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어떻게 그렇게 매일 써?
글쓰기는 내 안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다. 그 어떤 전문지식을 가진 학습서나 전문서도 마찬가지다. 에세이는 내가 가진 무수한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밖으로 꺼내는 것이고, 전문서는 내 지식을 꺼내는 것이다. 무슨 글을 쓰고 어떻게 글감을 찾느냐라고 누가 물어볼 때에는 내가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것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말한다. 설령 그것이 거창하지 않아도낯부끄러운 이야기어도 상관없다. 단 한 명의 독자가 있더라도 그 독자로 하여금 감동과 재미를 준다면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다. 이렇게나 나는 할 얘기가 많은 사람이다. 그러니까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것.
계속 주변과 고민상담 글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매일 쓰는 비법을 물어보는데 솔직히 그런 건 없다. 그냥 할 얘기가 많은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사실 글쓰기 강사나글쓰기 강의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것이, 한글 알고 본인이 세상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고 쓸수 있는 플랫폼 있고. 이 세가지만 있으면 그냥 쓰면 되는데 그걸 가르치는 사람이나, 그걸 수강하는 사람이나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간다. 아 물론 팔로워를 늘리고,책을 출간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에게 잘 읽히게 써야 할 것이고, 더 맛깔나게 읽히게끔 수려한 단어나 글 자체에 기교를 부려야겠지만. 건조하게 써 내려가도 그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라면 보는 사람은 저절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소설처럼 내 안의 상상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던지, 영화평론처럼 영화를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른다던지, 전문성을 요하는 서적처럼 전문 지식을 습득한다던지 하는 경우엔 강의나비법이 필요할 수 있겠으나, 그냥 내 이야기를 하는 글은 단언컨대 강의가 필요가 없다. 지금 내 글을 읽는 사람은 제발 상술에 속지 않았으면 한다.
단, 본인 안에 있는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기 위해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관심과 하고자 하는 의지이다.본인이 글에 일단 관심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일주일 아니, 한 달에 한 번은 서점에 들러 책을 읽을 줄 알고브런치같은 글 플랫폼을 눈여겨보면서 오늘은 어떤 글이 인기가 있나, 인터넷뉴스나 기사나 신문, 늘 글을 읽는 것에 두려움이나 거리낌 없이 익숙해야만 한다. 갑자기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나 글 쓰고 싶어!" 한다고 해서 써지는 것이 아니다. 아마 그분은 Word 흰 백지에 커서만 깜빡이는 화면만 줄곧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글을 쓰고자 하는 관심과 하고자 하는 의지는 그래서중요하다. 사실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매사에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관심과 의지가 없다면 아예 실행을 못한다. 변명은 열개, 천 개, 만개도 말할 수 있다.근데 어쨌거나 결과는 딱 하나뿐이다. 변명은 영원히 결과를 용인할 수 없다.
글쓰기 자체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고, 내가 관심 있어했던 소재들에 글을 쓰는 것이 가장 부담스럽지 않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 내 주위에 내가 속해있는 모든 것을 돌아봐라. 그게 소재다. 즉 관심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소재가 다채로워진다. 관심이 있다는 것은 내가 알아서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를 한다는 것이고, 배경지식이 많아져 사람들과의 대화를 하는 데에나 내 지식을 쌓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글에 대한 의지, 다양한 부분 매사에 관심을 두는것이 글쓰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최근에 시계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시계를 선물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액세서리 자체가 거추장스러워 잘 차고 다니지 않았는데 계속 차보니 타인에게 보이는 이미지라던가, 자기만족이라던가,편리함 등 내 일상에 꼭 필요한 물건이 됐다. 그래서 시계에 대해 꾸준히 공부를 한다. 이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나는 계속한다. 즉 관심과 의지가 충만한 상태다. 그래서 언젠가 시계와 관련된 글도 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만약 본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는 정했는데, 어떤 종류의 글을 쓰고 싶은지가 모르겠다면 크게 일반인 기준 자기 개발서와 에세이, 전문서적 세 가지로 분류해 보면 된다. 내 일상이 누군가에게 학문적, 경제적, 인문/교양적, 실용적으로 타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이라면 자기계발에 가깝다. 본인이 살아온 그 길이 남들은 잘 안 하는데 본인은 그 분야에서 작은 무언가라도 이뤘고 그걸 알려주는 격이라면 자기 개발서다.
