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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Dec 11. 2023

이젠 단체 카톡이 불편하다

핵개인의 시대 앞에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

아무쪼록 지금 같은 연말에는 모임이 많다. 서로 바빠 보지 못했던 이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서로의 새해를 응원하는 따뜻한 시기다. 최근 단체카톡을 하며 느끼는 단상을 말해보고자 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바로 단체카톡이 불편하다는 사실이다. 기능적 불편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무리와 한 공간에서 얘기해야 하는 정서적인 내 마음이 그렇다. 알면서도 최소한의 사회생활과 관계 유지를 위해 해온 관념적 행동들이 이제는 지칠 때가 많다. 과거에는 많은 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이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안부를 주고받으며 공감대와 연대감을 쌓아왔다면 지금은 나와 맞는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마음 편하다.

 대체적으로 단체카톡에서는 말을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주로 보기만 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말을 하는 사람들은 활발한 성격으로 이를 크게 개의치 않으나, 말을 하지 않는 대다수는 무슨 하나의 말을 할 때도 '이 말들이 카톡에 속한 단 한 사람이라도 불편해하면 어쩌지? 누군가의 심리를 건드리면 어쩌지?' 늘 불안하기만 하다. 대답도 웬만해서는 잘하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가진 단톡방 중에서는 ‘얘가 있었나?’ 할 정도로 조용한 친구도 많다.

 나이가 들어가면 각자 다른 상황에 놓인다. 힘든 상황에 봉착한 이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좀 더 여유로운 이들도 있다. 결혼의 유무나 자녀의 유무, 직장의 유무, 자산의 정도, 관심사, 수많은 외적변수에 따라 생각하는 가치관 자체가 달라진다. 이는 공감의 정도가 한 교실에 있던 어릴 때와 달리 현저히 줄어듦을 뜻한다.   어떤 목적이 됐든 한 마음으로 만들었던 단체카톡은 이제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의미 없고 원론적인 겉도는 얘기만 가득하다. 안부라도 물으면 다행이다.

 친한 무리가 여전히 존재한다 한들, 카카오톡 단체 톡방에 속한 모든 이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분명 이들 단톡 안에서도 나보다 덜 친하거나 혹은 나보다 더 친하거나 관계에서의 친함 정도도 다르다. 이들에게 단톡으로 일대일로 대화하는 것처럼 속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다한들 모두가 그렇게 귀담아 잘 들어주지도 않는다.

 

카카오톡의 <조용히 나가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중 속의 외로움, 이제 핵개인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이제는 관계에서의 미니멀과 말 그대로 혼자가 더 편한 시대, 나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내가 제일 잘돼야 그만큼 건강한 관계도 따라오는 것. 우리는 이를 간과한 채 늘 본인이 속한 모임, 조직과 자신의 정체성을 동일시하고 모임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자 단체카톡을 손에서 못 놓고 있다.


 물론 단체카톡방이 가진 장점도 있다. 공지사항을 올림으로써 효율적으로 다수에게 정보제공을 할 수 있고 여러 이들의 의견을 한 번에 조율하고 취합할 수 있다. 일처리 측면에서도 굉장히 효율적이다. 필요악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걸 현대인들이 모르는 게 아니다. 모두가 알면서도 늘 퇴근 후나 주말 단체카톡의 알림에 우리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알림 그 자체에 지치는 것이다. 단체카톡을 한 명이라도 나간다 싶으면 왜 나갔는지, 추궁하고 다시 초대한다. 이는 연대감과 동질감에 눌린 자유의 상실이다.

 단체카톡에서 설령 말실수라도 했다 치면 그건 되돌리기도 힘든 대참사다. 단순히 편리함으로 치부하기엔 단체카톡은 현대인에게 적지 않은 희생을 강요한다.

단톡방은 나와 가까운 최소를 남기고 조용히 나가기를 통해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 정리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기는 것도 아니다. 보고 싶으면 따로 연락하면 그만이다. 한층 더 마음의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시간은 짧다. 좋아하는 사람, 내가 편안한 사람과의 만남을 가지기에도 우리는 턱없이 시간이 부족하다. 이제는 과감하게 그들에게 이별을 고할 때가 왔다.


 단체카톡에 있는 그들과의 만남은 편의점에 파는 우산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와  급하게 우산을 구매해 비를 피할 목적으로 잘 이용하다, 집에 애물단지로 남아 그다음 비가 오는 날 대문에서도 선택받지 못하고 우리에게 잊혀간다. 어느 한순간 공통의 목표나 일로 만나 수다를 나누다 그게 끝나면 굳이 내 시간을 들여서까지 단체로 다시 만나지 않는 거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가장 친한 친구도 일 년에 한두 번 보면 많이 보는 건데, 이 수많은 만남을 모두 신경 쓸 만큼의 에너지가 더 이상 우리에게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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