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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왜 멕시코를 선택했을까?

우리가 멕시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by 홍그리

테슬라가 멕시코 뉴에보레온주에 대규모 테슬라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 행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수많은 개발도상국을 제치고 일론머스크는 왜 멕시코를 선택하게 된 걸까? 일론머스크 결단의 근거에 관해 내가 가진 단상을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멕시코와 미국의 교역확대다. 멕시코와 관련해 우리가 전혀 몰랐던 사실은 바로 멕시코에 자동차산업이 급속도로 성장 중이라는 사실이다. 멕시코는 1983년부터 외국인투자 100% 유치로 법을 바꾸며 자동차 산업을 국가산업으로 지정했다. 사실 20년이 넘도록 꾸준히 자동차산업을 확대 및 발전시켜 온 셈이다. 한 때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 7위를 했다. 이처럼 현재 외국인이 자유롭게 투자가능한 멕시코는 미국에 자동차를 생산하기에 있어 최적의 공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멕시코와 미국, 캐나다는 NAFTA라는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NAFTA무역협정 조항에 의하면, 멕시코는 자국의 자동차 생산량이 62.5% 이상 되어야 미국과 캐나다에 자동차를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멕시코로써도 자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 수출에 굉장히 유리하다.

이 공장을 지음으로써 멕시코는 5,000명에서 10,000명 가까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그 규모는 5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누에보레온주는 몬테레이가 위치한 곳이다.

여기서 잠시, 멕시코에서 가장 큰 도시를 꼽으라면 수도 멕시코 시티, 제2의 도시 과달라하라, 그다음이 몬테레이다. 2000년대 후반에는 1인당 국민 총소득(GNP)이 대한민국과 맞먹기도 했다. 현재 몬테레이에는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는데 한인식당, 한인마트는 마치 LA를 방불케 하며 엘지그룹,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및 대한민국 굴지의 자동차 부품회사도 모두 몬테레이에 위치해 있다. 자동차를 생산하기에 최적인 산업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어 테슬라가 공장을 짓는 데 있어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몬테레이에만 자동차 산업이 집약적으로 형성되어 있을까? 바로 산업클러스터의 효용성 때문이다. 산업클러스터란 한 곳에 같은 산업이 집약적으로 형성되어 원가절감 및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클러스터의 효용성과 관련해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구미와 울산 같은 공단이 집약적으로 형성되어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했지만, 이는 단순히 산업적으로 연관성이 적고 비용절감에만 초점을 두었다는 비난이 거셌다. 이에 정부는 대덕단지와 같은 과학기술 연구단지를 만듦으로써 신기술 창출 및 새로운 연구개발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실리콘 밸리를 보라. 백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산업에서 서로 지식공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신지식산업의 발달과 과학적 인사이트를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멕시코 몬테레이 지역도 멕시코 정부 주도 아래 미래자동차 개발지역으로 추후 산업클러스터를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둘째, 미국과의 물리적 근접성이다. 멕시코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 대비 경제 발전을 빠르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 함은 당연 미국과의 근접성이다. 특히나 이 몬테레이 지역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으로써 자동차 수출을 할 때 캐나다, 미국 NAFTA로 맺어진 이들 국가에 수출하는 것은 지리적으로 굉장한 이점이 있다.

미국과의 근접성을 말하지 않고서도 멕시코는 지리적으로 중남미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지리적 위치에 있으므로 신이 내린 위치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최강국이다. 2050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재로서의 미국이 가진 위상, 경제력, 군사력, 국가경쟁력을 볼 때 시스템상 미국을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그때가 되어도 불가능할 정도로 미국은 현재도 건재하다. 실제로 중국은 석유를 위완화 결제로 하도록 만들었고 세계를 통용하는 화폐로 자리할 것이라고 하지만 워런버핏은 달러를 따라오기에는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며 명백하게 선을 그었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교역이 용이하고, 이민자가 많아 달러를 벌어들이기 때문에 외화를 벌어들여오는 것은 멕시코 자국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그 이민자들은 대부분 중남미에서 넘어온 히스패닉이다. 미국에는 백인 다음으로 히스패닉인구가 많으며, 그들이 가진 힘은 실제로 엄청나다. 히스패닉이 없는 미국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듯, 그들은 스페인어를 배운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 알 수 있듯, 대한민국이 70년대, 80년대 광부와 간호사를 유럽으로 보낸 것과 같은 이치다. 베트남전쟁 때도 용병을 파병하여 외화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큰 초석이 됐다.


