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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어디에서 오는가?

멕시코로 바라본 한국 사랑의 이유

by 홍그리

멕시코에는 언제부터 한국인이 살게 되었을까.

역사는 지금을 말해준다. 멕시코에 1905년 일제강점기를 앞둔 날 5월 1,033명의 한인들이 제물포항을 떠나 멕시코로 도착했다. 당시 멕시코와 조선은 그 어떤 무역체결도 없었고 멕시코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인종차별과 대우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멕시코에 가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속임에 넘어가 도착한 한인들은 멕시코에 도착하고 나서야 현실을 깨달았다. 멕시코에서 농사나 무역사업을 하기에는 당시 좋은 환경이 아니었고, 모든 것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에서 범죄자들이 멕시코로 많이 도망오기도 했고, 실제로 지금도 미국 시트콤을 보면 사고를 치거나 드라마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멕시코로 간다고 얘기할 정도다.

1905년 황성신문 사설에 의하면, 당시 멕시코 원주민인 마야족의 노예등급은 5~6등급이었으나, 한인은 7등급으로 가장 낮은 값이었다고 한다. 조각난 옷을 걸치고 다 떨어진 짚신을 신었다. 일을 못하면 맞고, 인간답지 못한 대접을 늘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후에 1960년대에 들어서며 한국과 멕시코가 정식적으로 수교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멕시코에 출장도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멕시코의 성장 가능성을 보며 체류를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사업에 실패하거나, 재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멕시코로 넘어와 새로운 사업을 하고, 가정을 만들고, 한국회사가 들어오면서 멕시코에 한인들이 정착하며 살게 되었다.



멕시코가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고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채 안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사실 멕시코도 6.25 한국전쟁 때 10만 명에 가까운 용병을 보냈던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만큼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은 한국의 우방국이다. 최근 FTA 논의와 더불어 대기업 공장을 증설하는 등의 투자유치, 정치 경제적인 이슈를 제외할지라도, 멕시코가 최근 한국에 관심을 가진 근본적인 이유는 단언컨대 k pop이다. 케이팝의 열기는 현지에 가보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열기가 뜨겁다. 오히려 한국인인 나보다 더 많은 가수를 알고 있으며, 가사도 전부 다 외운다. 이처럼 멕시칸들이 한국의 케이팝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파티에 익숙한 멕시칸 특유의 낙천적인 문화다. 이것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멕시칸들의 파티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파티와는 전혀 다르다. 본인의 집에 초대를 하여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대개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주류나 먹을거리를 사 오며 밤새 술을 마시며 춤을 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멕시칸들은 술과 함께 춤을 춘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춤을 추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연애를 할 때나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도 같이 춤을 추면서 친밀감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춤을 못 추면 연애를 할 수도 없다. 대표적인 멕시코 춤으로는 사르사, 룸바, 차차차 등이 있다. 삼바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실은 삼바는 브라질이 원조다.

멕시칸들은 이런 파티문화 속에서 굉장히 역동적이고 화려한 춤을 추는데 이것이 케이팝과 매우 흡사하기에 열광하는 것이다. 케이팝은 다른 우리나라의 노래와 다르게 춤이 굉장히 많다. 안무가가 따로 있어 아이돌을 키울 때도 춤부터 가르친다. 시각적으로 역동적인 이런 케이팝 문화는 그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왔을 것이고, 따라 배우는 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둘째로는, 외모다. 멕시칸들이 꾸미는 방식과 한국사람들이 본인을 가꾸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멕시칸들은 머리에 왁스를 바르고, 셔츠만 입으면 그것을 꾸몄다고 표현하지만 한국인에겐 남녀 간에 본인을 가꾸는 데 있어 정말 많은 옷과 신발, 스타일이 자리하고 있다. 아이돌들이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 그들에게는 신선할 수밖에 없다. 외모 또한 대체로 꽃미남 스타일로 잘 생겼기 때문에 케이팝을 좋아하는 멕시칸들은 대체로 여성이 많다. 우리가 봐도 아이돌 데뷔를 꿈꾸거나 연습생 신분으로 있는 사람들을 볼 때 얼굴이 못생겼으면 절대 할 수 없다.

세 번째로는, 스토리다. 멕시칸들은 스토리에 열광한다. 멕시코와 우리나라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야, 아즈텍 문명 아래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멕시코는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 대단하다. 본인들만의 고유한 스토리에 열광하는 것처럼 케이팝도 그렇다. BTS가 사실상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이유도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팀이 만들어졌고, 어떻게 해서 이 노래가 나왔는지 그들은 궁금해한다. 노래와 춤이 들을만하고 볼 만하다는 것은 둘째 얘기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멕시코는 어쩌면 케이팝에 열광하고, 케이팝을 열광함으로써 대한민국에게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BTS가 대통령 표창까지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대한민국 자체를 전 세계에 알렸고, 위상을 높였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월드컵 우승, 올림픽 금메달에 맞먹는 것이다. 아니, 이보다 더 뛰어나다. 그들이 우리나라에 벌어들이는 외화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팝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였기에 자연스럽게 한국음식, 한국문화, 한국 여행지, 한국 콘텐츠, 한국어 교육 등 우리나라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 부흥을 이끌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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