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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Nov 15. 2023

보험 실비청구 실패하며 든 단상

정보의 비대칭성과 모럴해저드에 대하여

연말이 슬슬 다가온다. 오늘 새벽 연말정산 관련 뉴스를 보며 이를 느낀다. 한 해가 어떻게 갔나 싶을 정도로빠르게 흘러가는 이 시간을 우리는 그저 움켜쥐기 바쁘다.

올해 초 허리디스크로 고생해 병원을 몇 번 다녔다. 실비 환급 관련 보험사와 몇 번 통화를 하며 실랑이를 벌였는데, 이때 짧게 느낀 단상을 잊지 않고자 기록해보고자 한다.


내가 보험에 가입하며 알지 못했던 약관들이 있었다. 그 작은 글씨의 약관을 아주 상세하게 모두 읽는 이는 아마 드물 것이다. 이를 정보의 비대치성이라고 한다. 간단히 말해 한쪽은 정보를 알고, 나머지 한쪽은 정보를 모르는 것. 상대적으로 정보를 많이 아는 쪽은 정보우위, 그 반대는 정보열위에 있다고 한다.

약관을 상세히 보지 않고 보험영업에 이끌려 가입한 나는 정보열위에 있어 추후 보험급환급이나 계약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이와 유사하다. 시장이 흔들리는 신호를 일찌감치 알아챈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은 일찍이 자산을 팔아 피해를 최소화했고, 그걸 알지 못하는 죄 없는 국민들은 집을 잃고 패가망신했다. 이 모든 것은 국민들은 그들보다 정보를 모르거나 늦게 알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주식을 좀 더 얘기하자면 우리 같은 일반 서민들은 ‘개미’라고 표현한다. 개미가 아는 정보는 이미 외국인이나 기관들은 한참 오래전 아는 내용이니 주식에 모두 선반영 되어있다. 주식은 현재가치가 아닌 미래가치를 반영한 금액이기에 개미들은 웬만해선 돈을 벌 수가 없는 구조다. 돈에 관련된 세상만사가 정보의 비대치성에 의해 돌아간다.


하지만 보험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정보의 비대치성을 얘기할 수 있다. 나이롱환자를 보자. 안 아픈데 아픈척하며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 보험금을 타거나, 돈을 목적으로 사고를 내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보험사는 아픈 척을 하는지 안 하는지 객관적 지표로는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열위에 있다. 오히려 고객이 정보비대칭성에서 우위를 가지는 상황이다.


 두 달 전, 친한 형이 암에 걸렸다. 다행히 극초반기에 발견된 거기도 했고,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마쳤기에 지금은 거의 완치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건강을 가장 먼저 걱정해야 하는 지금, 형은 오히려 암보험금으로 5천만 원을 타게 되었다고 좋아하며 내게 자랑을 한다. 정보의 비대치성 가운데 우리는 무엇에 진정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가족 중 한 명을 살해해(정확히는 계곡에 빠트려) 보험금을 수령해 구속된 사건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 것이다. 많은 사건을 봐왔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는 목전 전치 현상 즉, 수단이 중요시되면서 수단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보험업계의 역할은 사실 국민들의 안전과, 예상치 못한 일의 발생으로 인한 삶의 불안정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 보험사는 국민들에게 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다양한 경우의 수를 조사하고 새로운 고객 상품, 지원제도들을 늘 고민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돈 더 많이 벌려고 더 많은 미끼상품을 내는 거다.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어차피 희박할 테니.

문제는 과잉보험으로 보험업계의 경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독감에 보험금 1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일상생활에 자리한 가벼운 질병에도 큰 금액을 보장해 준다며 보험업계는 고객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독감 보험뿐 아니라 운전자보험, 간병보험, 응급실 내원특약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과잉보험으로 인한 앞서 말한 보험사기를 유발할 수 있는 원인제공을 할 수 있다. 정보의 비대치성과 거기서 오는 개인의 양심, 돈. 도덕적 해이. 우리는 무엇에 곧게 가치를 두며 살아야 하는지를 구분 못하고 있다.


보험은 스페인어로 Seguro다. Seguro는  명사고, 동사로 쓰일 때에는 <안전한>이라는 뜻이다. 놀랍지 않은가? 그만큼 보험은 말 그대로 안전한 무언가다. 이처럼 보험의 존재유무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필수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물론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고객에게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나 과도한 의료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상품개발은 지양해야 하며 정부에서 지금보다 더 과도하게 규제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로써 정보비대칭성에 따른 균형을 찾아보다 나은 보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나는 근데 진짜 아파서 도수치료받은 건데 왜 보험금거절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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