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사례로 보는 전 세계 남녀갈등에 대하여
[사진은 친구가 직접 그려준 <관계>에 대한 그림]
멕시코는 우리나라의 결혼식과 많은 부분이 다르다. 우선 가장 큰 차이로는 멕시코는 2015년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여 동성끼리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예식장을 예약해 평일을 피해 주말 토요일 혹은 일요일에 날짜와 시간을 정해 20~30분 예식을 하고, 피로연장에서 밥을 먹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멕시코는 가톨릭국가다. 국민의 90%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다. 따라서 결혼을 할 때에는 성당에서 미사를 진행한다. 보통 낮보다는 저녁에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로는 모두가 예상했듯, 멕시칸 특유의 외향적인 성격과 술과 파티를 좋아하는 문화가 뒷받침한다. 보통 2주나 한 달 전까지 결혼식 청첩장을 보내며, 청첩장을 보면 성당미사와 피로연장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엄청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는 경우도 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드레스코드도 정해져 있다는 것인데, 남자는 드레스코드에 맞게 셔츠와 정장, 턱시도와 같은 격식을 꼭 갖추어야 한다. 결혼식에서 연설을 하거나, 중요한 자리를 맡은 경우에는 더더욱 턱시도를 갖추어 입는 것이 예의다. 멕시칸들에게는 하객이 예의를 갖춰서 본인의 결혼식을 참여하는 것이 본인을 더 돋보이게 하는 거라고 믿기 때문에 (por orgullo라고 한다) 꼭 신경을 써서 입고 가는 것이 좋다.
성당미사는 보통 최대 한 시간이면 끝나며, 대개 피로연장에서 마음껏 술과 음식을 마시며 밤새 즐긴다. 우리나라와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멕시코 결혼식은 무조건 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밤새 춤을 춘다. 혼주, 신랑 신부, 친구들 모두 함께 남녀가 짝을 지어 춤을 추기 때문에, 춤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이런 춤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긴 밤이 될 수 있으므로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춤을 추지 못하면 멕시코에서는 사실상 그 어떤 파티도 100% 즐길
수 없으므로, 어느 정도 본인이 내향적인 성격이라면 춤을 배워가는 것이 좋다.
보통 낮에 하는 결혼식보다 밤에 하는 결혼식은 신부의 드레스가 조금 더 길고 화려한 편이며, 남녀 모두 대체로 어두운 계통의 옷을 입는 것이 특징이다. 축의금 문화는 한국과 비슷한데, 본인의 친밀도에 따라 액수가 천차만별이며, 보통 친한 사람들끼리는 돈을 모아 큰 선물을 해주기도 한다. 축의금이나 선물을 주지 않고 참여를 안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축의금으로 인간관계가 정리되는 것은 멕시코나 한국이나 사실 똑같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호텔에서 결혼을 하고, 고급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이며 0에서 시작해서 함께 원룸에서 시작하는 사람들도 내 주변에서 많이 봤다.
멕시코도 마찬가지다. 여유가 있으면 성당미사를 굉장히 화려하고 유명한 가령, 산토도밍고(santo domingo)와 같은 성당에서 진행하며, 피로연장도 상상 이상으로 화려하다. 멕시코는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이므로, 상류층 사회는 우리나라의 상류층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호화로운 삶을 누린다.
반면 멕시코가 아닌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의 결혼식문화는 돈을 안 받고 결혼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산층이 많이 없고 빈민층이 대체적으로 많기 때문에 여유가 없어 무료로 식사나 술을 먹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간다. 돈도 안 내고 음식과 술만 먹으며 신랑신부의 옷이나 화장, 장소 등을 비난한다고 (criticar이라고 한다) 이를 조롱하거나 풍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대한민국이었으면 상상도 못 할 상황이다.
결혼문화를 떠나 멕시코와 현재 대한민국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멕시코 사람들도 최근 개인의 삶을 더 중요시하고, 결혼을 해서 서로의 삶을 희생하는 부모들을 보며 진정한 본인의 삶을 살고자 혼인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혼인구 또한 똑같다. 혼인율은 역대 최저다. 2023년 기준 혼인건수는 19만 2000건이며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3.7에 불과하다. 이 모든 이유는 경제불안정, 고용불안정, 극심한 빈부격차, 자산증식의 어려움 등이 자리한다. 즉 경제적인 이유가 대다수다. 혼인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걱정해야 할 것이 결혼비용을 넘어 주거비, 집을 구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근로소득으로 내 집마련 특히, 서울에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혼자 사는 것이 삶의 질이 더 높다는 것을 사실상 똑똑한 2030들은 이미아는 것이다. 자녀를 기르는 것보다 나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을 더 선호하는 대한민국 젊은 이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출산율은 더 심각하다. 현재 출산율은 1년에 태어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아기의 수가 서울 잠실 주 경기장 3개도 못 채울 정도라고 한다. 가임 여성당 2022년 기준 출산율은 0.8이 안 되는 상황이다. 단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얘기다.
