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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l 26. 2024

국문과가 굶는과가 된 이유

작가로 산다는 것의 의미

다큐멘터리 3일 레전드 짤이다. 이 낭만적인 어부 아저씨의 원래 꿈은 국문과였다. 현대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소름 돋는 감성을 가지고 계신다. 자신에게 솔직함을 항마력으로 표현하는 현대인에겐 이런 진실된 낭만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가슴에 불을 지피는 장면이다. 이 분은 오래오래 충만한 감성으로 행복하실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낭만 뒤편에 국문과를 졸업한 이들에겐

생계의 어려움이 자리한다. 제목 그대로 국문과는 보통 '굶는과'로 통한다. 작가를 꿈꾸는 문예창작과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졸업 후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취업난에 허덕인다는 얘기다. 요즘엔 전공 상관없이 다양한 진로가 있겠지만 보통 이런 학과는 글쓰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마련이다. 즉,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만으로는 먹고살기가 힘들다는 거다. 특히 글쓰기와 연관된 직업 중 예를 들어 작가라고 하면 작가의 인세는 매우 작다. 그리고 불규칙적이다. 자칫 본인이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전업작가를 꿈꾸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극구 말릴 것이다. 정 이 길로 뛰어들고 싶다혹은 이게 내 천직이라는 마음이 들 때에는 처음에 경제적인 힘듦을 충분히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책을 쓰는 저자로는 초반에 돈이 되는 글쓰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쓰기 싫은 글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칼럼, 기고 등 전혀 관심 없는 내용에서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밝혀 돈을 벌어야 작가로 생활이 그나마 가능해진다. 근데 무명작가의 경우 이와 같은 일거리 하나 얻는 것도 매우 힘들다.

특히 요즘은 책은 쓰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사는 사람은 적다. 출판업계가 사양산업이라는 소리가 만연한 가운데 당연히 기획출판은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다. 출판사에서는 진짜 돈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글인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기에 기획출판의 진입장벽은 나날이 높아져간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느낀 체감은 각 출판사에 하루에 100개의 투고가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그중 결론적으로 책으로 만들어지는 건 하나 될까 말까다. 1%라는 것.


매일 글을 쓰는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에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전업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모두 회의적으로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며 늘 수많은 선택 앞에서 고심하며 최고의 선택을 바란다. 그 방법은 경험을 쌓는 일뿐이다. 설령 최고의 선택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은 할 수 있다. 작가로 살아가며 최선의 선택은 내 직업을 가지고 밖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작가의 삶을 병행하는 것이다. 아무리 글 쓰는 것에 본인이 재능이 있다 할지라도 어린 나이에 작가로 전향하게 되면 하루 일과가 집에서 글 쓰는 것 밖에 없게 된다.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관계도 맺지 않은 채 하루종일 방에 틀여 박혀 글만 쓰면 자칫 편협한 본인만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도 만나고 그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배워야 한다.

내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배우고, 사람들을 관찰하며 타산지석 삼아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글감이나 경제적 도움은 덤이다.


어떤 삶을 살든, 기획출판을 통해 대형출판사와의 투고에 성공해 책을 출간했다고 하자. 그럼에도 내 삶은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다. 내 책이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꿈은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운이 좋게도 내 책을 유명 연예인이 TV나 라디오에 나와 너무 좋다고 광고를 하거나, 정부나 유명 기관의 추천도서에 선정되지 않는 한 대부분은    ’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라고 밖에 만족하지 못한다.

90% 이상이 요즘 2쇄도 힘들단다. 어쨌거나 본인의 기대보다 책이 드라마틱하게 많이 팔리지는 못할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되면 몇억을 벌겠지, 내 삶을 바꿀 수 있겠지, 강연도 다니고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겠지‘ 라고 작가에 관해서 환상은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즉, 어떤 작가가 돈을 정말 많이 벌었다고 들릴지라도 ‘나는 애초에 작가로만 전향해서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보겠다!’라는 마음가짐은 굉장히 위험한생각이라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거기서 나온 인사이트로 글을 쓰고, 작가와 관련된 활동을 조금씩 늘려가며 바운더리를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실제로 베스트셀러가 되어 몇십만 부 이상 팔린다면 인세로만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근데 이건 상위 1% 얘기다. 기억해라. 어떤 분야든 상위 1%는 돈을 많이 번다. 나는 이 사실에 대해 한 가지, 대한민국 출판계에 다소 염려스러운 상황을 예상하자면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수단으로 생각할까 봐 겁이 난다. 책은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내 얘기를 하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하나의 온전한 순수 창작물을 만드는 위대한 일이다. 하지만 돈에 눈이 멀어 연예인들이나 유명 유튜버들이 좀 더 자리를 잡기 위해 혹은 퍼스널브랜딩을 위해 책집필을 하는 걸 보면 이 생태계가 흐려질까 걱정이 많이 된다.

