면, 전 세계 97%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하거든.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
2. 흥미로운 생활방식과 마인드
스페인어는 중남미 전체에서 쓰이기에 문화 또한 다양하다. 마야문명, 피라미드, 탱고,살사 등 모두 우리에게 익숙하다. '베사메무초'라는 단어도 (나에게 수많은 키스를) 뜻을 알지도 못한 채 말하는 사람도 봤다.
남녀간의 인사문화를 비롯, 중남미 특유의 느릿한 생활방식 등은 분명 한국과 많이 다르다. 파티의 문화도 빠질 수 없다. 주로 집에서 파티를 하는데 고성방가를 지르며 이웃은 신경쓰지도 않은 채 새벽 4~5시까지 논다. "tu casa es mi casa"라는 말은 스페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단어다. '뚜카사 에스 미까사' 너집은 내 집이다. 즉 언제든지 놀러오라는 뜻이다.
앞서 시간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 적 있다. 중남미의 시간약속은 대한민국 처럼 빨리빨리를 외치는 사회에서 정말 치명적이다.
첫째, 모든 관공서는 업무를 보는 데 최소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나는 멕시코에서 워킹비자를 신청했을때 2개월 넘게 걸렸다.
둘째, 시간 개념이 전혀 다르다. 파티 시간이 밤 7시라고 하자. 그러면 한국인들을 제외하고 모두 함께 몰래카메라라도 찍는듯 약속이나 한 듯이 9시에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멕시코에 갔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나는 왜 중남미의 매력에 빠진걸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는지는 정말 중요하다. 나는 멕시코에 있으며 삶을 대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배웠다. 제사와 같은 '죽은자의 날'을 기념할 때 우리는 기도를 하거나 절을 주로 하는데 이미 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박장대소를 한다. 웃으며 보내줘야한다며.
내가 미국인턴에서 잘렸다고 얘기했을 때 내 멕시코친구는 웃으며 한마디했다.
팔다리가 잘린 게 아니잖아?
(언어유희)
중남미만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지금도 내 삶에 많은 위로와 에너지를 가져다 준다.
3. 초고속 경제 발전 중남미 & 인력부족
중남미의 가장 큰 브라질과 멕시코의 경제규모(GDP)는 9위, 15위다. 풍부한 자원을 안고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COVID 19 이전).
리튬, 철광석, 니켈, 코발트 등 중남미는 전 세계 중에 가장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특히 리튬의 경우 2차전지 산업에 있어 필수적인 자원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대량 채굴되기도 하여 국내 기업(포스코인터내셔널)이 잭팟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중남미 국가는 통신,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석유화학, 건설 등 많은 산업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자원하나 없는 대한민국에서 중남미와의 수교는 상호호혜적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바라볼 때 정말 유리하다. 2022년 기준 중남미와의 무역규모는 500억달러, 20년 전 대비 무려 5배 성장했다.
중남미에 수출하는 제조업이 정말 많고 현재 이 순간에도 활발히 진출중이다. 정부에서도 중남미 수교 60주년을 맞아 인력지원도 많이 지원하고 있으며, FTA에서도 매우 공격적이다.
칠레와 대한민국은 가장 먼저 FTA를 체결했다. 이어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니카라과 현재는 멕시코와의 FTA 협상중이다.
문제는 대한민국과 중남미 교역에서는 모두 스페인어로 쓰이고 있는데 현재 중남미 현지에서 현지인을 관리할 중간관리자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스페인어만 할 줄 안다면 취업시장에서 아주 큰 강점이 있다. 취업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돌 정도다. 일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스페인어를 배우는 것이다.
4. 이처럼 쉬운 언어가 없다
스페인어는 내가 장담컨데 전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다. 단어들이 대체로 영어와 비슷하여 기억하기도 용이하고, 발음은 아예 공부할 필요가 없다.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전제하에) 그냥 알파벳 소리 나는대로 읽으면 된다. 끝이다. 예를 들어 '책'이라고 해보자. 스페인어로는 'libro' 리브로 라고 읽으면 된다. 참 쉽다.
문법이 좀 까다로운 편인데 실제로 내가 현재 자유자재로 내 생각을 표현 할 수 있는 입장에서 감히 말하자면 딱 2번의 고비만 넘으면 된다. '동사 변형'과 '불규칙'. 끈기만 있다면 그 어떤 표현도 6개월이면 바로 입에서 나올 수 있다. 영어처럼 절대 머릿 속으로 생각해서 말 할 필요가 없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들이 대체로 중남미 특유의 enfp 혹은 굉장히 활발한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 이만한 좋은 환경이 없다. 조금만 스페인어를 시작해도 친절히 알려주며 굉장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만큼 배우는 데 있어서도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배울 수 있다.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흥미다. 재미가 있어야 계속 배우고 싶고 오래 배운다.
자, 이제 실천으로 옮겨보자. 스페인어는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을 당신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Ani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