셋째, 풍부한 자원이다. 미국과 캐나다에 가려져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멕시코는 거대한 영토와 3억의 내수콘시장과 함께 풍부한 자원이 자리하고 있다. 산유국이며, 전 세계 10위를 다툰다. 아마 멕시코 땅에서 석유가 나온다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할 것이다. 이 외에도,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30위권이며, 금, 은, 철광석과 같은 광물 산업도 발달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리튬이다. 리튬이라고 하면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재작년 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 그룹)이 아르헨티나에 거대한 리튬을 채굴하여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잭팟이 터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대한민국 회사들이 리튬에 이렇게 열중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이 리튬이 2차 전지, 자동차 산업에 있어 필수 배터리 재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의 경우 리튬이 필수적이므로 리튬자원이 풍부한 멕시코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국가 중에는 사우디와 이란과 같은 산유국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산유국은 힘과 권력이 막강한데, 다가오는 미래는 리튬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냐에 따라 한 국가의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다.

대한민국도 자동차 산업, 조선산업이 발전하며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만큼, 멕시코 또한 자동차 산업을 국가주도로 성장시킴으로써 미국을 잇는 제2의 아메리카 국가로 새로운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넷째, 단연 저임금이다. 뉴욕 월스트리트에 다니는 증권사 펀드매니저를 떠올려보자. 이 미국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넷플릭스 <슈츠>를 보면 생동감 있게 알 수 있다. 대기업 미국인 정규직을 한 명 고용하는 데 멕시칸을 몇 명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최소 15명 이상 고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멕시칸들의 소득 또한 높아졌다 하더라도 아직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멕시코의 최저임금은 일(8시간 근무 기준) 6,000원도 되지 않는다. OECD국가 중, 노동시간은 가장 많고, 임금은 거의 최저에 해당한다.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현대그룹, 기아자동차, 엘지, 수많은 대기업 법인들도 멕시코 현지인을 채용하는 데 한국인 임금의 1/1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멕시칸들은 단순직이나 생산과 관련된 1차적인 곳에 배치한다. 그 이유로는 멕시칸들은 한국인에 비해 일에 대한 책임감이 크지 않으며, 직급이 올라갈수록 횡령이나, 비도덕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실제로 이런 사례도 매우 빈번하다). 따라서 중간관리자를 채용할 때에도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을 채용하고 싶어 한다. 특히나 대규모 공장을 증설하는 데 있어서는 엘리트 집단 브레인보다는 일을 할 수 있는 노동인력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멕시코에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 테슬라의 입장에서도 경제적인 부담이 없다.

하지만 미국과 멕시코의 교역이 확대될수록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역이 확대될수록 미국의 자본주의 식민지로 전락한다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멕시코의 미국 경제의존도는 멕시코 전체 산업의 80% 이상에 해당한다. 미국 경제가 휘청이면 멕시코는 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형적인 나비효과다. 이러한 원인은 테슬라가 멕시코에 공장을 짓는 것과 유사하다. 세계적인 기업 없이, 기업의 하청업체 역할만 하고 있기 때문에 원초적인 기술적 발전이나, 사업의 확장을 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 휴대폰 뒤편을 보면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했고 발명했으나, 생산은 중국에서 한다고 나와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약 카르텔과 정치세력의 결탁 또한 멕시코의 끊이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다. 성장을 가로막는 멕시코의 가장 큰 결함이라 할 수 있다. 끊이지 않는 정치폭력과 위계질서 붕괴는 자연스럽게 멕시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 나아가 치안의 부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나라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들이 많은 것이다’라는 명언은 멕시코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대통령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큰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멕시코의 이 고질적인 마약세력과 연루된 정치이슈는 한 번에 해결되기엔 역부족이다.


이 모든 현안을 돌이켜볼 때 일론머스크가 테슬라의 이익창출을 위해 멕시코를 선택했다는 것은 사실상 단순히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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