젊은 인구가 많을수록 그 국가의 경제성장률, 국가경쟁력이 상승한다. 노동인구가 증가함으로써 생산성이 두드러지고, 내수시장이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 가령 만 1세가 될 때까지 월 100만 원 지급, 출산 바우처와 같은 정책은 일시적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 넘어가 자녀를 낳을 2030이 아니다. 이토록 대한민국 국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혜택이 크지 않다. 우리는 나와 내 자녀가 대한민국에서 함께 잘 살 수 있는 피부에 와닿는 해결책을 현 정부에 필요로 한다. 그게 아니라면 가난을 물려주지 않고 나에게서 대를 끊는 것이 부모나, 본인이나, 미래의 아직 생기지 않은 자녀, 정부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다.
자, 그렇다면 결혼을 다 안 하려는 이유는 뭘까? 멕시코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전 세계에서 현재 두드러지는 미혼율 급증은 바로 남녀갈등이다.
우리나라는 페미니스트 이론도 한몫하겠지만, 남녀 간의 갈등이 굉장히 심각한 국가다. 서로 헐뜯기 바쁘며, 특히 인터넷상에서는 남녀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지친다.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겠다는 비혼주의자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성별로 인한 차별에 민감하고, 차별 문제가 발생할 시 남녀 간 적극적으로 갈등조장에 앞장선다.
멕시코는 한국의 기성세대와 비슷한 문화가 있는데 바로 멕시코가 마초적인 문화라는 것이다. 마초도 스페인어에서 온 것이며 (MACHO) 모든 사회가 아직도 ‘남성중심의 사회’로 이루어져 있다. 멕시코에서 말하는 마초의 진정한 의미는 자기 고유의 성별의 특성으로써 특히 힘과 용기를 분명하게 지닌 남성을 말한다. 남성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남성만이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이 권위의식은 현재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남성우월주의가 대놓고 멕시코 전역에 퍼져있는 것이다.
멕시코 여성들은 늘 적극적으로 성적 불평등을 감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회에 다양한 방법으로 알렸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남성과 같아야 함을 표출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2019년 5월 마침내 멕시코 상원은 총 참여 투표수 455표로 모든 정부부처기관, 및 공기업 멕시코 사회 전역에 남녀 성평등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지며 헌법이 개정되었다. 본인의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이 승리로 끝난 것이다.
사실 이 남녀 간의 차별은 멕시코 원주민 시대 때부터 발생했다. 자신의 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무력과 힘이 중요시되는 사회였고 당연히 남성이 우월한 위치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스페인의 지배아래 멕시코가 스페인어를 쓰게 된 것도 큰 영향을 끼친다. 스페인어는 타 언어와 다르게 남성명사와 여성명사가 나뉘어있다. 모든 공적인 매체나, 서류에는 남성명사만 여태껏 표기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고, 이를 언어적인 체계아래 당연시 받아들였다.
나 또한 이 헌법개정을 계기로 남녀 간의 갈등과, 성차별이 점차 줄어들어 멕시코 사회 전반에 퍼짐으로써 더 큰 발전을 기대하는 바다.
보통 대한민국은 남녀 간의 갈등조장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군대다. 남자에게만 국방의 의무가 있어 국가에 대한 애국심, 책임감, 젊음의 시간을 빼앗긴다는 희생개념에서 가산점&군대기간 인정 및 봉급 인상 등의 부분에서 남녀 간의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멕시코에서도 마찬가지로 남자들은 군대를 가야 한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나온 멕시코 크리스티안이 한 말을 보면 알 수 있듯, 멕시코 남자들은 군대를 추첨으로 간다.
특정 정해진 날에 공을 뽑아 검은색공이 나오면 군대를 가지 않고, 파란 색공이 나오면 군대를 가는 그런 식이다. 100% 추첨제이기 때문에 군대를 가는 사람들은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오히려 너무 공평한 선발이기에 현재로서도 유지되고 있다. 60% 정도 보통 군대를 면제받는데, 나머지 40%들은 군대를 간다 해도 대한민국처럼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대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주말마다 불려 가거나, 시민을 위한 자원봉사 등 업무의 강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2년 동안 군복무를 하는 것에 대해 멕시칸들은 한국남자들에게 존경의 표시를 하기도 하며, 신기해한다.
전 세계 공통 남녀 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