이 댓글을 보자. 여행유튜버 빠니보틀은 오지에 여행을 가면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단 1달러도 주지 않는다.한 명한테 주기 시작하면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돈이니, 모두가 본연의 일을 집어치우고 관광업에만 종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관광지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관광객은 줄어들고 그 지역은 악순환에 빠진다. 지금의 쿠바처럼.

2017년, 내가 쿠바에 있을 때 자본주의의 흔적 그 어느 것도 찾지 못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공항에 내리기만 해도 다른 나라처럼 택시 호객행위부터 한다. 돈에 눈이 멀었거든. 출판업계가 지금 딱 그렇다. 출판사들도 유명한 사람의 책은 어느 정도 최소 판매 부수가 보장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안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때에는 더 이상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찾기 힘들고 양질의 책이 출간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로 염려되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만좇아 책을 발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Chat GPT를 보자. Chat GPT는 OpenAI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다. 새로운 모델이 출시된 다음날, 서점엔 Chat GPT 관련 책으로 도배가 된다. 활용서, 예견서, 수험서 주제도 다양하다. 비트코인이 한창 오른 날은 비트코인 책으로 도배된다. 이를 보며 트렌드와 시대를 좇아 만들어진 책은 실용서의 측면에서는훌륭하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은 받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오늘도 글을 쓰고, 출간을 하고 싶어 하는가.

나는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자아실현과 경제적인 생계 둘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표출해야 하는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해야 한다. 내 이야기를 누구에게 공유함으로써 내 지식에 대한 확신을 얻고 피드백을 들으며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간다. 내가 책을 출간하면 사람들은 그 책에 관해 댓글을 남길 수 도 있고, 서평을 쓸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은 일방향적인 소통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서평, 북토크, 댓글, 작가와의 실시간 유튜브 등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이므로 지적인 사유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책을 씀으로써 크지 않을지언정 돈까지 번다.

둘째로는, 유명해지기 위해서다. 책을 쓰는 이유는 내가 이 책 내용에 관한 전문가임을 세상에 어필하고 또 다른 기회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가령 Chat GPT 관련 책을 출간했다고 하면, 그것은 그 작가의 스펙이 될 수 있고, 누구보다 이 프로그램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반증이다. 관련된 사업이나 제안이 올 수 있으며 이는 인생의 또 다른 기회로 퍼질 수 있다.

마지막은 내 색깔을 찾을 수 있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을 많이 알게 되었다. 무심코 하루하루를 쳐낸다는 생각으로 살아왔기에 정작 내 스스로를 잘 돌아보지 못했다. 근데 글을 쓰면 나스스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가 보인다. 그걸 모르겠다면 본인이 써놓은 글을 전체 한번 천천히 읽어만 봐도 ’나는 어떤 사람이구나‘ 바로 느낌이 온다.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도 보인다. 이는 실제로 삶에 있어 큰 도움이 되는데, 잘하는일을 꾸준히 함으로써 그걸로 자아실현과 생계를 한 번에 잡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대부분은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죽는다. 글을 쓰면 내 색깔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은 외국인에 비해 타인의 시선에 자유롭지못하며 유독 타인에 관심이 많다. 타인의 삶이 나와 아주 가까이 있다. 대개 이런 관심은 비교로 변질되고, 열등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못 이겨 정작 내 본연의 모습을 잃어간다.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 그 첫 시작이 바로 글쓰기다.


글로 먹고살 수 있냐고 다시 누군가 묻는다면 내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먹고살 수 없다. 하지만 말을 수려하게 잘하고 글 솜씨에 재능이 있다면 정말 큰돈을 벌 수도 있다.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글쓰기가 기반된 삶은 충만하고 가치 있는 삶이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지금으로서의 유일한 무기가 독서와 글쓰기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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