에세이는 일상에서의 느낌이나 생각을 산문형태로 쓴 것이다. 내 인생을 타인에게 그냥 보여주는 것이다. 타인이 더 나아지도록 돕는다는 개념보다는 독자가 그 글을 읽음으로써 감동이나 위로가 될 수도, 공감을 느낄 수 있게 심리적인 평안을 선물해 주는 것. 에세이는 딱 그거다. 그럼 본인이 한 경험과 생각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시간은 한정적이기에 그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간접적이게나마 내 경험을 통해 공감과위로를 얻을 수 있다.
어떤 스타일에 맞게 본인이 더 잘쓸 수 있는지는 본인이 안다. 가령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한 경영학과를 나와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일반 회사원이라면 전문서나 자기계발서를 쓰는데 다소 망설여질 것이다.조금 더 건조하고 객관적인 글을 써야 하기에 본인 스스로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독자로 하여금 본인이 오랫동안 관심 가지고 공부해 왔던 지식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고, 그 위치가 됐다고 생각할 때 독자는 더 흥미를 가질 것이다.
반면에 에세이는 조금 더 감성적이고 본인만의 유니크한 생각과 경험을 독자들에게 알림으로써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쓴다. 그래서 에세이 작가들은 단어나 문장 자체가 개성 있고, 읽기 쉽고, 수려하다.
자, 다음은 전문서적. 경제/자격증/취업/부동산 등등 서점만 가도 전문서적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본인이 몰랐던 분야에 대해 지식함양 측면에서 가장 뛰어나고 효율적이다. 단, 전문서적 저자는 책으로 내기 위해 독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거짓된 정보는 독자로 하여금 혼선을 안겨주고 저자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따라서 사양산업이라 늘 일컫는 출판산업이 망하지 않는 이유가독자들은 어쩌면 더 정확한 정보와 공부를 통한 지식을 함양하기 위한 내적충동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라믿는다. 접하기 쉬운 인터넷과 SNS는 온갖 거짓정보로 가득하거든. 본인이 쓴 전문서적 책이 신빙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기 계발과 공부를 꾸준히 하여 모두가 인정하는 사회적 위치에 오르거나, 유명인이 되면 노이즈마케팅으로 지식을 파는데 더 효과적이다.
이제 내가 글을 매일 쓰는 이유 아니, 쓸 수 있는 법에 대해 말해보겠다.
내가 글을 매일 쓰는 법이라고 하면 세 가지다. 무의식의 의식화, 자기 검증(기록), 연결고리.
가장 첫 번째로는 삶이 너무 지치고 힘든 순간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거나 내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은 그 순간 굉장히 힘들다 할지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미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 잘 걸어온 길이라 생각했는데 꿈에 대한 의구심이 들고 나날이 자책하는 순간이 있었다. 내 안에서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곪아갔다. 마음의 병이 온 것이다. 내가 하는 일, 관계, 가족, 연인,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이 삐걱대고 있었다. 이때 처음 내 마음을 글로 옮겨보았다. A4용지에 사실에 입각해 덤덤하게 '오늘 하루는 내게 어땠는지'를 기록해 나갔다. 그러자 경이로운 일이 펼쳐졌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순간만큼은 스트레스가 없어지고 앞으로의 일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당시는 너무 괴롭지만 희망적인 얘기가 주를 이룬다. 글로써 나를 ‘자기 암시’ 한 것이다. ’자기 암시‘란 자기 최면을 사용하여 무의식이 특정개념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이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여러 번 해본 사람과 한번 해본 사람이 있을 때 한번 해본 사람이 도전하는 것이 훨씬 더 무섭다. 그 세상이 다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자기 암시를 통해 지금까지의 험난함에서 성공을 이끌어왔다. 책상 앞에 '나는 몸짱이 될 것이다' '나는 오늘 행복할 것이다' 등 책상 앞에 포스트잇으로 쪽지를 붙임으로써 기적 같은 하루를 만들어냈다.
