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Nov 01. 2023

폼 미쳤다의 진짜 의미

폼 미친 사람이 되는 방법

“섭외력 무엇? 폼 미쳤다”

피식 대학 손흥민 영상의 한 댓글이다. 사실 피식 대학의 민수형은 어릴 적 나와 같은 아파트에서 공을 차고 함께 놀던 형이었다.

 어렸을 적에도 밝고 재미있는 형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잘돼서 너무 기분이 좋다. 유튜브를 처음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민수형의 친형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회계사? 세무사? 일단 전문직군이다. 함께 자라며 공부나, 다른 진로의 압박을 많이 받았을 텐데 공부가 아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누가 뭐라든 선택해서 계속해왔다는 것이 진짜 리스펙이다. 그것에 대한 결정의 용기가 지금의 형을 만든 것이다.

 옆에 있는 손흥민의 폼도  미쳤다. 지난 시즌때와 달리 톱으로 바꾸고 나서 하루가 다르게 골을 넣는다. 진정한 월드클래스를 본인이 입증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인터뷰가 쇄도한다.


 이렇게 흔히 사람들은 ’ 폼 미쳤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본인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상태가 최상을 찍었을 때 하는 말이다. 그 어떤 이유로든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기에 긍정적인 단어임은 확실하다.

 근데 이런 ’폼 미쳤다 ‘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특징이 갑자기 퍼포먼스가 안 좋다가 퀀텀점프처럼 수직상승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원래 어느 정도 역량이 있는 사람이, 잘하다가 못하다가 들쑥날쑥 하는 사람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질 때 퍼포먼스가 터지는 것이다. 하루하루의 노력들이 결국은 미친 폼을 만드는 것이다. 민수형도 분명 무명 때 조회수가 잘 안 나온 영상들도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잦은 도전과 시도만 해왔겠지.

 인생을 살다 보니 하루아침에 끝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모든 의미 있는 일은 회사의 장기프로젝트처럼 긴 호흡을 가지고 만들어간다. 그 긴 프로젝트 속 하루하루 할당량을 조금씩 채워가다 보면 어느덧 나는 하나의 멋진 결과물을 가진 사람, 폼 미친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중간중간의 안 좋은 결과들에 있어 절대 개의치 않아야 한다.

 주변에서 책을 썼다고 고백하면 되게 놀란다. 책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에 놀라는 게 아니라 그 몇백 페이지의 글들을 본인이 어떻게 다 썼냐는 것에 놀란다. 당연히 책 한 권의 분량을 3일, 일주일 만에 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연히 내가 쓰고 싶은 같은 이야기들을 조금씩 모으니 책을 낼 수 있었던 거다. 중간중간 글이 안 써지는 날도 분명 있었다. 개의치 않고 안 써지는 날은 그냥 안 써지는 대로 놔두고 다음날 다시 써보는 거다.


 현대인은 도파민에 중독되어 있다. 모든 미디어나 시스템도 인스타그램의 쇼츠처럼 짧은 시간에 사람들의 주목을 끌도록 설계되고 있다. 더 자극적이고, 더 빠르게 순간순간 나에게 오는 신호를 원하지, 긴 호흡으로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긴 호흡은 인내와 노력을 요하기에 쉽게 이어가질 못하는 것이다.

 결국은 인내, 꾸준함만이 미친 폼을 만든다. 어제 친한 형은 원하는 결과물을 내려면 꾸준함과 그 분야에 미쳐야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각자 가진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 분야에 미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나중에 생긴 다할지라도 계속 관심을 갖고 멈추지 않는 그 행위만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를 맞이할 수 있다. 그 작은 성과는 그다음 해, 또 다음 해 조금 더 큰 성과를 낳는 발판이 된다.


 내 글에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100개의 악플을 다는 사람이 있다 치자. 나는 그 악플이 전혀 두렵거나 싫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할지 글을 쓸 때마다 기다려질 것 같다. 그 사람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내가 목표한 걸 해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폼은 사실 영화의 한 챕터처럼 변화한다. 어떤 챕터 속에는 내가 득점왕 손흥민처럼 주연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챕터에서는 조연일 수 있다. 하지만 주연을 단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안다. 이게 그냥 운처럼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 인생의 주연의 나날들을 그리며 폼 미친 사람을 그리며 오늘도 내 일상을 조금씩 만들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운 좋게 하나 얻어걸려 성공하는 게 인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