나 또한 그랬다. 무의식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보자. 이 세상 수많은 회사들은 이런 무의식을 통한 수많은 광고와 마케팅기법을 활용해서 큰돈을 벌었다. 얼굴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지은 광고 안의 메시지에서 우리는 폼클렌징을 구입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그랜저를 타야 한다. 성공의 아이콘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연봉이 오르거나 승진을 하면 우리는 그랜저를 구입한다. 고향에 그랜저를 타고 가면 부모님께서 성공했다고 좋아하는 광고도 있다. 그만큼 우리 모두에게 무의식적으로 ’그랜저는 좋은 차야‘라고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구매로 이끄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 무의식을 남들은 다 우리한테 이렇게 하라고 매사에 시켜대는데, 우리는 왜 스스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나는 할 수 있다.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 취업할 수 있다. 나는 소중하고 대단한 존재다” 늘 말하고 다니면 정말 나 스스로가 내 자신을 그렇게 여길 수 있다. 이러한 자기 암시는 무의식을 의식화한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나는 책을 출간할 수 있다, 나는 글을 쓸 수 있다”자신 있게 내면적 외침을 함으로써 지금까지 글쓰기를 오늘까지 매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암시를 통한 글쓰기로 나는 작가가 됐다.
다음 자기검증(기록). 쓰지 않고 읽지 않는 삶은 잊힌다. 나는 하루 중 책을 읽는 인풋과 내 생각을 표출함으로써 스스로를 검증하는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그 하루는 의미 없는 날이라고 여긴다. 보통 사람들은 특정한 이벤트가 있을 때에만 기억을 하고 대개는 그냥 흘러 넘기다 "벌써 7월이네,8월이네" “벌써 한해 반이지났네”, “벌써 여름이네” 라는 말을 일삼는다. 인풋과 아웃풋을 통해 하루를 기록하고 스스로를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내 인생에 발전이 있다. 글도 하나 둘 쓰면 쌓이듯, 그 인풋들도 더 양질의 아웃풋을 낼수 있는 확실한 근거로 자리 잡는다. 글쓰기를 통하 하루를 이처럼 소중히 여기고 나니 허튼짓을 하는 시간이 저절로 줄어들었다.
셋째는 연결고리다. 글쓰기의 시발점이라고 하면 주로 자기반성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자기반성을 자책으로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후회, 자책, 절망은 한 세트다. 오로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반성이어야 한다. 이 자기반성과 내 일상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글이다.
글쓰기는 본인만의 뮤즈를 찾는 것이다. 그게 글을 광기처럼 써 내려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다른 영감이 떠올라 지금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순간들이 온다.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은 공감할 것이다. 그 순간이 있기 때문에 그 희열이 글쓰기를 시작하게 하는 강한 내적동기를 만든다. 그 뮤즈, 유레카는 지하철을 타고 가는 출근길, 집에 오는 퇴근길, 샤워를 하는 중이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갑자기 찾아온다. 흩어져있던 내 생각의 조각들이 하나로 연결될 때 우리는 비로소 글쓰기의 매력을 깨닫게 되고, 내 생각들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글을쓰는 이유, 말을 하는 이유, 생각을 하는 이유 이 모든 이유들은 내 안의 것과 흩어져있는 주변의 지식들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연결고리만이 내적향유를 가능케 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결국은 써야 한다. 죽도록 쓰기 싫은 날, 오케이. 너무 몸이 안 좋은 날 오케이. 술 먹고 기분 좋은 날,휴가,과로, 좌절, 자책, 우울, 실망, 모두 오케이. 푹 쉬어도 된다. 매일 안 써도 좋다. 다만, 그게 다 끝나고 나면 다시 계속 가야 한다. 길은 딱 하나뿐이다.
그게 인생이다.